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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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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기행 - 지족항

경기병 2022. 10. 21. 09:54

내가 좋아하는 인생의 판은 세 판이다.

여럿이 모인 술판에서 모두들 술을 잔뜩 마시고 개판을 치다보면 살판이 난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그 판들은 자주에서 어쩌다가로 간격이 늘어났고,

어쩌다 한 번 그 판들을 펼치고 일어난 다음날이면 뭣모를 책망이 들곤했다.

 

순리는 그 날들에 맞게 사는 것이다.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은 분명 술판과 개판보다 재미가 있었지만 살판은 아니었다.

 

엄마와 세상을 서성이는 요즘이 살판난 인생이다.

 

 

다시를 낼 멸치가 가물가물한다고 했다.

이는 곧 삼천포를 가자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오늘 살판을 펼칠 세상은 진주만이다.

 

용궁시장에서 다시멸과 말린 생선을 사고...,

77번국도 해상교량들을 건너 남해도로 넘어가 멸치쌈밥을 먹고...,

 

오늘 그런 살판을 만들고자 11시쯤 집을 나섰다.

 

 

 

 

포구기행 - 지족항 (2022.10.16)

지족해협 - 1

 

 

 

얼간이배추를 데쳐 된장으로 버무린 다음 진하게 우려낸 멸치 육수에 넣어 끓이면,

그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락국이 된다.

맛은 멸치가 낸다.

 

수산시장이 있는 여럿 도시들에서 다시멸을 사보았지만,

엄마의 믿음은 삼천포 용궁시장에서 파는 다시멸이 늘 최고였다.

 

 

 

 

사천만 사천대교

 

 

 

이상하리 만큼 정체가 없는 날이었다.

사천나들목에서 삼천포로 내려가는 3번 국도 역시도 아주 수월하게 지났다.

 

 

 

 

삼천포어항 - 1

 

삼천포어항 - 2

 

 

 

흡족한 표정으로 장을 봐 오는 엄마를 보니,

이제 멸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 될 듯 싶었다.

 

 

 

 

창선교 (창선도~남해도)

 

 

 

돈 벌어 길에다 다 닦아쓰는 날들이다.

 

그래도 좋다.

엄마가 활력을 유지하고 장을 볼 만큼 나아졌음에...,

 

14시30분쯤,

지족해협을 건너 삼동면사무소부근에 도착을 했다.

 

 

 

 

 

 

 

 

 

항암제 때문에 입안이 불편해진 엄마가 그래도 밥 한 공기 다 비우니 기분이 좋다.

또 한번 멸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지족해협 - 2

 

지족해협 - 3

 

이순신트레일에서 걸었던 해안도로

 

 

 

만조라서 더 예쁜 지족해협,

 

그 곳에 일렁이는 회상에도 분명 살판은 스며 있었다.

허나 내일의 회상이 될 오늘에 살판이 없다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좋은 가을날에,

엄마와 함께 진주만을 돌며 멸치를 사고 멸치를 먹은 하루가 살판보다 더 좋은 판이었다.

 

 

 

 

노량대교

 

 

 

노량을 건너 집으로 오니 18시쯤이었고,

술판도 개판도 없이 만든 오늘 살판은 회상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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