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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추석 제주도 여행기 (上) 본문

일박이일 - 짐싸여행기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추석 제주도 여행기 (上)

경기병 2023. 10. 5. 11:51

추석이고 나발이고 연휴가 제일이다.

조상이고 나발이고 곁에 있는 엄마가 제일이다.

 

두 달 전 떠나온 법환포구 그 여운의 풍경이 그리워,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날인 오후 엄마와 함께 제주로 가는 하늘길에 올랐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추석 제주도 여행기 上 (2023.9.27~29)

2023년 9월 28일 아침, 법환포구에서 바라본 범섬

 

 

비록 1박2일의 여정이었지만,

오랫만에 서성인 제주바다 잔상은,

두 달여가 지나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안가고는 버틸 수가 없어,

엄마에게 추석 때 제주도에 가자고 하니, '니가 부자가?' 이랬다.

 

나는 절대 부자가 아니다.

사주팔자에 재물운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노력 행함이 싫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인생사 욕망의 결실을 처모아 부자가 된들 무엇하랴...,

가고 픈 곳 있음 가고, 하고 픈 것 있음 하고...,

 

그리 살아감이 제일인기라!

 

 

 

 

 

 

 

완도 혹은 목포로 가,

또 배에 차를 싣고 갈까도 싶었지만,

잠길에 화장실을 다녀오던 엄마가 배가 흔들리니 자삐질뻔 한 기억도 있고,

무엇보다 가파도에서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다길래 구지 배를 타고 갈 이유는 없었다.

 

항공사의 농락인지는 몰라도,

몇날을 항공편 구하기에 매달렸고,

그 결과 원하는 날짜 시간에 제주를 오가는 하늘길에 오를 수 있었다.

 

27일 12시,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가 엄마를 데리고 '2023년 추석 제주여행기'에 나섰다.

 

 

 

 

 

 

 

 

 

 

 

사실은 사전에 손사래를 친 사람이,

사실은 일이 시작되면 제일 좋아한다.

 

집으로 가니 엄마는 일전에 새로 산 옷을 차려입고 조금은 들뜬 표정이었고,

탑승 전 별 맛도 없는 점심을 남겨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주 맛있게 다 먹었다.

 

 

 

 

 

 

 

 

 

베이스캠프로 정한 법환포구 지척에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자리해 있고,

10월 1일에는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와 광주FC의 경기가 예정이라,

이마트 서귀포점에서 장을 보며 10월 2일까지 살까?도 싶었지만,

 

9월 28일 가파도를 갔다오고,

9월 29일 삼방산탄산온천욕을 하고나면,

근간에 엄마와 세 번을 오게 된 제주도에서 더는 행할 여정이 없었다.

 

이틀이 지나면 집이 그리워지는 엄마는 분명 돌아가자고 난리를 칠테고,

서귀포에서 엄마와 프로축구 직관을 한 기억은 다음에 갖기로 했다.

 

 

 

 

제주로 타고 온 에어부산 BX8113

 

 

 

 

내 생은,

여든셋 엄마와 또 제주도로 올 수 있는 복 있었다.

 

16시쯤 제주공항에 도착이 되었고,

오늘은 한림에서 장을 봐 곧장 법환포구로 가 숙소에 들기로 했다.

 

 

 

 

스타렌트카 셔틀버스

 

대여를 한 렌트카 (운전하기 어찌나 상그랍던지...,)

 

 

두 달여가 지나 다시 찾은 제주도,

별 감흥도 낯섬도 없었지만 왔음으로 좋았을 뿐이다.

 

 

 

 

 

 

 

마트와 수산을 합친 구매가가 십만원을 넘으면 사은품을 준다길래,

거에 또 혹해 마구잡이로 장을 봐 현지에서는 필요도 없는 섬유탈취제 한 통을 얻었다.

 

 

 

 

베이스캠프 - 법환포구 T아일랜드 (1)

 

베이스캠프 - 법환포구 T아일랜드 (2)

 

베이스캠프 - 법환포구 T아일랜드 202호

 

 

제주특별자치도에 오면,

북부권역의 제주시보다는 남부권역의 서귀포시에 더 애착이 가고,

우도가 보이는 동부해안과 비양도가 보이는 서부해안은 안중에도 없이,

섶섬과 문섬 그리고 범섬이 보이는 남부해안 그 가운데에 위치한 법환포구를 늘 베이스캠프로 삼는다.

 

그 집착의 아집과,

방구석에 뻗어 범섬을 시야에 두고자 하는 바램으로,

협소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난 제주여행에서 머물렀던 숙소를 선택했다.

 

 

 

 

 

 

 

반 술이 됐다.

 

티비에서는,

중국이 아시아를 갖고 노는 체육대회가 한창이었고,

 

창밖에서는,

동중국해가 범섬을 둘러싼 채 어두운 너울을 일렁이고 있었다.

 

나머지 국가들이 딴 메달의 수를 합쳐야 한 국가가 딴 메달의 수에 근접하는,

바둑에 이어 컴퓨터게임까지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킨 아시안게임에는 이제 관심이 없다.

 

나는 법환포구 밤마실이나 갈란다.

 

 

 

 

 

 

 

 

제주아모제펜션 - 2021년에 엄마와 머물렀던 숙소

 

 

무엇이 있어 또 이 포구엘 와,

무엇이 있어 또 이 포구를 서성이는지...,

 

 

 

 

 

 

 

 

 

 

 

 

 

이미 취한 뇌였지만,

포구를 조금 서성이니 취기는 금새 사라졌다.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 포구의 가장자리에 터를 잡고 앉아,

파도가 한 번 밀려 들 때마다 한 모금씩 마시는 짓을 다섯 번 하고나니 빈깡통이 됐다.

 

 

 

 

 

 

 

방황을 할 이유도 없이 방황을 한 밤을 보내고 눈을 뜨니,

아, 창밖에 범섬이 있는 아침이었다.

 

일어날 생각들이 없다.

 

잘 됐다!

기나가자!!

 

 

 

 

 

 

 

 

 

 

 

포구를 한 차례 돌고 돌고왔음에도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잘 됐다!

또 기나가자!!

 

 

 

 

 

 

 

 

섶섬과 문섬

 

 

 

 

 

 

 

 

식 전 댓바람부터 법환포구를 두 차례나 돌았다.

 

그리고 숙소 야외테크에 놓인 벤치에 뻗어 범섬멍을 하고 있으니,

숙소가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자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라이~ 차라리 제공을 하지마라!

 

 

지난 방문에서는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에 붙혀 한식으로 아침을 때운 엄마도,

이번 방문에서는 우짠일로 계단을 내려와 미국식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약을 먹고 한 시간여 안정을 취한 다음,

이번 제주여행의 실질적 이유를 행하고자 10시쯤 숙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