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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18코스 - 칠포해변에서 화진해변 본문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해파랑길 18코스 - 칠포해변에서 화진해변

경기병 2017. 4. 8. 21:52

잠이 오지 않거나, 우두커니 있을 때,

불쑥 지난 온 날들에서 형성된 기억 하나가 선별과 상관 없이 떠 오를때가 있다.

 

배시시 웃음을 짓는 기억도 있지만, 씁쓸한 기억과 후회되는 기억도 있다.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 후회의 장르면 쉽게 떨쳐내기가 버겁다.

 

지난 밤,

내일 해파랑에 가야지 하고 누웠는데, 이런 잠이 안오고 후회의 장르 기억 하나가 떠 올랐다.

 

디지기전 참회는 아닐지라도 반성은 해야겠다 싶었다.

해파랑을 걸어면서...,

 

 

 

 해파랑길 18코스 - 칠포해변에서 화진해변 (2017.04.08)

 

 

지난 2월 25일,

발목뒤에 난 상처가 걸음에 지장을 초래 할 것임을 알면서도 포항행 첫 차를 타고 흥해로 갔다.

흥해환승센터에 내리니 칠포로 가는 버스가 눈앞에서 떠나고 있었다.

발목뒤의 쓰라림도 있었지만, 부화가 치밀어 그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한달하고도 15일이 흐른 4월8일,

흥해환승센터에서 칠포로 가는 청하지선버스를 한시간 지루하게 기다리고서야 그 길의 시점에 닿을 수 있었다.

07시 집을 나와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해파랑길 18코스 시점 -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흥해 관아]

 

 

 

 

 

 

나와 대중교통은 맞지가 않다.

흥해환승센터에 도착을 하니 칠포로 가는 청하지선은 떠난지 십여분이 지나있었다.

 

 

 

[지난 2월18일 17코스를 끝낸 그 곳]

 

 

[시작부터 모래사장과, 해안 사면을 오르내리니 숨이 차다]

 

 

 

 

 

 

엊그제 온 봄인데, 벌써 떠났나?

 

성급한 도령들이 바다로 뛰어 들었고, 때마침 학원차량에서는 한무리의 낭자들이 내렸다.

시절은 그렇게 썸을 타야 시절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에서, 지쳤는지? 걸음에 설레임이 묻지 않는다.

시작을 했기에 끝으로 가는 걸음이 됐다.

 

 

 

 

 

 

 

나는 가난한 동해 바닷가 영일군 청하면에서 태어났다...... 중략

배금자 「이의있습니다」 중에서,

 

이십여년전 오세훈과 같이 문화방송에서 법률프로그램을 진행한 그녀의 에세이를 읽었고,

청하라는 지명은 그후 지금까지 내 뇌리에 각인이 되어 있었다.

 

각인을 하고 산 세월에 비해, 다가옴이 없는 한산한 면이다.

 

 

 

 

 

 

 

 

 

걷다보면 종종 같은 목적으로 걷는 이들과 스치는데, 오늘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 했다.

아직 절반도 걷지 못했는데, 걷기가 싫어진다.

 

해안기슭에 앉아 빵과 쥬스로 점심을 떼우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싶다.

 

 

 

 

 

 

 

 

 

[월포해수욕장]

 

 

18코스 6할을 넘긴 거리에 위치한 월포해수욕장에 다달았고,

봄바람 봄파도 넘실거리는 풍경속에 mt를 온 청춘의 무리가 바다와 어우러져있다.

 

봄은 그대들이다! 외치고 싶었지만...,

 

 

 

 

 

 

 

 

 

 

 

3시간, 15Km를 걷고 있다.

끊어진 길에서 우회하기 싫어 직진을 고수하다,

축양장에서 쏟아지는 방류수를 건너지 못 해 몇 백미터 걸음이 트렉에 중복이 되었다.

 

 

 

 

 

길 없는 해안지선에 숨어 있는 사유지들,

소유주의 눈치를 보며 걷느니 차라리 속 편하게 도로를 걸었다.

 

그런 뒤에야 화진해변이 아스라히 보이는 곳까지 왔다.

 

 

 

 

 

 

 

 

 

 

 

1Km를 걷고 5분을 쉰다.

쉬면 서늘해지고, 걸어면 덥다.

 

 

 

 

 

 

 

[보병 제50사단 ??시설 옆 이정푯말]

 

 

[그리고 나타난 화진해수욕장]

 

 

 

 

16시15분, 4시간40분 20.4Km 걸어 해파랑길 18코스 종점인 화진해변에 닿았다.

 

 

 

[파랑길 18코스 종점 -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 

 

 

[6,000원 답더라~]

 

 

화진휴게소에서 500m를 걸어 화진3리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집으로 갈 길이 막막해 진다.

 

4차선국도변 들판에 자리한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아 언제 올지모를 버스를 기다린다.

시간을 검색하니 흥해로 나가는 버스는 좀 전에 떠났고, 다음 버스는 2시간후에나 있다.

 

행여 다른 버스편이 있나? 싶어 검색을 하니,

2.5Km 떨어진 송라면소재지에 보경사에서 18시에 출발하는 509번 버스가 선다.

시계를 보니 17시45분, 죽어라 7번국도를 걷고 뛰었다.

 

송라면사무소 직전50여미터, 저마치 보이는 가게 유리창으로 떠나는 버스의 실루엣이 보였다.

헛웃음, 썩소, 내가 그렇지, 이제 내게 욕이 나왔다.

 

허탈하게 다시 국도변으로 나오니 매표소는 문을 닫았지만, 간이시외버스정류장이 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포항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가 나를 발견하고는 타라는 경적을 울려 주었다.

착하신 신(神)이 나타났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