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신의도 신의동리항에서 목포항 본문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신의도 신의동리항에서 목포항

경기병 2023. 5. 25. 12:23

16시가 조금 지난 시각,

다이아몬드제도 남부내해 다섯 섬의 뱃길을 오롯이 이은 남신안농협2호는,

하의도와 신의도 사이 해협을 통해 해무에 그 자태를 숨기기 시작한 하의도 동단 웅곡항에 접안을 했다.

 

처음 온 먼 섬에 해무는 짙어지고,

어쩌면 이 해무가 더 짙어져 오늘 뭍으로 나갈 수는 있을까?란 불안감에 낯섬은 더 가려지고 있었다.

 

 

 

한국뱃길 - 신의도 신의동리항에서 목포항 (2023.5.20)

19시10분 신의동리항을 출항 장산도와 안좌도를 기항해 목포항으로 가는 남신안농협1호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는,

엄마와의 섬탐방에서는 계획한 모든 일정에 신중을 기한다.

 

허나 오늘 하의도로 오는 뱃길에서는,

지도상 입,출도항의 이격거리만을 보고 그 뱃길의 항해시간을 추정했다가,

예상치 못한 3선의 기항 항로가 있어 계획한 입도시간이 한 시간여 지체가 되었다.

 

 

15시쯤 입도를 해,

웅곡항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하의도 북단 '김대중대통령생가'를 예방하고,

삼도대교를 건너 신의도(하태도) 남단 '황성금리해변'에서 다이아몬드제도 남각을 찍고,

신의도(상태도) 동단 신의동리항에서 17시10분에 목포로 나가는 철부선을 타기로 했는데..., 

 

 

 

 

 

 

 

 

 

웅곡항에 내리니 16시10분이었다.

 

섬은 탐방도 중요하지만 엄마와 함께 온 섬은 제 시간에 나감이 더 중요하다.

19시10분에 마지막 항차도 있었지만 목포까지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뱃길이라서,

17시10분 항차로 섬을 나감이 맞지만 오자마자 떠나려하니 뭔가 송두리째 뽑히는 아쉬움이 인다.

 

집으로 돌아 갈 한 밤의 여정이 아득해졌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비예약 선착순 승선의 시스템에서 마지막 항차의 배표가 있을지도 불안했고,

해무가 더 짙어져 마지막 항차의 운항이 중단될 수 있음도 불안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엄마의 내일 아침약은 집에 있지만,

이 또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모르겠다.

이럴 때 하늘은 늘 엄마를 보우했으니, 나는 밥 먹을 식당이나 찾음 그만이다. 

 

 

 

 

 

 

 

 

 

 

 

계획한대로 섬 밥상으로 점심을 먹고,

계획한대로 '김대중대통령생가'를 예방하고,

계획한대로 '황성금리해변'으로 가 다이아몬드제도 남단을 찍기로 했다.

 

나중에 신의동리항에서 청천벽력의 순간이 오더라도...,

 

 

 

 

평화의 섬 웅곡항 해안도로에 도열한 천사상

 

웅곡항에 정박중인 섬사랑15호

 

 

거(생가)를 갈라고 여(하의도)를 왔다고 하니,

식당 여주인이 입을 삐죽대며 뭐 볼게 있다고..., 하더라며 엄마가 먼저 식당을 나온 내게 일렀다.

 

어쩌면 그 시선에서는 여럿 전 들의 한 곳에 불가한 생가를 찾아,

팔순의 노모가 부산서 이 먼 섬으로 왔다는 사실이 기가 찰 노릇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육짓길 네 시간에 더해 뱃길 두 시간을 달려 하의도 옴은,

전직 대통령의 생가 예방이 아니라 엄마의 다이아몬드제도 남각 찍기를 위함이다.

 

생가 예방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술책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안중근 의사 이후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그 어떠한 적직들도 존경하지 않는다.

 

 

 

 

'김대중대통령생가' 가는 길 - 1

 

'김대중대통령생가' 가는 길 - 2

 

'김대중대통령생가' 가는 길 - 3

 

 

16시50분,

하의도 북단 '김대중대통령생가'에 도착을 했다.

 

늦으진 점심부터 먹자는 말에 생가부터 가자고 한 엄마는,

그의 삶이 궁금했눈지 도착과 동시에 조금의 지체도 없이 곧장 생가로 향했다.

 

 

 

 

 

 

 

 

 

 

 

그의 아들 셋 모두가 국회의원이 됐고,

뭔가 부족해 보이는 세째 아들마저 뺏지를 다니 그나마 있든 존경마저 사라졌다.

 

누구보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마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자신들 투쟁의 산물이냥 주장하는 그들마저 묵인을 한 후광의 세습이었다.

