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본문

한국삭길 - 하늘풍경길

엄마와 오른 하늘길 -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경기병 2022. 4. 27. 18:19

나이가 들수록 참 일이 하기 싫어지는 요즘이다.

 

심정이야 당장에 회사를 땔챠뿌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삶으로 생을 전환하고 싶지만,

백수가 된 아들의 꼴을 차마 엄마에게 보일순 없어 억지로 억지로 이 지긋한 날들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 2022년 4월 22일은 금요일이었고,

진주만과 노량과 광양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그 산의 정상을 오르는 하늘길이 열린 날이었다.

허나 벌어먹고 사는 날에 발이 묶여 나서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러야 하는 치사한 날이기도 했다.

 

오늘 2022년 4월 23일은 토요일이었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장군의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하늘길을 찾아 집을 나섰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2022.4.23)

하부역사로 내려서는 하늘길에서 마주한 중평항과 솔섬

 

 

 

출발 전, 목적지를 묻는 말에,

철이 되었으니 남해로 가 멸치쌈밥이나 먹고 오자고 했다.

 

행여 케이블카 타러 간다고 공표를 하면,

행여 손사래를 쳐, 하늘길은 고사하고 육짓길마저 난감해질 수 있다.

 

진교로 향하는 길,

룸밀러를 통해 엄마의 표정을 엿보니 오늘 하늘길 탐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진교나들목을 빠져나오니 금오산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제서야, 단호하게 '오늘 저 산 꼭대기로 간다!'라 말하였다. 

 

 

 

 

 

 

 

 

13시쯤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 금오산기슭 1002번 지방도가에 자리한,

하동플라이웨이케이블카 하부역사에 도착을 했다.

 

의외로 사람들이 오지 않았고,

그로해서 발권과 동시에 곧장 탑승도 이뤄졌다.

 

 

 

 

 

 

 

엄마와 열두번째 오르는 하늘길이다.

 

팔순을 넘긴 아픈 엄마이지만,

아직은 지팡이도 짚지않고 케이블카 따위는 거뜬히 타는 엄마가 곁에 있어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해발 875m 하동의 금오산은 남해안의 대표적 명산이다.

그 산의 정상에 서면 장군의 바다 진주만과 노량 그리고 광양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록 오늘은 날씨가 흐려 산 아래 장군의 바다는 구름과 해무에 가려져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다.

엄마와 오르는 하늘길에 그런 조건은 부여치 않는다.

 

 

 

 

 

 

 

경기도 화성시의 '서해랑제부도해상케이블카에서 국내 최장이란 타이틀을 4개월만에 삭제시킨,

경상남도 하동군의 '히동플라이웨이케이블카가 수립한 국내 최장 하늘길 2.56Km를 상승하여,

13시40분쯤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

 

 

 

 

 

 

 

 

운무에 가려 삼천포대교고 남해대교고 노량대교고 이순신대교고...,

뭐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방향의 각도에 따라 저쪽이 삼천포고 저쪽이 남해도고 저쪽이 여수고...,

그렇게 시부렸을 뿐이다.

 

 

 

 

스카이워크 주탑

 

금오산의 상징

 

 

 

이 산에 세 번째 올랐다.

그 전의 두 번은 정상에 방공포대가 있어 임도를 이용 차를 몰고, 오늘은 케이블카를 타고서...,

 

 

2012년 8월 18일,

사는게 심심한 토요일 오후에 박배낭을 차에 싣고 이 산으로 왔었다.

 

궂은비가 내려 풍경은 운무에 가려졌고,

사는게 심심해 올라 온 산에서 더 심심에 갇혀 밤새 술만 처마시다가 날이 새자마자 산을 내려왔다.

 

 

 

 

2012.8.18. 금오산 비박 - 1

 

2012.8.18. 금오산 비박 - 2

 

2012.8.18. 금오산 비박 - 3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2013년 3월 18일,

또 사는게 심심해진 금요일 퇴근 후, 박배낭을 차에 싣고 또 이 산으로 왔었다.

