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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발 1,228m 오름길 -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 본문

모노레일 - 무장애산길

해발 1,228m 오름길 -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

경기병 2023. 3. 28. 13:39

그러함은,

태양을 축으로 삼은 지구의 공전과 자정일 뿐인데...,

 

그러함으로,

움추렸던 나무들은 깨어나 하얀꽃 노란꽃 분홍꽃을 피운다.

 

 

꽃이 피니 세상은 화려해지고,

그 화려해진 세상을 서성이고자 12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해발 1,228m 오름길 -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 (2023.3.25)

대봉산 백호狀

 

 

 

수요일 출근길부터 길가에 벛꽃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핀 벛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질까봐 애써 걱정스러웠다.

외래가 없는 주중이면 늘 집에 있는 엄마는 벛꽃이 피고 사흘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꽃이 피니 하늘이 시샘을 한 토요일,

보슬비는 내리고...,

 

삶의 고뇌는 '오늘은 또 어디를 서성이다 오노'였다.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극서의 조도군도에서 세상의 극치를,

지난주 일요일에는 극북의 백암산에서 분단의 한반도를 보여준답시고 엄마를 힘들게 했다.

 

오늘은 멀리 안가야지...,

하면서도 가다보니 무주가 가까워져 얼른 함양나들목을 빠져나왔다.

 

 

 

 

함양 늘봄가든 오곡밥정식

 

 

 

지리산 북부권역에 자리한 천령이라 한 함양은,

좌 안동 우 함양이란 말처럼 낙동강 우측(한양에서 하삼도를 내려볼 때) 유학자들의 고장이었다.

 

유림이 득세를 한 지역은 그들만의 땅이었고,

아흔아홉칸 저택을 짓고 산 그 도도함에 시대의 변화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함양만의 오래된 찬

 

 

 

함양산청이 산청함양으로 불려지고,

인근 거창이 두 곳의 대학을 가지며 두 배의 인구를 늘려도 천령은 그래도 유림이었다.

 

유림이고 나발이고 변해만이 산다.

그래야만이 소멸되지 않는다.

 

 

 

 

 

 

 

식당을 나와 위천을 따라오르니,

천령이 살고자 변화를 모색한 결정체 '함양대봉산휴양밸리'가 나왔다.

 

내 알기로 함양을 찾는 사람들은,

그 목적이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오르고자 혹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자 함이다.

 

이제 함양을 찾을 이유 하나가 더 생겼다. 

 

 

 

 

홈페이지에서 발췌

 

홈페이지에서 방췌

 

 

 

15시시쯤,

함양군이 덕유산과 지리산을 잇는 해발 1,228m 대봉산에 조성한,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대봉스카이랜드 대봉휴양밸리관에 도착을 했다.

 

 

 

 

주차장에서 대봉휴양밸리관(매표소)으로 오르는 EV시설

 

 

 

오늘 이 곳으로 온 이유는 단 하나,

엄마의 해발 1,000m 이상 고지 오름의 수를 늘리기 위함이다.

 

팔순을 넘긴 엄마가 해발 1,000m 이상의 고도에 오를 수 있는 길은,

정령치와 성삼재 같은 고개를 넘는 찻길과 케이블카를 타는 하늘길 뿐이었는데,

함양군이 만든 국내 최초 산악 모노레일 득에 또 한 곳의 고도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대봉휴양밸리관

 

 

 

 

보슬비도 내리고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산을 숨긴 날이라서,

평소 예약을 않고는 타기가 어렵다는 모노레일을 별 어려움 없이 탈 수 있게 되었다.

 

정처에 도착을 하면,

꼭 처음엔 무조건 걷기가 싫다며 차에서 내리길 거부하는 엄마는,

내가 지랄을 하면 마지못해 차에서 내리고 그러다가 주민증을 달라고 하면 '또 뭐 탈낀데...,'라 하며,

그제서야 현실을 받아들인다.  

