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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통영항에서 연화도 연화항 본문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통영항에서 연화도 연화항

경기병 2022. 10. 19. 15:22

가을이다.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날들이다.

 

이 좋은 가을날에,

사람들은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산으로 간다.

 

이 좋은 가을날에,

나는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파란 하늘빛에 물든 푸른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간다.

 

 

 

한국뱃길 - 통영항에서 연화도 연화항 (2022.10.15)

연화도에서 통영으로 나오는 뱃길

 

 

 

차를 배에 싣고 입도를 해 일주를 할 수 있는 통영의 섬은,

사량도와 욕지도 그리고 견내량 북부해역 지도와 남부해역 한산도가 어쩌면 전부다.

 

비포장이지만 일주도로를 가진 두미도는 하루 두 번뿐인 항차에 그 시간마저 여의치가 않아 못가고,

남부해역 약1.5km의 해안도로를 가진 상노대도 역시 두미도와 같은 뱃길이라서 못간다.

 

 

이 좋은 가을날에는,

푸른 바다를 건너 햇살마저 평화로운 섬으로 감이 타당한데...,

 

서너번 간 섬으로는 더 이상 가기가 싫고,

가보지 못한 섬들은 육짓길 300km 이상의 저 멀리에 있고...,

 

연화도나 가자!

그게 오늘의 정답일 듯 싶었다.

 

11시쯤 집을 나와 13시30분 항차를 타고자 불이나케 통영항여객선터미널로 갔다.

 

 

 

 

 

 

 

 

 

13시16분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을 해 그리 급박함 없이 발권을 했다.

 

엄마는 지금까지의 섬 탐방에서,

말 그대로 신비의 섬 울릉도를 최고로 치부했고 그 다음을 연화도라 했다.

 

작년 5월에 탐방을 한 섬의 기억을 찾아 13시30분 연화도로 가는 뱃길에 올랐다.

 

 

 

 

 

 

 

 

 

물론 당일의 하늘빛이 뱃길의 바다색을 물들이지만,

통영항을 출항하는 뱃길들에서 그 색과 그 주변이 가장 예쁜 항로는 단연 연화항으로 가는 뱃길이다.

 

통영운하 미륵도 북부해안가에 건립된 건축물들,

미륵도 남부해역에 미로처럼 늘부러져 있는 꽃잎 같은 섬들,

그리고 연화도를 수문장처럼 지키고 선 내·외부지도 사이 해협을 통과할 때의 그 기분 듦,

 

그게 오늘 연화도로 가는 뱃길에 오른 이유다.

 

 

 

 

나는 이 수역을 통영운하라 부른다.

 

같은 항로를 오가는 아일랜드호

 

오곡도

 

미륵도 남부해역 연대도와 학림도

 

매물군도(좌)와 소지도(우)

 

내,외부지도 사이 해협

 

내부지도

 

외부지도

 

 

 

회상도 바다에 있고 그리움도 바다에 있다.

지금 엄마가 바라보는 바다에 있는 것들이, 나중에 내가 바라보는 바다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은 먼 훗날의 이야기일 뿐!

지금이 분명 아름다운 시절임에는 틀림이 없다!!

 

 

 

 

연화도와 반하도 사이 해협에 걸쳐진 연도교

 

 

 

연화도로 타고 온 '가자바다로호'

 

 

 

14시30분이 조금 지나 연화도 북부 연화항에 닿았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푸르고 배는 고팠다.

우선 밥부터 먹어야 바다고 섬이고 나발이고 눈에 들어올 듯 싶었다.

 

 

 

 

 

 

 

 

 

식당앞 테이블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엄마가 당신은 먹지 않은채 곁으로 온 고양이들에게 생선을 자꾸만 준다.

쫓아내려하니 그러지 마라며 사람 먹을 것도 남기지 않을 태세로 적선을 이어간다.

 

사람 백 명 사는 섬에 고양이는 사백 마리가 산다고 했다.

하기싸 밥 먹는 옆으로 와 저리도 애걸을 하니 나눌 수 밖에 없음이 애잔한 엄마의 마음이었다.

 

 

 

 

연화항

 

연도교 넘어 우도

 

 

 

다시 온 섬은 처음 왔을 때의 딱 절반 만큼만을 누리게 한다.

