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동투어 - 미술동물원 (6)
회상이 될 길의 기록
떠나는 2023년이 삼일의 연휴를 선물했다. 여름과 가을에 이어 겨울 제주가기를 바랬지만, 물가가 올라 외식하기도 겁이 난다는 이웃들에 의해, 제주행 항공편과 배편은 이미 한 석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처는 이제 길에서 정할 수 밖에는 없다. 도무지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초양도에 사는 슈빌 - 아루마루 아쿠아리움 (2023.12.23) 정처도 없이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통영에서 물메기탕을 먹고, 오랫만에 욕지도나 들어갔다 나와야지, 싶었다. 합포만을 건너 통영으로 가는 14번 국도 임곡교차 직전에서, 물메기 보다는 숭어로 욕지도 보다는 초양도로 마음이 바뀐다. 정처는 나선 길에서 생각이 난다. 14시쯤 남해도와 마주한 하동땅 노량항에 도착을 했다. 여름부터 시작된 하동 전어 순례는..
투약은 피폐함을 수반하고, 그 피폐함으로부터 내 엄마를 보우하고자, 주말이면 엄마를 데리고 정처없는 떠돎의 길로 나선다. 그러기를 언 삼년, 이제 정처의 풍경도 그 정처로 가는 길의 풍경까지도 외워지니 참 갈 곳이 없다. 내일이 일요일인 토요일은 제법 먼 길에 나서지만, 내일이 월요일인 일요일은 가급적 근동에서 정처를 찾곤한다. 허나 토요일인 어제는 미리 떠오르는 잔상의 풍경들이 싫어, 근동의 낙동강하구 을숙도를 서성였다. 그러니 오늘은 좀 멀리 떠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정처가 없으니, 어제의 미술관 투어를 이어나갈 수 밖에는 없었다. 도청 옆 미술관 - 경남도립미술관 (2023.11.26) 오랫만에 경상남도 도청소재지 창원으로 간다. 12시쯤 집을 나서, 13시쯤 도청 옆 '경남도립미술..
강 건너 대동으로 가 국수 한 그릇씩을 먹기로 하고 을숙도를 나서려데, 시각은 아직 17시가 안됐고 배도 전혀 고프지가 않다. 딱 한 시간만 서성일 곳이 있었음 좋겠다는 심정으로, 을숙도를 나가는 명지방향 길목에 담쟁이넝굴이 감싼 미술관이 보였다. 겨울, 을숙도에서 2 - 부산현대미술관 (2023.11.25) 내 언제부터 고고해져 박물관을 찾았고, 내 언제부터 풍류를 알아 국악원에 갔으랴 마는, 엄마와 더는 떠돌 곳 없어 간 박물관이었고 국악원이었다. 미술관 역시도, 국수를 먹자니 배가 고파지기를 기다려야 해 들어섰다. 또 돈을 안받네..., 요즘 왠만해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시설들이 태반이다. 그러고보니 좀 전에 탄 카트도 둘러본 문화관도..., 선진국이 돼 그런가..., 뜸하게 스치기만 한 미술관...
토요일 아침, 일어나니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몸은 찌뿌둥해지고 있었다. 차라리 비나 좀 내리지, 근데 문제는 하늘이 아니었다. 뼈마디는 쑤시고 근육들은 너덜너덜 찢어지는 듯한 간지러움, 점점 오한이 느껴져 쉽사리 이불을 걷어내지 못하는 오소소함, 처음엔 이거 루게릭병 아이가..., 했는데, 드디어 나도 중국산 시발바이러스에 걸렸구나..., 싶었다. 처박아둔 키트 하나가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하니 20분이 지나도록 선은 끝까지 하나였다. 단 한 번의 백신접종도 받지 않은 채, 주말마다 한반도 여기저기를 서성였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식구들과 동료들까지 감염이 됐어도, 나만은 절대 중국산 시발바이러스 따위에 농락 당하지 않는 개념을 유지했다. 뼈마디는 좀 더 쑤셨지만 그로해서 기분은 나아..
엄마와 오른 하늘길, 그 최고점을 찍고 다시 대전통영간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엄마는 대전에서 사는 맹수들과의 재회를 원했고, 우리는 대전에서 파는 튀김소보로의 맛을 보고자 했다. 그로해서 대전으로 간다. 재회 - 오월드 아프리카사파리 (2023.4.8) 그날처럼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나들목을 빠져나와, 대전광역시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 도착을 하니 16시30분쯤이었다.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을 사랑하는 놈도 아니고, 이제 와 이 나이에 동물원을 반 년새 두 번이나 찾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30분을 기다리면 야간할인이 적용된다고 했지만, 패쓰를 하니 입장료는 44,000원이었다. 또 21,000원을 지불했다. 도합 65,000원을 내고서야 곰, 사자, 호랑이 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