 

삼월이라지만 밤은 추웠고,

밤새 추위에 떨다가 날이새자마자 달아나듯 산을 내려왔다.

 

 

 

 

2013.3.14. 금오산 비박

 

 

 

생쑈와 생지랄을 일삼았던 세월은 그렇게 10여년이 흘렀고,

생쑈와 생지랄을 펼친 그 때의 '금오산해맞이전망대는 '하동플라이웨이케이블카의 상부역사로 변했다.

 

이게 세월인가? 싶었다.

 

 

 

 

짚라인을 타고 내려가는 아이들

 

 

 

나이가 들수록 참 일이 하기 싫어진다.

아니, 하루라도 빨리 은퇴를 하고 싶어 미치겠다.

 

이럴지언데,

늘 일을, 그것도 아주 열심히 처하고 있는 놈들이 있다.

일도 할 만큼 처했고 돈도 벌 만큼 처벌었음에도 절대 식지 않을 열정으로 일을 처한다.

땡하면 집구석이나 어디론가 처가야 그게 정상인데, 이 놈들은 퇴근할 생각도 않은 채 일을 처한다.

심지어 주말에도 처기나와 없는 일을 처만들어 일을 처한다.

정말 일만 하다가 디질 놈들이다.

 

인간사 그 많은 중독들에서 왜 하필이면 일에 처미쳐 저 지랄을 하고 사는지??

앞으로의 삶에 무한의 꿈을 실어 열심인 청춘이라면 그 모습은 분명 아름다울테지만,

노안이 와 글자 크기 10도 잘 안보는 눈으로 열심히 일을 처하고 있는 꼴은 아주 볼썽 사납다.

뒷통수를 한 대 갈겨주고 싶을 만큼...,

 

수시로 SNS에 떠돎의 사진을 올리던 그가 언제부터인가 모든 사진들을 내렸다.

와 그라노? 물으니, 일에 미친 놈들로부터 편협한 태클이 들어와 상대하기 싫어 그랬다!고 했다.

일만하고 사는 놈들도 가끔은 남이 뭣하고 사는지? 궁금하기는 한갑다, 싶어 썩소가 나왔다.

 

일에 미친놈들을 위해 염라대왕께 빌어주었다.

평생 일만을 하다 디져서 오는 놈들, 그 곳에서도 쭉 일을 하도록 해 주십싸, 하고...,

 

 

 

 

 

 

 

 

짚라인을 타고 내려갈까?도 싶었지만, 

시설별 착륙지도 다르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쓴소리를 들을게 뻔해 차마 그러지 못했다.

 

 

 

 

 

  

 

 

14시10분쯤, 하부역사로 돌아왔다.

 

비록 풍경은 운무에 숨어 버렸지만,

붐비지 않아 더 없이 좋았던 엄마와의 하늘길, 그 열두번째 오름은 하동의 금오산이었다.

 

 

 

 

남해대교

 

 

 

집을 나설때의 약속을 이행하고자 노량을 건넜다.

 

봄바다에서 도다리 다음 도래 순번은 멸치다.

찌진 멸치를 뼈대를 기준으로 좌우로 갈라 쌈 없이 그대로 먹어야 그게 봄멸이다.

 

 

 

 

 

 

 

 

남해멸치를 먹고 난 엄마가 삼천포멸치를 사러 가잔다.

 

냉장고에 여수멸치 거제멸치가 그대로 있음을 알지만, 엄마가 하자는대로 따랐다.

엄마는 여전히 장을 볼 수 있기에..., 

 

 

 

 

창선교

 

삼천포대교

 

 

 

 

부산 - 거제 - 통영 - 사천 - 하동 - 여수 - 해남,진도 - 목포로 이어지는 남해안 하늘길시리즈는 오늘로써 끝이 났다.

 

중국산바이러스가 잦아들면,

수도권에 남은 하늘길들을 찾아 가야지...,

 

 

 

 

 

엄마와 오른 하늫길 12  -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