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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56 - 대여자도 본문

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56 - 대여자도

경기병 2020. 1. 21. 18:33

09시55분 트랙을 바꾸고,

바람 불어 더 좋은, 대여자도로 넘어가는 붕장어다리에 올라섰다.

 

앗~ 바람...,

여자만 한가운데서 맞는 바람~ 너무도 좋다.

 

 

 

 아리랑길 056 - 대여자도 (2020.01.18) 

붕장어다리를 건너 대여자도 가는 길

 

 

바닷길에만 나오면 살 맛이 난다.

그렇다고 바닷길에 나오지 않는 날이 죽을 맛은 아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날들에서 부는 바람은 성가시지만, 

다람쥐 쳇바퀴 아니 돌아도 되는 날에서 맞는 바람은 어찌 이리도 좋은지 모르겠다.

 

남은 평생 바람만 맞고 살고 싶다.

난 여자를 밝히지 않으니, 그 더런 바람은 맞지 않을테고...,

 

여자만에 부는 바람, 그 바람속을 걸어 대여자도로 간다.

 

 

 

 

 

 

 

이번 설에 여수에서 고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바닷길이 열린다고 했다.
오호~그 바닷길을 제일 먼저 건너 간 인간의 워밍업은 오늘 대·소여자도를 잇는 붕장어다리이다.

 

 


[붕장어다리에서]

 

 

붕장어다리 중간쯤에서 멈춰섰다.

휑하니 건너가 버리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좀 추웠지만, 캔맥주를 홀짝이며 여자만 한가운데 서서 시를 읽었다.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러고 싶었다. 


큰 섬에서 작은 섬으로 건너 가는 주민인듯한 젊은 여자가 그런 나를 외면의 모드로 치부한 채 지나간다.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그렇게 생각을 해도 난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럽게 추웠지만, 캔맥주가 500ml라서 계속 홀짝이며 여자만 한가운데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였다.

그러고 싶었다. 

 

작은 섬에서 큰 섬으로 건너 오는 아까 그 젊은 여자가 그런 나를 또 외면의 모드로 치부한 채 지나간다.

저거 완전 미쳤구나~ 그렇게 생각을 해도 난 아무런 상관이 없다. 


미친놈 맥주를 다 마시고, 다시 배낭을 멨다.

왜? 추웠거던...,

 

 

 

[소여자도]

 

 

 

 

[대여자도 동부해안 탐방로]

 

 

동부해안을 따라 설치된 데크 탐방로를 외면하고, 마파지마을 안길로 들어섰다.

 

이제 그냥길이 있다면 구지 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 따위는 걷지 않을 것이다. 

뭔가의 보호를 위해 유도된 데크길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 해안의 길을 우선하기 보다는, 사람의 집들을 따라 난 길로도 갈 것이다. 

내 파고듦이 사생활 침범이 안되는 범위내에서...,

 

 

 

 

 

[지금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겨? 근데 도망을 안가네~ 안그래도 타킷이 없어 총알이 남아 돌고 있는데...,]

 

 

 

 

 

 

[마파지에서 대동으로 가는 대여자도 종주길]

 

 

 

 

 

 

 

 

마파지에서 대동으로 가는 길, 그 길의 끝에 도착이 되면 나는 섬을 나가야 한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지 싶었다.

11시에 달천도로 나가는 배를 못탄다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 소여자도 송여자선착장으로 가 다음 항차의 배를 타고도 싶었다.

 

 

 

 

 

 

 

 

 

[대동마을]

 

 

 

 

10시38분, 결국엔 길의 끝에 닿고야 말았다.

이 좋은 하늘과, 저 좋은 바다를 두고 섬을 나가야 할 시간도 이십여분밖에 남지 않았다.

 

 

 

 

 

 

 

 

 

바닷가 양지바른 곳에 소답하게 자리한 소라초등학교 '여자분교를 구경하고나니 모든게 끝난 기분이었다.


통통배가 정박된 선착장으로 가는데,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언제라도 다시 오면 되는데...,

 

통통배의 선장님이 다가왔다.

 

"섬 구경 잘 하셨소?"

 

"예...,"

 

"어디서 오셨소? 우리 여자도 많이 좀 알려주쇼~"

 

"아니요, 절대 알리지 않겠습니다."

"이 섬은 내만 아는 섬으로 숨길랍니다."

"하루에 입도 인원을 딱 백명만 오게 하세요"

"시에서 뭐를 해준다해도 받지 말고 지금 그대로 보존되면 더 좋겠습니다."

"그리고 돈은 안쓰고 오물만 쳐싸고 가는 떼거지 단체팀은 절대 받지 마세요"


선장의 표정이 웃는건지? 우는건지? 모르겠더라~

 

 

 

 

 



 

 

[여자도 배시간]

 

 

  

 

떠남속에 있어야 설레여지고, 걷고 있어야 행복해지는 내가 되어 버렸다.


모니터에 띄운 지도에서 무심히 본 섬,

뚜렷한 계획도 없이 캔맥주 하나 배낭에 넣고 지도쪼가리에 의지 해 찾아 든 섬,

 

겨울 찬바람속, 

홀로 서성였던 바다와 홀로 거닐었던 섬 길은, 

캔디바 보다 더 청량했고 롤케잌 속 크림 보다 더 달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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