 

그날은 섬 구경을 시작할즘 이름 모를 새가 노래를 불러 주었지만, 

오늘은 새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은 마주하는 모든 풍경에 마음 설레였지만,

오늘은 스치는 풍경에 기대는 재미마저도 일지 않았다.

 

 

 

 

섬으로 들어서는 일주문

 

용머리해안

 

 

 

바다를 건너는 뱃길에 섬은 있어야 할 존재일 뿐이다.

 

섬의 동단 동두마을로 가,

그 곳에서 잠시 머물다가 연화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날의 탐방에 샅샅이와 낱낱이를 덧붙인 결과가 오늘 탐방의 밋밋함으로 나타났다.

 

 

 

 

 

 

동두마을에서 바라본 연화도 출렁다리

 

 

 

보이는 것이라곤 한적한 평화가 다인 동두마을 선창가에 차를 세웠다.

 

늘 그래왔듯,

엄마는 선창가 쉼터에 앉아 무심한 세월을 바다에서 보고,

나는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접안방파제 끝으로 가 바디에서 세월을 지웠다.

 

 

 

 

연화도 - 반하도 - 우도간 연도교

 

연화항 앞바다

 

연화항공사를 마치고 떠나는 예선과 대선

 

 

 

그 뱃길이 그리워 다시 온 섬에서 점심을 먹고나면 할 짓은 없다.

 

억지로 찾아 낸 짓이라곤 섬을 좀 서성이는 짓이 다다.

서성임도 지겨워지면 타고 나갈 배가 오기만을 우두커니 기다린다.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백호형님은 이 심정을 알까?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배에 사연도 실리나?

 

혼자 우문우답을 하며 그러고 있으니,

욕지도쪽 수평선에서 배 한 척이 아련하게 보였고, 제 시간보다 십여분 일찍 항에 접안을 해 왔다.

 

 

 

 

통영으로 타고 갈 '아일랜드호'

 

 

굿바이~ 연화도!

 

 

 

17시 정각,

통영으로 나가는 아일랜드호는 연화도 연화항을 출항했다. 

 

지난해 오월,

엄마는 아프기 시작했고,

막막한 절망감에 갇힌 나는 의료진을 대하는 순간마저 두려워 진료실에도 들어서질 못했고,

기도를 할 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엄마를 데리고 바다와 뱃길로 나오는 것이 다였다.

 

정확한 병명과 병기가 밝혀지고 그 치료가 시작될 즘, 엄마를 데리고 온 섬이 연화도였다.

바다와 뱃길과 섬은 항암치료에 지치고 힘겨워하는 내 엄마를 충분히 위로하고 보살펴주었다.

 

득분에 일년반이 흐른 오늘,

엄마는 다시 파란 하늘이 만든 푸른 뱃길을 건너 연화도로 오게 되었다.

 

잘 지내고 있어라, 고마운 섬 연화도야...,

 

 

 

 

 

 

 

 

 

통영바다에 저녁이 오는 풍경을 보고자 바람부는 뱃전에 올랐다.

 

사는 거 별 거 없다.

일하는 날이면 회사가고, 쉬는 날이면 바다로 오고...,

 

사는 거 별 거 없다.

내 낳아준 엄마하고 세상 여기저기 서성이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고...,

 

사는 거 별 거 없다.

이래 사나 자래 사나 매 한가지인게 인생인기라~

 

 

 

 

 

 

 

18시 정각, 통영항여객선터미널로 돌아왔다.

충무김밥을 사 집으로 오니 20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었다.

 

 

 

 

 

 

 

김밥으로 소맥을 말아 마시며 테레비를 보는데,

 

스스로 국민을 대표한다며 온갖 혜택을 누리는 작자들이,

피감기관 당사들을 강제 구경꾼으로 잡아둔 채, 또 치열한 당리당략으로 치고박는 중이었다.

 

지는 상대를 모욕하고 질타해도 되지만,

지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라서 상대의 반론조차 거부하는 파렴치함에 적개심이 일었다.

 

저것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더 싫어졌지만,

연화도 때문에 한반도는 더 좋아지니 이거 뭐를 우째야 될지...,

 

인생 별 거 없는데, 뭣 한다고 저 지랄들을 하고 사는지? 

 

 

 

 

 

한국뱃길 시리즈 20 「통영항에서 연화도 연화항」

□ 운항선사 : (주)대일해운 가자바다로호, 아일랜드호

□ 항해거리 : 16.2마일 / 1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