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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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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길 - 지리산골길

지리산둘레길 2구간 ( 운봉~인월 )

경기병 2019. 12. 30. 17:49

무조건 바닷길이었다.


무조건 바닷길이었지만...,

속초 고성에 남겨둔 몇 마디의 해파랑길,

보돌바다에 놓여지는 해상교량들이 완공이 되면 더 이어야 할 이순신길,

추자도 우도 가파도 원도심만 일부 걸어둔 채, 기약 없이 남겨진 제주올레,

배를 타는 그 곳으로 가는 여정에 신물이난 아리랑길은 얼마나 남았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시작은 하돼, 끝은 맺지 않는다!

인생은, 주쎄리 저질러 놓고 엉망진창으로 꼬아놔야 그게 인생인기라~


그래서 또...,

길 하나를 찾아냈고, 그 길로 들어서기 위해 2019년도 마지막 토요일 새벽에 집을 나섰다.






일년에 한번은 지리산에 들곤 했다.

지지난주 두미도 천황산을 오르는데 문득 지리산이 생각났다.


주능선 종주도 두번했고, 천왕봉도 세번 올랐으니 이제 그 고달픈 오름은 싫다.

길에서 지리산과 그 산 주변의 풍경이나 실컷 보며 걷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야지~




홀로 떠나는 둘레길 도보여행

지리산둘레길 『운봉인월』

~ 지리산둘레길 2구간 시점




길은 전북 남원시 주천면 주천파출소에서 시계방향을 순방향으로 하여,

3도5시·군에 이어진 지리산 옛길들을 순환하여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21구간 295km로 설정이 되어 있다.



이왕 시작을 할거면 1구간의 시점인 주천면으로 가야하는데, 나는 2구간의 시점인 운봉읍으로 갔다.


나만이 알고 있는,

내 젊은날의 기억들이 회상이 되어 있을 길부터 만나고, 걷고 싶어서였다.




[지리산둘레길 2구간 시점 - 전북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 




09시50분, 바래봉이 보이는 길의 시점에 도착 했다.


추웠지만...,

하늘은 더 없이 맑았고, 해발450m 고원분지에 사는 사람의 집들에는 겨울이 한것 묻어 있었다.


출발전 설렘은, 그 동안의 바닷길에서 듦과는 확연히 달랐다.



   




[운봉 고원분지 들녘에서 바라 본 지리산 서북능선]






람천 제방길 3.8km를 걸어 동편제마을에 이르렀다.


스피커에서는 누군가 아침부터 목을 따고..., 지도를 보니 섬진강 동편이었다.








이성계가 활을 쏘아 아가바투의 투구를 벗기자, 퉁두란이 바로 활을 쏘아 그의 목에 꽂았다.



동편제마을옆 황산대첩비지가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전사한 왜구의 피가 몇일간이나 물들었다는 냇가가 아마도 람천이 아닐까 싶었다.




[황산]


[람천]




람천의 제방길이 끝나고,

얼마전 서해안길종주대를 이끄는 해미누나를 응원하기 위해 간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서 시작된 24번 국도에 닿았다.

7번, 2번, 14번, 그리고 24번 국도가 내 삶의 터전에 놓여진 길들이다.


길의 행정구역이 운봉읍에서 인월(引月)면으로 바뀌었다.

달을 끌어 올려 그 빛으로 왜구를 섬멸한, 고려말 무장들의 심정으로 곧 이어질 산길을 걸을 것이다.








24번 국도를 따라 인월로 곧장 가야지~란 유혹을 떨쳐내고,

해를 벗 삼아 운영주체에서 설정한 지리산 서북능선 덕두산 자락길로 접어 들었다.


오름길은 싫었지만...,




[옥계저수지 제방 소단부길]






내 사는 곳에도 겨울은 있지만...,

얼음은 냉장고에서 얼고, 눈은 티비속에서만 내린다.


겨울 투성이의 산자락길도 좋네~~




[인월면 소재지]


[흥부골자연휴양림 부근]




길가 측구에 얼어 있는 빙판을 못보고 걷다가 순간 훽 나자빠졌다.

이틀이 지나 기록을 하고 있는 지금도 오른쪽 엉치뼈가 약간은 아프다. 






[월평마을 골목길]




11시49분 지리산둘레길 2구간의 끝, 구인월교에 도착을 했고 람천과도 다시 만났다.


고원분지에서 마시는 산소는 너무도 시원했고, 바닷길에 지친 걸음은 산이 보여주는 풍경에 반해 있었다.




[지리산둘레길 2구간 종점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나는 혼자만의 길에서 배가 고파지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빵과 딸기우유를 먹고 만다.


내가 이상한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번잡해도 그렇고, 파리가 날려도 그렇고, 한그릇 팔아 얼마 남는다고...,


그래서 1인상을 주문하는 염치 없는 여행자는 아니고 싶었다.

물론, 혼자 식당문을 열고 들어 갈 용기도 없었지만...,



12시쯤 제2구가을 끝내고나니, 아침도 먹지 못했기에 허기가 진다.

부근에 7년전쯤에 그 맛을 본 어탕집이 보이니 허기는 한층 더 느껴졌지만, 그 문을 쉽사리 열지 못했다.


배낭에서 빵을 꺼내 먹을까? 하다가,

조심스레 가게문을 열고 '혼자도 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그런걸 왜 묻냐며 어서 올라오세요 한다.

저 손님상은 내가 가져가께, 하면서 안주인은 정갈하게 차려진 어탕 1인상을 손수 들고 왔다.

소주도 1병 시켰다.


한병을 다 비울수도 있었지만,

둘레길을 걷는 인간이 한병을 다 마시면 이상하게 볼 것 같아 두서너잔은 남겼다.




[구인월교 건너 '두꺼비식당 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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