베이스캠프 -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휴양관 하현달105호
오월은 시작과 동시에 엿새간의 연휴를 주었지만,
그 박터지는 예약전 참여에 회의가 느껴져 떠남을 포기했었다.
연휴가 끝나고 이틀이 지난 금요일 아침,
유리창을 타고 내리는 비소리 어찌나 달콤하든지,
알람이 울리고 톡이 난리를 쳐도 그 잠결에 머물고만 싶었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기분에 톡을 확인하니...,

'안되는 놈은 안된다'는 톡이 와 있었다.
이런 시부랄!!
한 십여 분 멍을 때리다가...,
제주고 나발이고 다 접고 회사로 가는 길,
꽤 긴 신호에 걸려 혹시나 싶어 숲에 들어가니,
언제고 다시 한 번은 가고 싶었던 휴양림에 빈방 하나가 나와 있었다.
베이스캠프 -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휴양관 하현달105호 (2025.5.9~10)


살다보면 그가 혹은 그곳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는 끝난 인연이기에 그저 그리워 할 뿐이지만,
그곳은 늘 거기에 있기에 언제라도 찾아가면 그만이다.


제주도 따위는 잊고...,
하염없는 비는 주루룩 내리지만,
그 빗속을 뚫고 한반도 연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군도,
고군산을 가고자 13시쯤 엄마와 함께 350km 서북진에 올랐다.

떠돎에 미쳐갈수록,
전라남,북도가 참 매력적인 곳임을 안다.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을 또 한 번의 베이스캠프로 취한 이번 여정에서는,
'고창청보리밭'에서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보리밭사잇길'을 서성이면 그만이다.


16시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나들목을 나오니,
내리던 비는 멈추었지만 불어대는 바람은 더 사나워져 있었다.
이 바람에 행여나 엄마가..., 그런 생각이 우려가 되니,
차마 보리밭으로는 갈 수가 없었다.






나섬이 중요하지,
나섬의 준비가 중요함은 결코 아니다.
챙겨오지 못한 것들을 부안읍에서 챙기며,
엄마와 서성이는 오늘 오후의 행로는 또 먼훗날에 아름다운 회상이 된다.






엄마의 숲 속 한뎃잠을 도모하는,
국,공립자연휴양림들의 베이스캠프화,
그 열일곱 번째 터는 다섯 번째 터였던 국립신시도자연휴영림이다.
좋았으니 그리워졌고,
그리워지니 또 올 수 밖에는 없었다.



18시가 조금 지난 시각,
해와 달과 별을 주제로 삼아,
한반도 연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군도 고군산 신시도에 지은,
그래서 엄마를 데리고 꼭 한 번은 더 오고 싶었던,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 서단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에 도착을 했다.




사실은 베이스캠프가 정처이지만,
그 사실을 부정해야만이 베이스캠프는 성립이 된다.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그 이름만으로도,
객실의 유형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고군산군도 신시도에서,
고군산군도 나머지 섬들을 창가에 두고...,
그러함이 설레였을 뿐이다.


빨리 저녁을 지어 엄마를 봉양해야,
그래야만이 연달아 또 술을 마실 수 았다.



이리도 아름다운 저녁에는,
산책을 나가지 못하더라도 이슬비는 필히 내려야 한다.

고군산군도 신시도에 내리는 빗소리에 잠이 들었고,

고군산군도 신시도에 내리비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랜만에..., 이런 아침이다.
나는 이 아침에 이런 다짐을 한다.
열심으로는 살지는 않겠다고!
모든 순간을 허투루 살겠다고!



분명 넉넉히 챙겨오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파가 부족해 엄마의 재첩국에만 파쏭쏭을 했다.
비가 잠시 그친 사이,
잽싸게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아침 산책에 나섰다.


해와 달과 별을 주제로 삼아 지어진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지난 방문에서는 별의 구역을 서성였기에,
이번 방문에서는 해와 달의 구역을 서성이기로 했다.






늘 그러함이 인생이고 순리다.
조금만 더 길었음..., 하고 간절해지면,
아쉬운 길은 언제나 끝나고 만다.


이슬비까지 내리니 바다와 어우러진 길이 얼마나 예뻐지는지,
예쁜길을 아끼고 아끼며 걸어 '태양전망대'에 닿았다.




이런 곳에 올 수 있는 생이라서,
이런 곳에 엄마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생이라서,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



태양전망대를 내려오며 다짐을 했다.
또 와야지!




대다수 휴양림들에서는,
연립 '휴양관' 보다는 독립 '숲속의집들'이 먼저이지만,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에서는,
어쩌면 반달을 형상화한 두 동의 휴양관들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었다.





지난 방문 때 남겨뒀음이 얼마나 잘한짓인지..., 그런 생객을 하며,
태양전망대를 내려왔다.
또 여기에 엄마를 데리고 올려면,
오늘은 '달맞이화원'에는 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그러질 못하고...,
기어이 '달맞이화원'으로 가는 길에 들었다.



이 바다 이 숲이..., 그리워지면,
나는 분명 엄마를 데리고 여기로 올 것이다.




09시30분쯤,
이런 곳을 홀로 서성일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했던,
이슬비 내리는 날의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아침 산책은 끝이 났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
또 올테지만,
이렇게 떠나기는 너무도 아쉬워,
갔기에 안간다는 엄마를 꼬득여 커뮤니티센터에 들었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려 더 좋은 토요일 아침,
엄마와 나는 고군산군도 신시도에서 비 맞는 바다를 보았다.




강풍에 제주도는 날아갔지만,
그로해 다시 온 신시도는 제주도 따위와는 비교불가였다.
누군가 제주도 갈래? 신시도 갈래? 물으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시도라 외칠테다.

살다가 그리워지면 엄마를 데리고 또 오면 돼!
그 말을 되내이며 10시40분쯤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