 

 

 

 

 

 

 

 

 

생가를 나오니 17시10분이었고,

아직 두 시간을 더 머물 수 있다는 불안한 늦춰짐이 그제서야 여유스러움으로 바꼈다.

 

이제 오늘 하의도로 온 까닥에 충실해질 시간이다.

다이아몬드제도 남각, 그 곳으로 간다.

 

 

 

 

삼도대교 - 1

 

삼도대교 - 2

 

 

하의도 남단에서 삼도대교를 통해 신의도로 건너왔다.

 

신의도는,

상태도와 하태도가 간척으로 합쳐져 이름 붙혀진 섬이다.

 

합쳐짐을 풀면 1004가 될지라도,

풀지 않는 한 절대 1004가 될 수 없는 신안군의 비밀을 삼도대교가 살짝 알려주었다.

 

 

 

 

황성금리해변 가는 길

 

 

1004라 우겨도 1004라 믿는다.

나는 신안군의 모든 섬들이 다 좋다.

 

 

17시25분,

신의도(하태도) 남단 황성금리해변에 드디어 도착을 했다.

 

 

다이아몬드제도의 남각이고 나발이고,

오십다섯 아들의 여든셋 엄마를 위한 여정임을 안 엄마는 군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다이아몬드제도의 남각이고 나발이고,

나는 다이아몬드제도가 하태도 남단에 숨겨놓은 보석같은 해변에 엄마를 데리고 왔다.

 

 

 

 

황성금리해변 - 1

 

황성금리해변 - 2

 

 

젊어서는 회상이 될 기억을 만들고,

늙어지면 회상이 된 기억을 돌아보며 산다.

 

오늘 엄마와 함께 찾은 이 예쁜 해변이,

엄마의 앞으로의 나날들에서 가끔은 생각이 나는 그 곳이 되기를 바라며,

17시45분 다이아몬드제도가 하태도 남단에 숨겨놓은 '황성금리해변'을 나왔다.

 

 

 

 

 

 

 

 

 

황성금리해변을 나와 신의동리항으로 가는 길,

 

간척된 대부분은 땅은 소금밭이었고,

몇몇 염전에서는 결정된 소금을 집산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냐?고 물으니,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노예'라고 했다.

포털의 검색창에 염전을 치면 반드시 노예도 같이 표출이 된다.

아름다운 천사섬에 산 사람들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였다.

 

 

 

 

 

 

 

운항이 중단됐음 우짜노...,

배표가 없음 우짜노...,

 

불안한 마음으로 출항 1시간 전인 18시10분쯤 신의동리항에 도착을 했다.

 

주차된 차들의 수는 선적의 대수를 넘어 있었지만,

승선대기선에는 두 대의 소형화물차들만이 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지막 항차의 매표는 배에서 한다는 문구를 보니 배표가 없을리는 만무했지만,

더 짙어지는 해무에 불안한 심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신의동리항 - 1

 

신의동리항 - 2

 

신의동리항 - 3

 

 

저 해무속을 뜷고 과연 철부선이 나타날지...,

운항이 중단됐음 분명 알릴텐데...,

 

목포에서 왔다는 화물차주들 역시도 배가 안뜰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 불안감에 떨고 있는 내게 '배가 올라나...' 이랬다.

 

에라이 모르겠다.

엄마의 지갑에는 분명 현금이 두둑할테고,

배가 안오면 맛난 저녁을 먹고 생가 옆에 있든 유스호스텔에서 1박을 하면 되고,

엄마의 약은 내일 첫 배로 섬을 나가 주쎄리 처밟아 집으로 가면 고작 3~4시간 늦어질 뿐이다.

 

 

 

 

신의동리항으로 다가오는 '남신안농협1호' - 1

 

신의동리항으로 다가오는 '남신안농협1호' - 2

 

 

신의면사무소 주변을 서성이다가 18시50분쯤 다시 항으로 와,

10여분 해무 낀 어두워지는 바다를 주시하고 있으니 철부선 한 척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하늘은 고맙게도 늘 내 엄마를 보우해 준다.

오늘도...,

 

 

 

 

굳바이! 아름다운 시절의 하의,신의도~

 

 

 

 

19시10분,

남신안농협1호는 순수여객 0명, 차량 5대를 싣고 신의동리항을 출항했다.

 

괜한 우려였나..., 싶기도 했지만, 

노모를 데리고 먼 섬에 날은 저물고,

섬을 나가는 배가 올 바다에는 해무가 짙어지니 그 마음 불안할 수 밖에는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운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철부선이 속력을 내자 엄마도 스르륵 잠이 들었다.

