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쑥이 돋아났고 도다리가 잡힌다는 전화는 없었지만..., 본문

살다보면 - 픽션은없다

쑥이 돋아났고 도다리가 잡힌다는 전화는 없었지만...,

경기병 2022. 3. 2. 10:30

하늘은 떼 한 점 없이 처맑고,

바다는 그 색보다 더 처푸를텐데...,

 

배낭메고 멀리 떠나고 픈 그런 날이었지만,

아픈 엄마를 두고 떠날순 없어 아픈 엄마를 데리고 정처없는 일요일 바닷길로 나섰다.

 

 

 

 

쑥이 돋아났고 도다리가 잡힌다는 전화는 없었지만..., (2022.2.27)

미륵도 남부해안가 언덕배기에서 바라본 두미도와 추도

 

 

 

쑥이 돋아났고 도다리가 잡힌다는 전화는 없었지만,

또 통영으로 간다.

 

 

 

 

왜 이리도 처맑은지...,

 

왜 저리도 처푸른지...,

 

 

 

연화도나 갔다올까, 여객선터미널을 서성였지만...,

일요일 어정쩡한 시간의 뱃길이라 선뜻 배표를 끊지 못했다.

 

쑥국 때문에 온 통영이라 섬에 가지 않는다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미륵도 바다를 보고, 쑥국을 먹고, 그리고 집으로 가면, 오늘 세월도 가 버린다. 

 

 

 

 

 

 

 

약물에 몽롱한 엄마는 푸른바다가 차창밖에 있었지만 좀체 잠을 떨쳐내지 못하고,

나는 두미도가 보이는 언덕배기에 쪼그려 앉아 세월에다 연기를 뿜어됐다.

 

쑥국이나 먹고 집에 가자~

 

 

 

 

 

 

 

 

 

쑥이 돋아났고 도다리가 잡힌다는 전화는 없었지만,

 

들어선 노포의 식당엔,

절단된 도다리의 사체가 쑥대밭에 버려진 듯한 국그릇들을 꽤 찬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극악무도한 국 꼬라지에 엄마는 뽈락매운탕을 먹겠다고 단언했다.

 

 

쑥이 돋아났고 도다리가 잡힌다는 전화는 없었지만,

 

그 전화가 기다려지는 시절이 오면,

또 이 곳으로 와 도다리쑥국 대신 뽈락매운탕을 먹어야 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