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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76 - 비양도 본문

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76 - 비양도

경기병 2020. 7. 7. 11:23

12시22분 비양봉을 내려와, 비양도 일주길에 들어섰다.

 

등대를 또 하나의 탐방 주체로 설정을 하니,

등대가 있는 섬에 오면, 이거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아직은 질서를 정하지 못하는 처지다. 

비양도와 비양도등대 역시도...,

 

등대를 먼저 찾았기에 등대로 간 섬 길은 등대기행에 넣고, 나머지 섬 길로 아리랑길을 채울 수 밖에 없다.

 

 

 

 아리랑길 076 - 비양도 (2020.7.4)  

 

 

섬의 남서부 곡각지점에 위치한 비양도치안센터부근에서,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비양도항으로 간다.

시간은 묵힐 만큼 넉넉하다.

 

 

 

 

 

작은섬 외진곳에 자리한 치안센터를 보니, 그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내팽개치지 못한 것들의 눈치를 보며 세상을 떠돌지만,

그는 모든걸 내팽개친냥 정처 없이 더 넓은 세상을 이유도 없이 떠돌았다.

 

말려야 했지만...,

들을 놈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의 한번뿐인 생은 그의 것이었고, 떠돌아 다님이 방황임을 알지만 방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벽4시에 일어나 쫄쫄 처굶은 채,

비행기 타고 배 타고 비양도로 와, 13시가 다되서야 첫식사로 맥주를 처마신다.

 

보이는 바다에도, 가야 할 길에도 아무런 느낌 듦이 없다.

왜이러고 돌아 다니는지? 그 이유마저 유추하기가 귀찮다.

 

등대? 섬? 길? 웃기고 있네~

한 곳에서 주구장창 처살아왔기에, 그 곳이 지겨워서 떠돌뿐이다.

 

 

 

 

 

섬을 나가면 곧장 제주해안길를 이어야 한다.

선착장에서 오지 않는 배를 기다리는 심정이 조바심으로 바뀔 것 같아 부러 최대한 천천히 걷고 있다.

 

근데, 구경할게 더럽게도 없는 섬이다.

 

 

 

펄랑못

 

 

 

내 딴에는 진짜 느리게 걷는다고 걸었는데,

나갈 배시간이 30여분이나 남은 시각에, 원점인 비양도항에 이르고 말았다. 

 

 

 

 

비양도항

 

 

길을 다 말아먹은 트레커는 더 이상 할 짓이 없었다.

 

선창가에 앉아, 세월을 본다.

세월이 만든 풍경만이 보이더라~

 

 

근데, 이노무 배는 와이래 안오노...,

 

 

 

굿바이~ 비양도!

 

 

이렇다 할 마음도, 그렇다 할 기분도 들지 않았던 비양도였지만..., 

 

나는 2020년7월4일 13시35분 비양도를 떠남으로서,

제주특별자치도에 속한 일주길이 있는 유인도(상·하추자도,가파도,우도,마라도,비양도)의 섬 길 전부를 다 걸었다.

정말 훌륭한 인간이 되었다.

 

그 것이 진정한 "올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