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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다시 그 뱃길에 - 거제도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본문

살다보면 - 픽션은없다

다시 그 뱃길에 - 거제도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경기병 2022. 8. 2. 17:25

태풍 하나가 서해상으로 향하는 일요일 아침,

그 바람에 딸려가다 낙오된 구름들이 하늘을 헤메이다 비를 뿌린다.

 

부시시 일어나,

커피 한 잔을 타고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발코니로 나와 회색이 된 세상을 내려다 본다.

 

뱃길에서 이 비나 맞을까..., 싶었다.

 

 

 

다시 그 뱃길에 - 거제도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2022.7.31)

거제도 어구항에서 한산도 소고포선착장을 향하는 뉴을지카페리호

 

 

 

어구항 근처에 맛집을 검색하니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곧장 해물뚝배기를 빌미로 엄마를 꼬득였다.

 

하둔에서 점심을 먹고 어구로 가,

15시에 한산도 소고포로 가는 페리호 탑승을 목표로 12시쯤 집을 나섰다.

 

 

 

 

통행료 좀 처내려라~ 오새 카드청구서에서 니가 가져가는게 장난이 아니다.

 

 

 

13시 50분, 

다행히 목표로 한 시각 보다 10여분 앞서 둔덕면의 소재지 하둔에 도착을 했다.

 

이제 해물뚝배기가 엄마의 입맛을 충족시키면,

아직 비공개중인 오늘 뱃길에 대하여 조심스레 그 계획을 내비칠 것이다.

 

 

 

 

 

 

 

아놔..., 이런~ 

평소 20인분 정도를 준비한다는 재료가 오늘은 다 소진이 되어 해물뚝배기는 안된단다!

 

할 수 없이 정체불명의 생선구이를 시켰다.

 

대가리와 뼈대만 남은 생선구이 접시를 사이에 두고,

16시가 지나야 약기운이 사라지는 엄마에게 '15분 정도 배를 탈 수 있겠냐?'고 의향을 타진했다.

 

요즘 모든 수치가 좋아지고 있는 엄마는,

어지러워서 못탄다는 지난 몇 번과는 달리 오늘은 흔쾌히 수락을 했다.

 

 

 

 

 

 

 

 

14시 40분쯤,

거제도 서부해안 어구항으로 왔다.

 

배가 타고 싶어지면 아니, 바다에 떠 있고 싶어지면 찾는 항로다.

일이 있어 가는 한산도도 아니고, 누군가 그리워 가는 한산도도 아니다.

단지, 엄마와 바다에 떠 있고 싶어서 가는 한산도다.

 

 

 

 

거제도 어구항과 한산도 소고포선착장을 오가는 '뉴을지카페리호'

 

 

 

 

승선시간이 가까워지자,

그간 수 차례 승선을 한 을지2호 대신에 낯선 페리호 한 척이 항으로 다가왔다.

 

을지2호는 어디로 간겨?

그리고 대신 나타난 저 새 배는 뭐야??

 

사람의 마음은 그렇더라~

헌 배일때는 새 배로 바꼈음 했는데,

막상 새 배로 바뀌고 나니 헌 배는 어떻게 되었을까? 좀 허탈해지더라~

 

통영 땅, 한산도로 가는 최단 항로는,

거제 땅, 어구에서 소고포로 가는 오늘 엄마와 내가 떠 있고자 하는 바다를 건너는 뱃길이다.

 

이 항로를 수십년 오고 간, 그 늙은 페리호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새 차를 사게 되면,

기껏해야 이삼백 받고 중고차매매센터에 넘기는 대신에 폐차를 시켜왔다. 

생명은 없지만, 또 다른 주인을 만나 그 늙은 기관을 힘겹게 돌리지 않기를 원했다.

 

숱한 사람들을 싣고 거제도와 한산도를 오고 간,

그 늙은 을지2호를 잘 보내주었기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을지2호의 기억 (2021.12.26)

 

 

을지2호의 기억 (2021.12.26)

 

 

 

지난 대선 때,

후보로 나선 이들 모두 통영을 상대로 한 공약에서는 한산대교의 조기건설이 화두였다. 

 

추봉도 예곡에서 추봉교를 건너 한산도 북서단 관암까지 이어진,

도로의 등급이 5번국도로 표출됨은 공약의 실현을 뜻하는 것으로 현재는 점쳐지지만, 글쎄??다.

 

한산대교(가칭)가 놓여지면 한산도를 오가는 모든 뱃길도 기억이 될 것이다.

사라진 을지2호 처럼...,

 

 

 

 

어구항

 

 

 

15시, 새 배가 접안램츠를 돌아섰다.

그리고 양식의 바다로 난 미로 같은 항로에 들어선다.

 

 

 

 

 

 

 

 

 

비가 내리길 바랬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회색으로 드리운 하늘밑, 더 짙어진 회색의 바다에 엄마와 떠 있게 됨이...,

 

 

 

 

지나가는 배 (한산농협카페리2호)

 

그 배의 운항시간

 

 

 

엄마는 차에 앉아 바다에서 세월을 보고,

사람들은 갑판에 서서 바다에서 추억을 만들고,

나는 선미에서  따라오는 갈매기들을 보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꿨다.

 

그러고 있으니 소고포였다.

 

 

 

 

소고포선착장에 접안을 하는 뉴을지카페리호

 

 

 

막상 소고포에 내리니, 또 여길 왜 왔나..., 싶었다.

사는게 심심해서지, 뭐가 있겠노..., 싶었다.

 

 

 

 

추봉교

 

 

 

15시 15분, 소고포 도착 후,

15시 30분, 섬의 번화가 진두항을 둘러본 다음,

15시 40분, 통영으로 나가는 제승당항으로 곧장 와 버렸다.

 

 

 

 

제승당항

 

통영항과 제승당항을 오가는 파라다이스호

 

 

 

16시 05분 항차로 섬을 나갈 것이다.

 

50여분을 머물고 떠나는 섬,

단지 엄마와 항로에 있고 싶어서 온 섬일뿐이다.

 

 

 

 

 

 

 

 

다가오는 8월의 중순에,

길의 인연들과 통영의 섬으로 트레킹 겸 여행을 추진했다가 엎어버렸다.

 

그리고 엄마를 데리고 그날의 주된 대상지로 선정한 섬으로 왔다.

 

배가 오기를 기다리며 제승당 앞바다를 본다.

이 좋은 바다에 1,500km 이상을 같이 한 인연들과는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산도 제승당항과 통영항을 오가는 한산농협카페리호

 

이십여일이 지나면 또 건너게 될 뱃길

 

 

 

 

뱃길에 내리는 비를 맞고자 나선 길이었지만, 

비록 그 뱃길에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다시 건강해지는 엄마에게 선물을 한듯 한 뱃길이었기에 이만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