 

오늘 대봉산에서도 그랬다.

 

 

 

 

모노레일 탑승장으로 가는 셔틀버스

 

 

 

 

15시35분,

10여분 셔틀버스를 타고 탑승장에 도착을 했다.

 

맑았음 더 없이 좋을텐데...,

아니다, 맑았음 표가 없어 모노레일은 구경도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관광의 원동력은 단연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관광이다.

 

엄마와의 세상 서성임에서 그토록 썩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대봉산 역시도 그 썩임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그나마 오름과 내림 두 번의 레일 모두에서,

맨 앞 통유리 창가 좌석에 엄마와 나란히 앉게 됨이 다행이었다.

 

 

 

 

오름의 레일 - 1

 

오름의 레일 - 2

 

 

단순 관광을 넘어선 국내 최초의 산악 모노레일인,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은 총연장 3.93km로 그 연장 또한 국내 최장이다.

 

운무가 걷히길 바랬지만,

산다는 것에 깊고 깊은 의미는..., 오늘은 운무였다.

 

 

 

 

오름의 레일 - 3

 

오름의 레일 - 4

 

오름의 레일 - 5

 

 

 

 

16시30분,

운무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해발 1,228m 대봉산 정상 천왕봉에 올랐다.

 

 

 

 

대봉산 정상 - 1

 

대봉산 정상 - 2

 

대봉산 정상 - 3

 

 

 

엄마가 화장실로 간 사이 계단 열 칸을 딛고 정상에 섰다.

 

그래도 그간에는 왔노라! 보았노라!는 됐는데,

오늘은 왔노라! 뿐이었다.

 

리턴을 해 화장실을 나온 엄마에게 '저 가보자'고 하니,

'마로, 안갈란다'라 했다.

 

그로해서 엄마는,

35분 모노레일을 타고 오른 해발 1,228m 대봉산 정상에서,

화장실 한 번 들리고 전기난로불 3분쯤 쬐고 이내 뒤따라 온 캐빈을 탔다. 

 

에라이~

 

 

 

 

내림의 레일 - 1

 

내림의 레일 - 2

 

 

산다는 것에 깊고 깊은 의미는 없다.

그냥 엄마처럼 살면 된다.

 

운무에 모든 풍경이 가려졌음에도,

뭘 볼끼라고 계단을 처오르락내리락 했는지...,

 

안보이니 내려 간다.

그게 답이다.

 

 

 

 

내림의 레일 - 3

 

내림의 레일 - 4

 

 

언제부터인가...,

설레이는 시작에서 허무해지는 끝을 걱정하는 버릇이 생겼다.

 

수 년전 새벽,

안목해변에서 사천진해변으로 가는 해파랑길 39코스,

해변가 여기저기에 세워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조형물들을 보며,

잔치가 끝났을 때 그 허무는 우짤라고 이래 난리법석을 떨고 있노...,라 했다.

 

끝의 허무가 걱정이 돼,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 꽃들을 애써 외면함이 참 처량한 봄날이다.

 

처량해지지 말라고 운무가 낀 날인가..., 싶었다.

 

 

 

 

내림의 레일 - 5

 

내림의 레일 - 6

 

 

 

 

17시40분 하부탑승장을 거쳐 휴양밸리관으로 돌아왔다.

 

보슬비 내린 봄날에,

엄마와 오른 고도에는 봄을 숨긴 운무가 전부였다.

 

보이지 않아 처량하지 않은 고도였다.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 하행의 풍경 - 1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 하행의 풍경 - 2

 

 

 

비워지는 도시들...,

 

자식은 살고자 서울로 떠나고,

그 부모는 떠나버린 자식들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고...,

 

지금 비수도권 소도시들은 소멸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소멸을 조금이라도 늦추고자 행하는 해당 지자체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그 눈물같은 보슬비를 맞으며 천령을 떠나 집으로 오니 19시40분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