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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下) 본문

일박이일 - 짐싸여행기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下)

경기병 2023. 8. 11. 09:02

한반도 해안지선을 이어 걸으며 스친 도시들에서,

 

청초호를 건너는 금강,설악대교가 놓인 속초가 좋았고,

포구의 운치가 낭만돼 도시 전체를 물들인 목포가 좋았고,

그리고 높다란 종려나무 밑 푸른바다가 펼쳐진 서귀포가 좋았다.

 

 

제주도에 오면,

밤은 늘 서귀포에서 보내고,

숙소는 법환포구 범섬이 보이는 창을 가진 집을 찾는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下 (2023.8.4~5)

1100고지 백록상

 

 

17시가 조금 지난 시각,

푸른 너울이 휘몰아치는 법환포구로 내려섰고,

갑자기 예약한 숙소의 상호가 생각나지 않아 지도에서 기억을 찾고서야...,

 

법환포구 언덕배기에 자리한 T아일랜드에 들어설 수 있었다.

 

 

 

 

T아일랜드 402호

 

 

요구사항 제로로 입실과 동시에 중노년 일동 떡실신을 했다.

 

 

조금전 한림수협마트에서 본 장이 부실해,

5분 뒤 정신을 수습하고 숙소를 나와 2km 가량 떨어진 이마트 서귀포점으로 갔다.

 

서귀포에 오면 주민인냥 매번 이마트로 가 장을 본다.

 

집에 있는데...,

지금은 없으니 사야하고...,

한 시간여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19시쯤이었다.

 

 

 

 

 

 

 

 

 

타 객실은 굽고 떠들고 난리를 치고들 있었지만,

402호는 절간이었다.

 

어찌나 잘 자고 있는지 깨우기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저녁을 먹고...,

또 바로 잔다길래...,

 

비로소 홀가분해졌다.

서귀포 밤바다를 서성이고자 절간을 나왔다.

 

 

 

 

 

 

 

 

 

 

 

밀감향기 풍겨오는 가고 싶은 내 고향...,

나는 그 애달픈 사연이 없다.

 

칠백리 바다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나는 엄마를 데리고 칠백리 바다를 건너 서귀포로 왔다.

 

 

엄마는 범섬이 보이는 창가 침대에서 풀풀 자고,

나는 캔맥주 하나에 의지해 포구를 서성이며 서귀포에서의 밤이다. 

 

 

 

 

 

 

 

자다보니 내만 이불이 없다.

그러고보니 챙겨주지도 달라고도 않았다.

 

에어컨을 끄고 배개를 배에 덮고 잔 밤이었다.

 

 

 

 

2023년 8월 5일 법환포구의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보았지만,

어제보다 더한 파도가 수평선을 갈가갈기 찢고 있었다.

 

가파도고 나발이고 잘하다가는 여수로 나가는 배조차도 안뜰 판이었다.

 

 

 

 

한라산 - 1

 

한라산 - 2

 

 

아침이 제공되는 숙소였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수반된 계단이 있어,

내려가면 다시 올라야 함에 엄마는 어제 저녁 먹다남은 밥을 먹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한식으로 한 번, 미국식으로 또 한 번, 두 번의 아침을 먹었다.

 

 

 

 

 

 

 

주인장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불을 안챙겨줘 그렇지 아주 괜찮은 숙소였다.

 

완벽한 시설, 고급스런 비품, 정갈한 청결, 등등...,

그 모두가 대단히 만족스러웠던 법환포구 T아일랜드였다.

 

 

 

 

402호 거실 쇼파에 뻗어 본 창밖 풍경

 

 

 

 

약을 복용한 엄마가 창가 침대에 누워 약기운을 다스릴 동안,

tv에선 제주mbc에서 자체 제작한 평화음악회가 방영되고 있었다.

 

어제 저녁 마트에서 장을 보며 스친 제주사람들,

지금 tv에 나온 소년의 노래를 객석에 앉아 듣는 제주사람들,

 

그들에겐 분명 그들만의 독립적 자체성이 있었고,

그들의 표정엔 바다가 만든 테두리에 갇힌 한계의 답답함이라곤 전혀 없었다.

 

 

한 때 해안길 클리어에 미쳐 제주도를 들락날락일 때,

무모한 제주살이에 나 역시도 은퇴를 하면 제주도로 와 살까? 한 적도 있었다.

 

나는 속초도 가고 목포도 가고 서귀포도 가고...,

그렇게 사는게 낫을 듯 해, 자처한 고립을 사전에 예방했다. 

 

 

10시30분 엄마가 일어났다.

 

 

 

 

법환포구 - 1

 

법환포구 - 2

 

밥환포구 - 3

 

 

10시40분쯤,

지금까지의 생에서 늘 오고 싶은 곳이 된 법환포구를 떠난다.

 

일을 하다가도 지금쯤 법환포구는...,

밤에 술을 마시다가도 지금쯤 법환포구는...,

 

그랬던 법환포구를 또 떠난다.

 

 

 

 

 

 

 

 

 

엄마는 동문시장 가길 원했지만,

나는 서귀포에 조금은 더 머물고 싶어 매일올레시장으로 갔다.

 

말린 옥돔밖에는 팔지 않아 밀감모자 두 개를 사고 시장을 나왔다.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가는 길,

1139번 지방도를 넘어가기로 했고 11시10분쯤 1100고지휴게소에 올랐다.

 

 

 

 

 

 

백록상

 

고상돈상

 

 

사슴을 보고 처음엔 말이가 해샀고...,

고상돈이 누고 해샀고...,

 

어서 제주시로 내려감이 상책이었다.

 

 

 

 

 

 

 

 

 

엄마는 그날처럼,

잘 말린 조기를 사고 싶어했지만 아무리 난전을 쏘다녀도 조기는 보이지 않았다.

 

물회 한 그릇씩을 먹고나니 시계는 13시30분을 넘어 서 있었고,

이제 가차없이 제주도를 떠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