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 화흥포항 본문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 화흥포항

경기병 2022. 2. 10. 13:05

17시20분에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의 화흥포로 나가는 마지막 항차를,

섬을 떠나는 뱃길로 정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 항차를 놓치게 되면,

18시에 산양항에서 해남의 땅끝항으로 나가는 마지막 항차가 최후의 보루가 된다.

 

주어진 두 시간에 두 섬을 둘러보고자,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낯선 섬속으로 들어섰다.

 

 

 

 

한국뱃길 -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 화흥포항 (2022.2.5) 

소안도 소안항에서 노화도 동천항을 경유 완도 화흥포항을 오가는 민국호

 

 

 

읍(邑)의 행정단위를 가진 노화도는,

보길대교로 연도가 된 보길도와 함께 일정부분 자립이 가능한 사람 살아가는 규모가 제법 큰 섬이다.

 

그런 섬에서의 관광객 행세는 혼자만의 지랄이다.

 

 

 

 

노화읍내 - 1

 

노화읍내 - 2

 

 

 

 

노화읍의 번화가 이목을 거쳐 보길도로 향하는 길,

 

어라~ 섬에 전통시장이 있다.

섬에서 장을 보는 체험도 괜찮겠다 싶어 곧장 '노화전통시장'으로 갔다.

 

근데, 말린생선만 팔더라~

 

 

 

 

 

노화도에서 본 보길대교(보길도~장사도)

 

 

 

 

 

16시쯤 보길대교를 건넜다.

 

어쩌면 윤선도는 보길도로 온 불청객이었을지? 모른다.

그 불청객이 따분하고 심심해서 남발을 한 그의 글들이 작금의 보길도를 빛나게 했다.

 

 

 

 

 

 

 

 

 

 

나는 조선의 사대부를 아주 미워하기에,

그들이 남긴 문예 따위에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보길도에 왔음에 가장 보길도다운 무엇인가를 찾았을뿐이다.

 

어쩌면 조선시대 귀양은,

국가에서 무상으로 보내주는 쉼과 재충전의 긴 여행일수도 있다.

 

조선팔도 곳곳에서 귀양살이로 반평생 이상을 보낸 그였지만,

임금의 부름을 거절하고 스스로 택한 보길도에서의 삶이 지금의 그를 빛나게 했다. 

 

부럽더라~

이 꼴, 저 꼴, 안보고 이 좋은 섬에 눌러앉아 살았기에 명작 '어부사시사'는 그의 붓에서 쓰여졌다.

 

 

 

 

장사도에서 바라본 노화도 이목항

 

장사도에서 바라본 보길대교

 

 

 

문학관을 나오니 16시30분이었다.

 

조금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반 일주도로가 형성된 보길도를 윤선도처럼 둘러보고 싶었지만, 

배를 타고 떠나야 하는 섬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촉박함도 같이 흐른다.

 

살다보면 또 오게 되겠지...,

 

 

 

 

이목항에 정박된 국가보조항로를 운항중인 삼사랑1호와 섬사랑8호

 

 

 

노화도는 이목항을 잠시 서성이는 것으로 탐방을 대신했다.

 

그러다가 항에 정박된,

국가보조항로를 운항중인 두 척의 섬사랑호를 만나게 되었다.

 

현재 1호부터 17호까지 운항중인 저 철부선들이 다니는 뱃길이 진정한 사람의 뱃길이다.

엄마와 함께 저 배들이 다니는 섬과 바다를 다 떠돌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 사는 곳에서는 저 배들이 출항을 하는 항구는 너무도 멀리에 있다.

 

 

 

 

 

 

 

 

17시05분, 무난하게 노화도 동단에 위치한 동천항에 도착을 했고, 

경쟁없는 느긋한 발권도 이뤄졌다. 

 

 

 

 

소안1교와 구도

 

소안도

 

 

 

개략 2km쯤 바다 건너에 태극기섬이라 칭하는 소안도가 보인다.

 

노화도와 구도를 연결시킨 해상교량명이 '소안1교'임을 미뤄 짐작하니,

곧 구도와 소안도 사이 해역에도 해상교량이 가설될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주어진 시간이 이뿐이라서,

소안도는 고사하고 해상교량으로 갈 수 있는 구도마저도 못간다.

