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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이순신길 21 - 여자만(2) 본문

이순신길 - 남해바닷길

이순신길 21 - 여자만(2)

경기병 2019. 3. 22. 10:46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불멸의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998)장군께서 살다가신 그 바닷길을 잇는다.

 

 

새벽 01시부터 걷기 시작해, 54.1km를 주파한 날이 있었다.

 

다음 날 종주대는 고흥반도로 들어갔지만,

회식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과는 걷기가 싫어진 나는 발바닥 물집을 핑계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절뚝이는 걸음으로 벌교터미널로 가 집으로 돌아왔다.

 

세월은 흐르고, 서진은 계속 되었지만...,

여자만 벌교뻘 깊숙이 쳐박아둔 채, 빼내지 못한 선에 대한 연민은 늘 마음 한구석을 저미었다.

 

그 곳으로 간다.

그 곳에 쳐박아둔 선을 바다로 끄집어 내려...,

 

 

 

 

 

 

 

 

 

 

 

이순신길 21 - 벌교역에서 남양면 (2019.03.23) 

망주산 해안길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거금도에서 수줍게 핀 매화를 보았고,

몇일전에는 시청울타리에 소리 없이 앉아있는 병아리 떼를 만났고,

어제 아침 출근길에는 가로수마다 열나게 튀겨지고 있는 팝콘들에 생맥주가 생각났다.

 

길에 미쳐, 봄이야 오든말든...,

 

 

오랫만에 경전선을 탔다.

삼랑진에서 철로를 바꾼 06시14분 부전발 목포행 무궁화호는,

마산, 함안, 진주, 하동, 순천을 거쳐 10시05분 그 곳에 박혀 있는 선의 끝에 도착을 했다.

 

 

 

[이순신트레일 31회차-시점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한동안은 따뜻했는데,

꽃샘 추위에 차가운 바람마저 부는 그래서 차가운 날이다.

 

빠리빵집에서 단팥빵과 소보로빵 하나씩을 배낭에 담고 곧장 길로 나섰다. 

 

 

 

[경전선 지하통로]

 

 

 

 

 

 

당췌 그 어떤 이유가 나를 이 길에, 이토록 집중을 하게 하는지? 

끊어진 선을 잇지 않고서는 이 길의 끝에 닿을 수는 없다.

 

이유는 그러했다.

 

 

 

 

 

 

 

 

 

 

 

뻘엔 무성한 갈대가 피어있었지만,

길엔 오는 이도, 가는 이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싸, 하늘만 맑았지 이 똥바람부는 지랄 같은 날, 누가 이 못난 길을 걷겠노...,

 

 

 

[남해고속도로 벌교대교]

 

 

남해고속도로 벌교대교하부를 통과하니 바다는 넓어졌고,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처럼, 혼자 걷는 마음에 약간의 의지가 생겼다.

 

 

 

 

 

 

 

 

 

호안석축의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길들에서...,

 

나 때문에 하늘로 날아올라 불가피한 군무를 펼쳐야하는 새들에게 미안했고,

아무도 걷지 않아 수풀이 될려는 자연에 부득이 발자취를 남겨야 했다.

 

인간은 자연에 백해무익으로 존재한다!

나만 그런가?

 

 

 

[정암마을 가는 길]

 

 

 

 

 

 

 

 

 

 

정암마을을 지나 대포로 가는 길,

또 자연이 될려는 제방뚝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며 걸었다.

 

이제 더는 길이 아니니 걷지 말라고..., 아카시아, 들장미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고,

그러다 봉착한 갯바위를 타다가 더는 무리일 것 같아 후퇴를 했고, 

우회길이 없어 산으로 올라서기 위해 사투에 가까운 고지전을 감당해야만 했다. 

 

200m 전진에 30분이 소요되는 어처구니 없는 고지전,

온 옷에 도둑가시가 달라 붙었고, 손등은 가시에 찔려 여기저기서 피가 났다. 

 

 

 

[대포마을]

 

 

 

 

여자만 최고의 못난이 해안길이었다.

