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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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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기행 - 등대가는길

등대기행 51 - 대신등대

경기병 2022. 11. 3. 14:51

밥그릇에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에 일어나니 9시30분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깨워 같이 밥 먹자는 소리를 않는다.

 

냉장고로 들어가는 반찬통들을 리턴해 밥을 퍼고 국을 뜨 나도 아침을 먹었다.

 

내가 먹은 식기와 먼저 먹은 식기들을 모아 설겆이를 하니,

이를 지켜보던 엄마가 '와 니가 설겆이를 하노'라며 역정을 낸다.

 

설겆이를 끝내고 재활용품까지 내다버리고 오니 10시30분이었다.

멀리 떠나야 할 날에 그 출발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자 아침부터 난리를 쳤다. 

 

 

 

 

등대기행 51 - 대신등대 (2022.10.29)

백수해안을 밝히는 대신등대

 

 

 

사일째였지만 오늘도 머리를 감지 않았다.

 

머리를 감는 것 보다 잠을 더 자는게 훨씬 옳고,

머리를 감는 것 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곳에 당도함이 더 중요하다.

 

 

오랫만에 한반도 서남권역의 섬으로 가는 뱃길에 엄마가 탄 차를 싣고자 10시30분 집을 나섰다.

 

여느때와 견주어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지만,

청산도로 가는 뱃길이 시작되는 완도항 혹은 생일도로 가는 뱃길이 시작되는 당목항의

도착시간을 추정하니 15시쯤이었고 더하여 점심까지 먹고 배를 탄다면 16시 항차도 빠듯해진다.

 

가고 싶은 섬들을 기약으로 남기니 광양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선택을 해라!

점심으로 굴비정식을 먹을래? 젓갈정식을 먹을래?

 

젓갈정식을 먹겠다고 했다.

그로해서 오늘의 우선 목적지는 변산반도 곰소항이 됐다.

 

 

 

 

 

 

 

 

 

14시40분쯤 곰소항에 도착을 했다.

 

그날 깻다리형님과 위도를 탐방하고 정읍으로 돌아오는 길,

곰소항에 들러 점심을 먹는데 다소 생소한 상차림에 엄마 생각이 났다.

 

오늘에서야 그날 내가 먹은 곰소항 젓갈정식을 엄마도 먹게 되었다.

 

 

 

 

 

 

 

 

 

짭다!

333km를 달려 와 맛 본 곰소항 젓갈정식에 대한 엄마의 품평이었다.

 

미투!

짭아서 젓갈 한 젓가락에 밥은 두 숟가락을 먹어야 했다.

 

 

 

 

곰소항 - 1

 

곰소항 - 2

 

 

 

그러한 삶의 풍경이 펼쳐진 곰소항을 서성인다.

 

인자 어디를 가노...,

삶의 고뇌는 곰소항에서도 이어졌다.

 

 

 

 

 

 

 

부안땅 곰소에서 지도를 띄웠다.

북으로는 군산, 서로는 정읍, 남으로는 고창이다.

새의 선물 그리고 3대 읍성 중 한 곳이 있는 고창에 시선이 꽂힌다.

 

30여분 차를 몰아 고창읍성에 당도를 했지만,

엄마와 함께 성곽을 밟기엔 뭔가 많이 불편할 것 같아 이내 고창읍을 빠져나왔다.

 

 

 

 

 

 

 

그리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선 길에서 나침반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청산도는 고사하고 생일도도 가지 못한 채,

염두에도 없던 곰소항을 갔고, 더 염두에도 없던 고창읍성까지 둘러 나왔다.

 

뱃길을 두고 육짓길을 헤메이는 하루가 참 엉성해진다.

 

 

문득 등대 하나가 생각났다.

지금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그 등대가 서 있다.

 

 

 

 

영광대교 - 1

 

 

 

16시30분쯤 전북도에서 전남도로 넘어오니 영광군 법성면이었다.

 

면의 시가지는 온통 굴비였다.

엄마는 지갑을 열었다.

 

 

 

 

영광대교 - 2

 

 

 

17시20분쯤 법성포에서 영광대교를 건너 백수해안길에 접어 들었다.

 

서해안에도 이리 예쁜 바닷길 있음이 사뭇 놀라웠다.

노을지고 날은 저물고..., 좋더라~

 

 

 

 

백수해안에서 바라본 도음소도

 

 

 

 

 

 

17시35분, 백수해안에 위치한 '영광노을전시관'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그 등대를 보았다.

초롬하니 너무도 예쁜 등대였다.

국립등대박물관이 선정한 2022년10월 이달의 등대로 손색이 없었다.

 

 

 

 

 

 

 

 

 

해 지는 백수해안에서, 불 밝히는 대신등대를 본다.

 

고행의 방랑자처럼,

삶에 걱정을 두지 않은 채,

등대를 찾아 떠돌았던 날들은 분명 사치스런 시절이었다.

 

밤의 철길을 타고,

구포에서 묵호로, 묵호에서 주문진으로, 주문진에서 대진으로, 대진에서 속초로 간,

그런 사치스런 떠돎 있었음에 더 부릴 사치도 없다만은, 그래도 아쉬운게 시절이고 떠돎이다.

 

 

인자 집에 가자!

엄마의 독촉이 시작되었다.

 

그래 가자!

내일 또 떠돌라 하면 집에 가야지...,

 

 

 

 

 

 

 

다음날 또 밥그릇에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에 일어나 식탁으로 가니,

각자 잘 구워진 굴비를 한 마리씩 뜯고 있었다.

 

렌지 위 팬의 뚜껑을 여니 내 것인냥 두 마리가 누워 있었다.

에라이 잘 됐다 싶어, 간장에 와사비를 풀고 밥 대신 소주를 꺼내 모닝 알콜리즘에 빠졌다.

 

한반도 서남권역에 펼쳐진 세상!

그 곳은 참 매력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