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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잠시나마 들뜬 기분속에 있고자 함이다. 이제 들뜬 기분은 혼자서 바다로 나가지 않는 한 스며들지 않는다. 늙어가지만, 그래도 들뜸으로 늙고 싶어 바다로 간다. 걷는 바닷길과 찾는 등대는, 술집의 탁자위에 놓여진 마시지 않는 한 잔의 위스키일뿐이다. 두 곳의 등대를 탐방하고, 하늘에서 날아 온 섬 하나를 돌고, 처박아둔 제주해안길 일부를 잇고자 05시 집을 나섰다. 07시35분, 제주공항에 내리니 오늘 하늘 역시도 회색이다. 내게 제주 하늘색은 무조건 회색이다. 등대기행 33 - 산지등대 (2020.7.4) 이제 남해고속도로 전구간을 달려 목포로 가지 않는다면, 걸을 길도 찾을 등대도 없다. 273km x 2 남해고속도로 올킬이 하기 싫은 뇌는 대안으로 제주를 떠올렸고, 지난 4월 마..
거문도 서도 최남단, 수월산이 바다로 떨어지는 해안절벽에는 남해에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힌 등대가 서 있다. 이제 그 곳으로 간다. 등대기행 32 - 거문도등대 (2020.6.20) 이거이거 잘하다가는..., 고도의 여객선터미널에서 한시간 이상을 서성일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발길은 멈춰지지 않았다. 하기싸, 18km에 6시간이면 방앗간에서 떡을 해 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어디서 한 숨 퍼질러 잘까?? 거문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내 취사와 야영은 무조건 금지다. 잔다고 지랄을 할 수도 있다. 배도 약간 고프고, 잠도 실실오고..., 쫌 따분해질쯤, 길가 수풀사이로 거문도등대가 살짝 보였다. 소시적 그와 약속을 한 장소에 다와가면 무심히 서 있는 그를 본 기분이었다. 등대가 보이니, 마음이 다급해..
사람들이 녹산등대라 부르는, 거문도 서도 최북단 곶에 서 있는 등대의 정확한 이름은 녹산곶등대이다. 곶, 말, 단, 포의 설레이는 지형에는 등대가 서 있고, 등대 이름 끝음은 등대가 서 있는 지형을 나타내기에 반드시 그 이름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동도와 서도를 잇는 거문대교에 올라서니, 등대가 보였다. 사실은 거문도 해역에 여객선이 들어서니 녹산곶에 서 있는 하얀 등대가 보였고, 그 자태에 이미 반했다. 등대를 마주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지더라~ 더워도 상관이 없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등대를 지금 만나러 간다. 등대기행 31 - 녹산곶등대 (2020.6.20) 아리랑길을 시작하면서 거문도는 매번 탐방의 대상이 된 섬이었고, 등대기행을 시작하면서는 필히 가야 할 섬이었다. 여수에서 뱃길로 2시간..
수요일엔 빨간장미고 나발이고, 지겨워 디지겠다. 주중엔 열심히 일하고..., 그건 니나 그렇게 사세요~ 난 이제 그런 삶은 살지 않는다. 30분 일찍 회사를 나왔다. 집에는 가기 싫고, 이놈 저놈을 띄워 봤지만 독킹에 마음이 가는 놈이 없다. 등대나 하나 보러가자~ 등대기행 30 - 나사등대 (2020.6.3) 18시20분, 간절곶 남방2km 지점에 위치한 나사리해변에 도착을 했다. 주중의 한가운데라서 더 지겨운 수요일, 바다도 수요일이라 지겹긴 마찬가지였다. 도합 3기의 등대가 곧 닥쳐올 어둠에 스텐바이 상태로 서 있다. 2기의 등대는 땅이 아닌 콘크리트방파제 끝에 서 있고, 그 마저도 1기는 빨간옷을 입고 있다. 내가 가야 할 등대는 하얀옷을 입고 대구장끝에 서 있는 나사등대다. 화장을 하는 여자와,..
영덕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으로 가는 해파랑길 21코스는, 대한민국 해안에 조성된 탐방로들 중 그 때까지 내가 걸은 최고의 바닷길이었다. 나는 2017년4월22일, 강구항을 기점으로 해파랑길20~21코스를 걸었고, 종합게시판이 세워진 죽도산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전망대의 기능까지 하고 서 있던, 축산항등대는 너무도 웅장했다. 등대기행 29 - 축산항등대 (2017.04.22) 걷다가 지치면,... 다음에 걷지 뭐~ 하고 돌아서 집으로 가곤 하던 시절이었다. 봄 날의 태양은 여름 부럽지 않은 더위를 길에 쏟아내고, 그래도 길이 예뻐 빈약한 의지를 달래며 22km를 걸어 축산항부근에 도착을 하니, 비록 그 해발은 높지 않았지만, 종합게시판이 죽도산 정상부에 서 있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올랐다. 등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