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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15코스 - 한림~고내 본문

제주올레 - 탐라바닷길

제주올레 15코스 - 한림~고내

경기병 2020. 7. 8. 11:47

13시50분, 한림항으로 돌아왔다.

이제 무조건 닥치고 제주해안길 잇기에 모든 것을 탕진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이어 온 제주해안길은 180km쯤이고,

오늘 한림항에서 약33km를 북동진하여 2018년9월24일 도두항에서 끝을 낸 선과 만나야 한다.

 

선을 잇고자 작심을 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항공편도 21시05분 마지막편으로 예약을 했다.

도두항에서 공항까지는 택시로 10여분이면 충분하고, 20시30분까지 6시간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5km/hr의 속도를 유지한다면 6시간20분이 소요될 것이고,

조금 더 빨리 걷는다면 공항에서 뭐라도 한그릇 먹고 갈 수도 있다.

 

출발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자 도선대합실의 남자화장실 하나뿐인 칸을 사용하고자 함에,

언놈이 개변비가 심한지? 아놔! 들어가더니 도통 나오질 않아 십여분을 개짜증으로 허비하여야 했다.

 

 

 

 제주올레 15코스 - 한림~고내 (2020.7.4)  

 

 

회색이라고 투덜거린 하늘이 고맙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여름날 땡볕속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고행인지 알면서도,

흐린 하늘을 미워했음에 깊은 반성을 하며 14시07분 한림항을 출발했다.

 

 

 

 

 

한림항을 벗어나자 올레는 들녘을 돌아 해안으로 나오게 했지만,

나는 제주바당길로 지정된 해안길을 외면하지 못했다.

 

동덕여대 제주연수원을 지나니, 곶의 지형에 하얀옷을 입고 선 등대 하나가 보였다.

안그래도 100등대 채우기가 장난이 아닌터라, 시간이 조금 지체가 될지언정 등대 답사를 아니 할 수는 없었다.

 

 

 

운용곶 등대

 

 

등대주변에 콘크리트펌프카와 1톤트럭이 세워져 있어,

등대를 담음에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 생쇼를 하다가 이까운 시간 10여분이 날아갔다. 

 

 

 

 

 

회색의 공간에 검은돌 투성이의 해안, 그리고 시커먼 아스팔트길...,

시작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채워야 하는 제주해안길 실루엣은 늘 이 꼬라지다.

 

 

사람들은 그렇더라~

제주올레라 말하면, 눈알이 반짝이고 꼭 못가는 현실탓의 아쉬운 표정을 짓더라~

 

걸어봐라~

눈알의 빛은 그대로이고, 시작을 안한 현실이 얼마나 좋은 시절이었는지 단번에 안다.

 

해안가 검은돌에는 온통 파래 같은게 붙어 썩어 있고,

길에는 허하호를 단 흰색차량들이 정말 거슬리게 수도 없이 처돌아 다니고,

풍경이 좀 있는 곳에는 여지 없이 커피스트리트가 도열해 있음에 학을 뗀다.

 

나는 어쩌면? 이제 느끼고 즐기는 올레는 없다.

나는 어쩌면? 이제 채우는 올레밖에 남지 않았다.

 

 

 

 

 

심심찮게 제주도로 이주를 한 사람들의 삶을 보고 듣게 된다.

 

제주도는 대한민국령의 지배를 받기에 뭍이 본토일뿐, 충분히 자족이 가능한 섬이라기 보다는 지역이다.

섬의 특수성과 문화적 이질화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더하여 물가도 본토와 차이가 없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사회적 불편이 없는, 그래서 제주도는 살기 좋은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서의 삶을 누리고자 토착민이 이룬 땅에 더부살이식 이주를 한다.

또한 그 수에 반하지는 못하지만, 제주도 더부살이에 적응을 못한 일부는 다시 뭍으로 돌아가고도 있다.

 

왜일까?

제주는 제주사람이 살아야 한다.

시덥지 않게 꿈을 꾸러 온 제주 더부살이는 타지에서의 삶일뿐이다.

 

그냥 지 태어난 곳에서 살고, 제주는 우짜다가 한번식 찾는 그런 제주가 되길 나는 모두에게 바란다.

지금 제주는 너무 비좁고 아수라장이다!

그들로해서!!

 

 

   

 

 

한수골해녀학교를 지나니 정자앞 빈테크가 보였다.

쉬지 말고 계속 걸어야 하는데, 허기가 저혈당으로 변할까? 싶어 잠시 쉬면서 뭐를 좀 먹어야 했다.

 

보이는 방파제 안바다에서는 해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물질?연습이 한창이다.

사람살아가는게 다 그렇지만, 특히 그 노동의 강도가 심한 직업이 있고 해녀 또한 그 일이 만만찮을텐데...,

부디 고생보다는 삶의 영위와 즐김을 동시에 배워주는 학교이길를 바랬다.

 

니가 안바래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라고, 말하면..., 미안-

 

 

 

 

 

하튼, 아-들앞에서는 물도 못마시는기라~

내내 텅텅 비워있던 곳에 내가 앉아 있으면, 흰차들은 잘 가다가도 꼭 차를 세우고 곁으로 와 어정거린다.

 

걷는게 고달파 넋을 놓고 앉은 폼이 그렇게 따라할 가치가 있어 보이는지??

그래 실컷 머물러세요! 나는 간다.

 

 

 

 

 

귀덕리 복덕개포구를 지날쯤, 방파제앞 작은 바위섬에 거북이를 탄 등대 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

또 외면을 하지 못하고 등대를 담는다고 5분여를 지체했다.

 

 

 

귀덕 등대

 

 

때론, 사람이 만든 풍경이 원래의 풍경을 넘어선 경우가 종종 있다.

 

내게는 등대가 서 있는 곳이 그랬다.

그 곳에 등대가 서 있지 않았다면 잠시도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곽지해변

 

 

귀덕포구를 돌아 금성천 하류를 횡단하니, 이내 곽지해변이 나타났다.

 

아- 여름이었제...,

여름에 해수욕장이 채워진 당연함이 조금은 신기함으로 보였다.

 

 

 

 

 

절정인 곳을, 절정과는 상관 없는 모양새로 지나칠때가 트레킹중 제일 초라해진다.

다들 물냉을 주문하는데 꼭 비냉을 고집하는 아집과 다들바 없는 꼴이기도 하다.

 

ㅋㅋㅋ 저 꼴 좀 보소 ㅎㅎㅎ

환청이 들려, 내 트레킹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곽지해변을 탈출했다.

 

 

 

한담해변과 애월카페거리

 

걸어 온 길

 

 

곽지해변에서 한담해변으로 넘어오는 해안길은, 연인들 혹은 청춘들에게 내어주어야 할 길이었다.

근데, 눈치 없는 걸음이 그 길을 고수했다.

 

역시도 빠르게 통과를 해주는 것만이 상책이었다.

 

 

 

애월어항

 

애월항을 지난다.

이제 십여분만 가면 올레15코스가 끝나는 고내포구가 나온다.

 

 

 

 

 

16시50분, 13km를 걸어 제주올레 15코스와 16코스가 갈리는 고내포구에 도착을 했다.

 

포구의 해안도로 방호벽에 퍼질러 앉았다.

간만에 속보로 두시간반을 걸어서 그런지..., 아이구 시발~ 사람 죽겠다! 그 심정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