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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21코스 - 창포말등대에서 축산항등대 본문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해파랑길 21코스 - 창포말등대에서 축산항등대

경기병 2017. 4. 25. 18:13

13시15분, 영덕해맞이공원에 도착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란 갈등이 뇌에서 소란을 피웠다.

양발바닥에 생긴 물집에서 느껴져오는 부담과, 무엇보다 걷는 기분이 많이 지루했다.

 

고작 10Km를 걷기 위해, 사만원의 경비를 쓰면서 3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왔다가,

4번의 버스를 또 갈아 타고 돌아가기에는 아니다 싶었는지?? 걸음이 곧장 21코스로 들어선다.

 

16시 정각 축산항에서 강구항로 가는 버스를 탈려면 12Km를 2시간40분내에 주파해야 한다.

닥치고 가자!

 

 

 

 해파랑길 21코스 - 창포말등대에서 축산항등대 (2017.4.22) 

 

 

 

쉬다 걸어면 꽉찬 물집이 피부안에서 퍼지는 고통이 제법 느껴진다.

느끼지 않으려면 걸어야 한다.

 

정코스였기에 해파랑을 걷는 이들이 간혹 있어 지루함도 이내 사라졌다.

 

 

 

[해파랑길 21코스 시점 -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오보해변]

 

 

 

 

 

 

 

 

 

 

 

해파랑을 걷기 시작하면서, 다음 코스에 대한 기대는 있어도 궁금함은 없었다.

선답자의 기록을 보면 되니까...,

 

해파랑을 걷는 이들은 대다수가 연령이 좀 있는 분들이고, 블로그 후기 역시도 그분들이 작성한 것을 선호 한다.

치장이 서투니 당연 리얼이고, 행사의 걸음이 아닌 사색의 걸음이니 픽션은 없다.

 

숱한 분들의 코스별 숱한 후기들에서...,

21코스에 감탄을 한 후기들을 보면서 내심 21코스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만 갔다.

 

드디어 오늘, 지금, 그 21코스를 걷는다.

 

 

 

 

 

 

 

 

 

 

 

 

 

 

오보해변을 돌아나와 시작된 해안산길은 감동의 바닷길이었고,

자연과 조화롭게 꾸며 놓은 최고의 영덕블루로드였고, 설레이는 해파랑의 걸작이었다.

 

해안선이 조그마한 원을 만들어 놓은 곳에 숨어 있는 석동마을을 지나고도 그 길은 경정3리까지 이어졌다.

 

득분에 오르락 내리락을 한 100번은 한것 같다.

머리에서 흘러 내린 땀이 썬크림을 씻겨내려 눈으 들어오니,

누군가 보면 풍경에 감동을 해 우는 것 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석동 포구]

 

 

 

 

 

 

[그래 나도 반갑다~ 근데 너 총은?]

 

 

 

 

 

 

 

 

 

 

 

 

 

 

 

이런 기분을 알까?

이런 기분을 어떻게 글로 쓰야할지...,

 

 

 

 

 

 

경정리마을로 들어서며 시간을 확인하니,

축산항에서 강구항으로 가는 16:00 막차는 아무래도 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 버스를 탈려면 3Km 남짓 남은 길을 다음으로 미루고, 이 쯤에서 버스정류소를 찾아야 한다.

 

대신에 17:10분에 영해로 가는 버스가 있다.

 

 

 

 

 

 

 

 

 

[축산해변과 죽도산]

 

 

 

경정리마을에서 앞서 가는 청춘들과 같이 걷게 되었다.

모두들 땡볕에 가까운 오후의 햇살과 기나긴 길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나가는데, 우월한 뒤태에 앞이 궁금했던 낭자가 마침 뒤를 돌아본다.

그 낭자와, 그 낭자를 바라기 하는 도령 하나가 무리를 내팽겨치고 내 걸음에 따라 붙는다.

내가 서면 그들도 서고, 내가 걸어면 그들도 걷고, 그렇게 해안산길이 끝나고 축산항 죽도산이 보일때까지 같이 걸었다.

 

같이 회식이나 할래? 할라다가..., 참았다.

 

 

 

[왜 하필이면 그 때 톡 튀어나오시는지?? (전 모지이크처리를 못해요)]

 

 

 

강구행 16시 버스가 축산항을 떠난지 10여분이 지나서야, 축산항등대가 우뚝 선 죽도산 입구에 닿았다.

 

강구를 거쳐 집으로 가나, 영해를 거쳐 집으로 가나 집으로 가기는 매한가지다.

그렇게 단념을 하니 초행의 영해를 구경할 수 있음이 설레임으로 다가선다.

 

보이는 죽도산을 오른 다음 버스정류장으로 가면 길은 끝이 난다.

 

 

 

[사력?을 다해 전망대를 오른다]

 

 

[걸어 온 풍경]

 

 

[걸어 갈 풍경]

 

 

[영덕군 축산면(항) 풍경]

 

 

 

 

 

코스의 종점이자 시점부에 있어야 할 종합안내판이 죽도산시설내에 자리해 있다.

걸어 온 이들의 피로가 코스의 말미에 포함된 산길을 외면할까봐?

인증의 대표적 표식으로 그 외면을 방지하고 있는 듯 했다.

 

올라 온 수고의 몇 배에 달하는 보람이 산 아래 펼쳐져 있었다.

 

 

 

 

 

 

[해파랑길 21코스 종점 -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

 

 

 

죽도산을 내려와 축산항 버스정류소에 도착을 했다.

 

하루종일 바다색을 푸르게 한 액기스 빠진 햇살이, 하루종일 바다를 따라 걸어 온 액기스 빠진 나와 마주한다.

너도 저물고, 나도 집에 간다.

 

두대의 관광버스로 투어를 끝낸 이들이 거한 뒤풀이를 했는지 비틀거리며 인근의 횟집에서 쏟아져 나온다.

때마침 영해로 가는 버스가 왔고, 그 꼴을 주변환경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축산항에서 영해터미널로 가는 농어촌버스의 승객은 나 혼자였다.

텅빈 정류소들을 논스톱으로 통과한 낡은 버스는 11분만에 영해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낯선 풍경속을 잠시 서성이는 호사를 바랬지만,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