 

 

 

 

 

  

 

강진만과 보성만 만입의 해역에 위치한 섬들로 구성된 완도군은,

동쪽해역순 금당도, 금일도, 생일도, 약산도, 청산도, 신지도, 고금도, 완도, 소안도, 노화도, 보길도가,

각각의 11읍·면을 유지하고, 이중 고금도, 약산도, 신지도, 완도는 77번국도 등의 해상교량들로 연륙화가 되었다.

 

연륙화가 된 섬들은 이순신트레일로 이미 걸어서 입·출도를 했고,

올해 1월15일에는 엄마와 함께 거금도 우두항에서 차도선을 타고 금당도를 탐방했다.

 

금당도 탐방에서는,

한 날에 네 번의 뱃길로 금일도와 생일도를 동반하고 싶었지만,

만약 그렇게 강행을 했다면 뒷좌석에 앉은 엄마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았을 것이다.

 

 

 

 

동천항에 장기정박된? 해국페리2호

 

 

 

사실 오늘 탐방에서도,

새벽밥을 먹고 출발을 했다면 소안도까지는 충분히 탐방이 가능했다.

 

팔순의 엄마는 내가 추구하는 기행의 이음을 모른다.

설명을 아무리 해줘도 알려고 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엄마를 두고 떠날순 없다.

그게 지금의 내 팔자다.

 

우쨌던간에 오늘 노화도와 보길도를 탐방했기에,

완도군의 읍·면을 유지하는 섬은 금일도, 생일도, 청산도, 소안도 4곳만이 남게 되었다.

 

 

 

 

소안 ~ 노화(보길) ~ 완도의 뱃길을 오가는 민국호 - 1

 

소안 ~ 노화(보길) ~ 완도의 뱃길을 오가는 민국호 - 2

 

 

 

지역 단위농협이 결성된 섬들은,

그 농협들이 자체 운영하는 차도선들의 항로로 지역민의 편의제공과 영업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농협깃발을 펄럭이며 항해하는 철부선들 중 가장 으뜸은,

소안농협이 '소안도~노화도~완도'의 뱃길에 띄운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완도를 중심으로 한 해역의 뱃길은 대한민국 여객선들의 전시장이었다.

 

 

 

 

화흥포항에서 만나 대한호

 

화흥포항으로 타고 온 민국호

 

 

 

엄마와 나는 곧 그 3척의 철부선들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민국호에 승선을 한다.

 

 

 

 

 

 

 

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배만 탈려고 하면 눈이 내린다.

 

17시 20분, 내 생에 처음으로 와 두 시간여를 머문 노화도와 보길도를 떠난다.

 

 

 

 

굿바이~ 아름다운 시절의 노화도여!

 

 

 

 

 

고단한 하루를 끝내는 뱃길에서 엄마는 풀풀 잠이 들었다.

나는 살짝 차문을 열고 나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선상에 올랐다.

 

아픈 엄마를 집에 두고 홀로 나서질 못해,

아픈 엄마를 데리고 한반도 연안의 바다를 떠도는 심정이 조금은 서글픔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선상을 내려가 차문을 열면, '추븐데 마로 자꾸 나갔다들왔다 해샀노' 할 엄마가 있어 행복하다.

 

 

 

 

 

 

 

18시가 되기 전,

눈 내리고 어둑어둑해지는 뱃길을 30여분 항해한 민국호는,

집으로 돌아 갈 길이 아득히 먼 완도의 남단 화흥포항에 접안을 했다.

 

 

 

 

완도타워에서 본 눈 내리는 완도항의 저물녘

 

 

 

또 서성이고 싶어지는 완도항을 동망봉 완도타워에서 내려다보고...,

 

생선구이고 전복죽이고 나발이고 빨리 집으로 가자는 엄마의 독촉에 따라, 

일단은 13번국도와 77번국도가 갈라지는 완도교차로로 향했다.

 

두 길다 내가 걸은 길들이었지만,

나는 신지도와 고금도를 가로질러 마량으로 가는 77번국도를 택했다.

 

 

 

 

신지대교

 

징보고대교

 

고금대교

 

 

 

네이비를 셧아웃시켜야만이 집으로 가는 길이 빨라진다.

 

마량에서 23번국도를 타고,

목리교차로에서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2번국도로를 타고,

벌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니 22시가 조금 덜 된 시각 내 사는 곳에 도착이 되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16  「노화도 동천항 → 완도 화흥포항」

□ 운항선사 : 소안농협 민국호

□ 운항거리 : 8마일 / 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