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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2 겨울 동해 최북단 여행기 본문

일박이일 - 짐싸여행기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2 겨울 동해 최북단 여행기

경기병 2022. 1. 13. 12:30

2022년,

그 첫 날에는 서해안 만리포에서 해지는 바다를 보았다.

 

일주일이 지난 이번주는 동해안 최북단으로 올라가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북위 38º35'에서 바다로 나간 금강산 끝줄기 말무리반도를 또 한번 엄마에게 보여줄 것이다.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2 겨울 동해 최북단 여행기 (2022.1.9~10)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말무리반도

 

 

 

때가 되면 그 곳으로 간다.

고된 날개짓으로 그 곳을 찾아가는 철새처럼...,

 

 

 

 

 

 

 

 

 

집을 나선지 다섯시간쯤이 지나서야 거진항에 도착을 했다.

 

같은 나라, 같은 바다, 같은 사람들이지만,

거진항에 오면 아련하고 시리고..., 나는 그런 기분이 든다.

 

 

 

 

거진항

 

 

 

 

 

엄마가 난전에서 말린 생선들을 사이에 두고 상인들과 남녘과 북녘 대화를 나눈다.

엄마에게도 거진항은 나처럼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회도 뜨고 항도 좀 더 서성이고 싶었지만,

명태와 말린 생선들만을 사고 곧장 남은 북상의 길을 이었다.

 

15시까지는 무조건 숙소에 도착을 해야만이 오션뷰 방구석을 차지하기에...,

 

 

 

 

해파랑길49코스에서 걸었던 거진리 해안도로

 

대진리 해안

 

베이스캠프 - 고성 금강산콘도

 

 

 

다행히 15시가 지나기 전 마차진에 도착을 했고,

재작년 이용에서는 배정을 받지 못한 바다쪽 객실도 무난하게 배정을 받았다.

 

맨날 뜨는 해지만,

그래도 2022년이 되었고,

바다에서 나오는 해의 기운이 엄마의 올해를 보우해주길 기원하고자 이 곳으로 왔다.

 

심정이야 1월1일에 나오는 해에게 부탁을 하고 싶었지만,

대한민국 1월1일의 호들갑속에서 바빠진 해가 내 간절함을 알아주겠나..., 싶었다.

 

 

 

 

대진해변과 대진등대 - 1

 

대진해변과 대진등대 - 2

 

 

 

단지, 보이는 뷰만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오래된 콘도에 전자렌지가 없다.

햇반을 삶고 거진항 맛집을 치면 첫 번째로 등장하는 식당에서 포장한 생선조림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소맥을 말아 최북단에서 잡힌 생선회를 먹고 싶었지만...,

 

 

 

 

 

 

 

425km의 북상길이 다소 피곤했는지, 엄마가 이불을 펴고 거실에 누웠다.

나도 따라 퍼지고 싶었지만...,

 

16시쯤, 혼자 숙소를 나왔다.

회가 먹기 싫다고 했기에 거진항으로 다시 갈 이유도 없고,

지금 지상에 둔 차를 빼면 나중엔 지하에 차를 넣어야 하기에 걷기로 했다.

 

 

 

 

2년 전, 대진등대로 간 길

 

5년 전, 해파랑길 49코스에서 만났던 방향안내판

 

대진해변의 겨울

 

 

 

해파랑길(49코스)로, 등대기행(대진등대)으로 걸었던 길들을 따라 대진항으로 왔다.

 

그럴싸한 저녁 떼거리를 좀 구하고자 했지만,

최북단의 어항 주변만을 서성였다.

 

 

 

 

대진항 - 1

 

대진항 - 2

 

 

 

그 땐 신이 난 낯섦이었는데,

2년을 늙어서 와 그런지 그런 낯섦도 없거니와 풍경에 머무는 맛도 없었다.

 

 

 

 

 

 

 

 

 

 

 

빈 손으로 터벅터벅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지하에 있는 식당들에서 닭 한 마리와 황태구이정식 2인분을 포장해 객실로 들어서니,

엄마는 이불 두 장을 덮고 곤히 자고 있었다.

 

 

 

 

마차진해변

 

대진해변

 

 

 

 

 

다른 객실들은 살 판이 났지만,

우리 객실은 집이나 다들바 없었다.

 

엄마는 테레비를 보고,

나는 혼자 마신 술에 취해 바닷가를 조금 서성이다가 돌아와 그대로 자버렸다.

 

 

 

 

2022.1.8 PM20시쯤

 

2022.1.9 AM06시쯤

 

2022.1.9 AM08시쯤

 

 

 

해는 바다에서 나오지 않고,

사람 애간장을 다 태우다가 08시가 넘은 시간 동쪽 하늘가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마차진해변

 

 

 

해를 보았으니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

말무리반도를 보러 갈 것이다.

 

 

 

 

 

 

 

 

 

10시 정각 출입신고서를 출발 민통선내 7번국도를 달려,

10시 15분쯤 고성통일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통일을 바라지도 않으면서, 내 인생사 이 곳에 다섯 번을 오게 되었다.

말무리반도를 보기 위해서...,

 

 

 

 

북녘, 말무리반도

 

남녘, 명파리해안

 

 

 

해무인지, 미세먼지인지는 몰라도 뿌연 대기속 말무리반도가 희미하게 보였다.

 

인간사 아무 쓰잘떼기 없는 이념으로,

동족을 학살하고 반도를 갈라놓고도 부족해 아직도 한반도를 더럽히는 놈들,

그 놈들 때문에 저 아련한 말무리반도에 갈 수 없는 아나키스트는 또 이 곳에 올 것이다. 

 

 

 

 

 

 

 

 

 

원래의 계획은,

말무리반도를 보고 평창의 발왕산 또는 춘천의 삼악산을 둘러 집으로 가고자 했지만,

엄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곧장 집으로 가는게 현명한 선택이 되었다.

 

풍경은 언제나 늘 그 자리에 머문다.

오늘 그 곳에 가지 못함에 아쉬워 할 이유는 없다.

 

 

 

  

 

 

 

 

 

 

집으로 오는 길,

 

속초 중앙시장과 양양 휴휴암를 잠시 둘러보고자 했지만,

입구부터 진을 친 인파속 헤메일 엄두가 나질 않아 양양시장에서 간단히 점심만을 먹고, 

동해고속도로와 7번국도를 냅다 달려 19시쯤 무사히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집이 최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