잠바를 안입고 와 다소 쌀쌀했지만 나는 한국뱃길 자료 구축을 위해 선상에 올랐다.

 

 

 

 

미친놈

 

장산도 북강선착장

 

 

목포로 가는 항로는 좀 다르길 내심 바랬지만,

출항의 항만 달랐을 뿐, 그 뱃길은 섬을 들 때의 항로와 동일했다.

대신에 마지막 항차라 그런지 장병도와 옥도로의 기항없이 장산도와 안좌도만을 경유한다고 했다.

 

 

 

 

 

 

 

미친놈을 아들로 낳은 까닥에,

한반도 동남극에 사는 엄마는,

한반도 서남극의 섬에서 가도 여전히 서남극인 목포행 철부선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인생사 이런 순간도 있어야 그게 다 인생인기라~

 

 

 

 

안좌도 복호항

 

자라대교를 통과하는 '남신안농협1호'

 

 

신의동리항에서 차를 실을 때,

안좌도냐 목포냐를 두고 잠시 고민을 했다.

 

목포로 간다고 하니 탑승순서는 1번이었다.

탑승을 1번으로 하자고 목포를 택함이 아니었디.

 

엄마가 탄 차를 밤바다를 항해하는 철부선에 싣고 목포로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데, 철부선을 타고 밤에 만난 자라대교 참 멋지다!

 

 

 

 

자라대교 - 1

 

자라대교 - 2

 

자라대교 - 3

 

 

아리랑길 58 부소도를 마치고 자라대교 북단에서,

안좌도 동남부해안을 돌고 나온 일행들과 조우를 해 아리랑길 59 자라도를 시작했다.

 

자라도 해안트레킹을 시작한지 30여분,

자라항이 보이는 해안가로 나오니 아주 예전에 들었던 그 풍금소리가 들렸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태세였고 시각은 10시였다.

 

그 풍금소리가 어찌나 마음을 평화롭게 하던지,

하마터면 할레루야가 될 뻔 했다.

 

 

그 자라대교를 통과하는데 문득 그날 생각이 많이 났다.

 

 

 

 

암야항해 (남신안농협1호)

 

암야도경 (목포구등대)

 

 

철부선이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 접안을 하면 21시가 좀 지난 시각일테고,

목포에서 저녁을 먹고 22시쯤 320km 동진을 시작하면,

아마도 그 끝남의 시각은 오늘이 아닐 듯 싶었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오늘은 분명 엄마가 감당하기 힘든 여정이다.

목포에서 맛있는 저녁이라도 먹을 수 있음 좋으련만...,

 

 

 

 

목포대교 - 1

 

목포대교 - 2

 

목포대교 - 3

 

 

그래도...,

항구 목포는 나타났고,

 

그래도...,

무사히 다이아몬드제도 남각을 찍고 뭍으로 나왔다.

 

 

 

 

목포대교에 근접하는 '남신안농협1호'

 

 

한반도 서남권역이 제 아무리 다도해라지만...,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목포 혹은 신안의 여럿 항들에서 떠날 수 있는 섬은 이제 없다.

철부선의 항로가 남았다 해도 간들 차로 탐방을 할 길들이 없는 섬들만이 남았다.

 

어쩌면 뱃길이 있어 목포로 왔고 천사대교를 건넜다.

다시 엄마를 데리고 목포로 올 일을 만들 수 있을지...,

 

 

 

 

목포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로 향하는 '남신안농협1호'

 

 

 

 

21시15분, 남신안농협1호는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 닿았다.

 

차후 이 곳으로 와,

흑산도도 가고, 홍도도 가고, 가거도도 가고, 만재도도 가고, 하면 좋으련만...,

 

엄마를 데리고 차 없이 섬으로 간다는 것은,

극복해야 할 불성립의 요건들에 아직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21시30분이 지난 시각,

모든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겨우 3류 유흥가에 자리한 허름한 야식집에서 동태탕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먼저 식당을 나와,

별 맛도 없는 동태탕을 아직도 먹고 있는 엄마를 본다.

 

 

 

 

 

 

 

네이비에 집구석을 치니,

그 도착시간이 01시57분으로 표출된다.

 

다이아몬드제도 남각을 찍고자 간 하의도 탐방의 목적이,

'김대중대통령생가' 예방으로 변질되는 밤의 대화를 들으며,

눈에 불을 켜고 단 한 차례의 쉼도 없이 주쎄리 처밟아 집으로 오니 00시50분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30 「신의도 신의동리항 → 목포항」

□ 운항선사 : 남신안농업협동조합 남신안농협1호

□ 항해거리 : 24.8해리 / 2시간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