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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국가가 보내준 쉼터 - 남해유배문학관 본문

관람투어 - 정처없는길

국가가 보내준 쉼터 - 남해유배문학관

경기병 2022. 12. 14. 12:26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로 치닫고 있다.

겨울을 나야하는 모든것들이 안스러운 풍경으로 세상을 버티고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일어나니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은 하늘이었다.

 

겨울이었고 흐렸다.

이런날에 어디에선가 서성였던 기억은 먼 훗날에도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국가가 보내준 쉼터 - 남해유배문학관 (2022.12.10)

 

 

 

아웃터의 지퍼를 턱까지 올린 채,

조금은 낯선 세상으로 가 안스러워진 겨울 풍경속을 서성이고 싶었지만,

그 배경이 되어줄 그 어떠한 곳도 생각이 나질 않아 해를 따라 무작정 서쪽으로 갔다.

 

간만에 여수나 갈까도 싶었지만,

간다고 해도 고돌산반도 남부해안선이나 둘러보고 올 것임을 알기에 주춤이게 된다.

 

점심부터 먹자는 심정으로,

14시를 지나 나타난 첫 번째 톨게이트 진교로 빠져나왔지만,

딱히 들어설만한 식당이 없어 할 수 없이 1002번 지방도를 타고가다 남해대교를 건넜다.

 

 

 

 

 

 

 

그래서 오늘은 남해섬을 서성이게 되었다.

더 나은 세상으로 가고 싶었지만 더 나은 세상은 늘 멀리에 있기 마련이다.

 

 

 

 

 

 

 

 

 

엄마는 아프기 시작하면서 량도 맛도 축소가 되었다.

육류 보다는 어폐류를 먹고 살았는데 이제 갈치도 고등어도 납새미도 싫탄다.

 

멸치만이 엄마의 곁에 머물러 있었고,

그 중 지족해협을 배회하다 잡힌 멸치가 엄마에게는 최고의 밥상이다. 

 

두 시간을 넘게 달려와 갈치보다 더 비싼 멸치를 먹게 됨은 분명 엄마 득분이다.

 

 

 

 

 

 

 

살면서 거제섬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파고 든 섬은 아마도 남해섬이 아닌가 싶다.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사람의 집들이 형성한 마을들이 예쁜 섬,

시린빛 시린바다 앵강만을 품은 섬,

여수 밤바다가 보이는 섬,

 

 

각자 열댓마리의 멸치를 먹고 인근의 남해유배문학관으로 갔다.

그간 숱하게 남해섬으로 왔지만 스치기만 했을 뿐이었다.

 

 

 

 

 

 

 

나는 남해섬으로 와 고작 멸치를 엄마에게 샀지만,

그는 남해섬으로 와 이야기를 지어 엄마의 한가함과 근심을 덜어주었다.

 

남해섬은 꽤나 먼 유배지였고,

이 곳으로 유배된 이들 중 서포 김만중이 군계일학?의 대접을 받고 있었다.

 

 

 

 

 

 

 

 

 

 

 

어쩌면 유배는 국가가 보내준 쉼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흑산도로 간 정약전, 보길도로 간 윤선도, 남해섬으로 온 김만중,

그들에게 그 곳에서의 그 세월은 분명 지금의 그들을 빛나게 한 세월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작금의 남해섬은,

인생 2막을 시작하고자 스스로 유배를 온 이들로 붐비고 있다.

꽃은 서울에서 피우고 시들 때 파고 든 그들을 섬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남해유배문학관 내 미니어처 - 1

 

 

남해문학관 내 미니어처 - 2

 

 

남해유배문학관 내 미니어처 - 3

 

 

 

어쩌다보니 근간에 박물관 같은 전시시설들을 자주 찾게 된다.

 

찾아 갈 풍경도 줄어들었지만,

절경의 풍경이 펼쳐진 곳을 찾아 가더라도,

접근의 한계가 있는 엄마에게는 대부분의 풍경은 저 만치에 있었다.

 

 

그러했기에 택한 전시시설의 관람은 유효한 차선책이 됐다.

친절한 직원분들과 구비된 휠체어는 고마운 세상이었고,

마주한 풍경들은 늘 엄마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특히 오늘 '남해유배문학관'에서의 흐린 겨울날의 토요일 오후는,

분명 먼 훗날에 아름다운 시절속을 서성인 겨울의 기억 그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용궁수산시장 옥상주차장에서 본 삼천포항

 

 

 

문학관을 나오니 하늘에서 아기 같은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아기비를 맞으며 홍현리로 가 앵강만 그 시림을 마주하고 싶었지만,

다시멸을 사러가자는 엄마의 말에 따라 지족해협을 건너므로 해서 오늘 남해섬에서의 서성임은 끝이 났다.

 

겨울...,

어쩌면 봄보다 여름보다 가을보다 더 아름다운 계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