뭔 놈의 바닷길이 이리도 못생겼는지...,

 

보성군에 권고를 하자면, 

원판 보존의 진리도 중요하지만, 귀 군의 바닷길에는 대대적인 성형이 필요하다는...,

경북도의 울진군과 영덕군이 꾸며 놓은 바닷길을 한번쯤은 밴치마킹 하기를...,  

 

 

 

[12.3km, 행정구역이 보성군에서 고흥군으로 바뀌었다] 

 

 

 

 

용암마을로 내려서면서, 이순신트레일은 다시 고흥군이다.

 

반도의 지형들이 그러하지만,

고흥군은 반도라기보다는 섬이라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또한 반도에 딸린 상당수의 부속섬들에는 연륙교가 놓여져 있어,

남해안길을 걷는 이들이 루트의 다변화를 추구한다면, 그 섬들은 매우 괜찮은 플러스트랙이 될 수 있다.

 

오늘 반도의 동부해안 어디까지 갈지는 몰라도...,

나는 동부해안지선을 따라 나로도 초입에 위치한 동래도삼거리까지는 차후에라도 무조건 가야한다.

그 트랙속에는 반드시 백일도, 원주도를 삽입시킬 것이고, 

더하여 지죽도와 사양도, 그리고 고흥반도에서 연결되는 여수의 적금도, 낭도 둔병도 등을 상대로

별도의 번외 트랙을 추구하여야  한다.

 

 

 

 

 

[용암해수냉탕]

 

 

 

[죽암방조제의 봄]

 

 

[죽암 배수갑문]

 

 

 

 

죽암방조제를 지나자, 동강면의 해안지선은 동이 났다.

이제 남양면의 월정리 망주산둘레길을 걷는다.

 

따분하고 심심 할 것이고,

2019년 봄이 오는 길목의 어느날에,

나는 내 사는 곳에서 한참이나 먼 곳에 와, 무작정 걷고 있는 회상이 될 기록 하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무슨 지랄인지...,

 

 

 

 

 

 

 

[정말 따분하고 심심한 길이다]

 

 

40여분 3.3km, 망주산 둘레를 돌아 선정마을까지 왔다.

사람의 집들은 산재를 해 있었지만, 마주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망주산 가는 길]

 

 

소망주산을 내려옴으로서, 루트를 표시한 두 번째 지도를 구겼다.

 

p3이라 적힌 지도를 펴니, 눈앞에 보이는 지형과는 완전히 다른 지형이다.

알고보니, p4 지도를 두장 인쇄해 하나는 p3, 또 다른 하나는 p4라고 써 놓았다.

 

할 수 없이 폰에 지도를 띄워, 확대와 축소의 엄지검지 지랄을 5분여 한 끝에,

더 이상 해안으로는 길이 없고 상와삼거리까지 간 다음, 또 엄지검지 지랄을 하면서 해안길을 찾아가야 한다.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들판으로 나오니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었다.

답답하고 지루한 기분에 담배를 태우려 라이터를 켜는데 좀처럼 불이 붙지 않는다.

잠바의 지퍼를 열고 옷 속에서 켜 보고, 수문의 벽체로 바람을 피해 켜 봐도 여전히 불이 붙지 않는다.

에라이~ 라이터와 담배를 길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3선형의 지루한 콘크리트로 된 농삿길을 걸어 상와삼거리로 가는 군도에 들어섰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런 개미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산과 우의는 나라서 당연히 없다.

 

보충만 하러 나오면, 맑은 하늘이 비를 쳐뿌리는 이런 개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그 비 때문에 트랙을 끝내고,

버스를 타면 보란듯이 비가 멈추고, 해까지 재등장을 하는 이런 개염병의 날궂이현상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헛웃음만 나오더라~

 

 

 

[상와삼거리 가는 길]

 

 

15시 정각, 23.1km를 걸어 고흥군 남양면 상와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라이터도 없고, 독심술로 '더 이상 걷지 않겠지'란 내 속내를 읽은 하늘은 비를 멈췄지만,

내가 백일도로 향하는 순간 비는 다시 쳐내릴것을 알기에, 내 앵꼽고 치사해서 트랙을 꺼버렸다.

 

 

 

[이순신트레일 제31회차-종점 (전남 고흥군 남양면 대곡리)]

 

 

가게도 없고, 지나가는 애연가도 없고...,

발화를 시키지 못 한 담배개비를 물고 벌교로 나가는 버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우쨌던간에 나는 여자만 벌교뻘에 쳐박아 둔 선은 바다로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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