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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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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저구항에서 소매물도항

경기병 2023. 7. 4. 09:48

무릇 2023년도 절반이 지났다.

 

흐르는 것은 세월뿐이고,

덧없이 흐르는 세월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음이 생이다.

 

세월이 준 생이 삶이 될지라도,

삶은 스치는 바람과도 같아서 그 애착도 미련도 다 부질없는 회상으로 남을 뿐이다.

 

그래도...,

부질없는 회상 하나를 더 갖고자 11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한국뱃길 - 저구항에서 소매물도항 (2023.7.1)

저구항에서 매물도항과 대항항을 기항해 소매물도항으로 가는 매물도해운 '구경1호'

 

 

일렬로 늘어선 섬들의 분포를 흔히들 열도라 칭한다.

 

고돌산반도 남단,

백야도를 맨 앞에 세운 금오열도는 제도 개도 금오도 안도 소리도를 일컫고,

 

고군산군도 북측해역에 줄지어 선,

말도 보농도 명도 방죽도 횡강도 또한 확연한 열도의 분포로 자리해 있고,

 

그리고 거제도 남단에도,

가왕도 어유도 매물도 소매물도 해금도가 줄을 서 있어, 이를 매물열도라 부른다.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떠날 수 있었던 남녁바다 섬들이 동이나니, 

아쉬운따나 통영의 몇몇 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중 오늘은 매물열도 소매물도로 간다.

 

 

  

 

 

 

 

비야 오던지 말던지,

예보야 맞던지 말던지,

 

중요한 것은 그 섬으로 갈 수 있냐? 없냐? 다.

 

126km에 2시간30분을 주고 출발을 했지만,

길가에 수국이 천지로 핀 오방천삼거리에서 저구항으로 가는 13km 남짓한 편도1차선의 군도,

앞선 두 대의 차가 아주 떡을 친다.

 

출항 13분을 남기고 겨우 저구항에 도착을 했다.

 

 

 

 

저구수국동산에 핀 수국

 

 

저구항은 수국축제가 한창이었고,

몰려 온 사람들의 차로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일거수일투족이 겨우겨우로 진행된 주차와 티켓팅을 끝내고,

엄마와 내가 승선을 하자마자 '구경1호'는 그제서야 저구항을 이탈할 수 있었다.

 

 

 

 

 

 

 

간만에 매물열도로 간다.

엄마와 함께...,

 

 

 

 

멀어지는 저구항

 

철부선이 아니니 뱃길의 뱃전 꼬라지가 참 그렇다.

 

 

집을 나설때까지도 흐릿했던 하늘은,

거제도로 들어서니 맑아지기 시작했고 매물열도로 가는 뱃전에 서니 화창하기 그지 없었다.

 

 

바다와 섬이 예쁘다는 평가를 받을려면 하늘의 도움은 필수이고,

하늘과 바다만을 두고 가장 예쁜 섬을 고르라면 나는 단연 매물열도의 섬들을 뽑는다.

 

지금은 등대섬이라 칭하는 열도의 맨 끝에 자라한 해금도,

쿠쿠다스섬으로도 유명세를 가진 소매물도,

해품길 그 압권의 여운을 남긴 매물도,

 

쪽빛바다를 수 놓는 너무도 예쁜 섬들이다.

 

 

 

 

대포항

 

거제도 최남단

 

대포등대

 

 

다소 사나운 뱃길이다.

젊은 너울에 늙은 여객선이 맥을 못춘다.

 

사나운 젊은 너울이 지키는 매물열도,

늙은 여객선은 사나운 너울을 달래며 열도의 풍광속을 조심히 나아간다.

 

 

 

 

가왕도

 

어유도 - 1

 

어유도 - 2

 

어유도와 매물도 사이에 위치한 여

 

어유도+여

 

매물열도 1경

 

 

13시30분에 저구항을 출항한 구경1호는,

열도의 본섬인 매물도 두 곳의 항(매물도항, 대항항)을 기항해 14시20분쯤 소매물도항에 닿는다고 했다.

 

회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소매물도바라기를 한 시간여 한 다음,

16시15분에 엄마와는 처음 간 소매물도를 떠날 것이다.

 

 

 

 

1차 기항 - 매물도항 (1)

 

1차 기항 - 매물도항 (2)

 

1차 기항 - 매물도항 (3)

 

 

한려해상국립공원은,

통영바다 다섯 섬들에 난 옛길들을 모아 바다백리길을 선정했고,

그 중 매물도 해품길은 바다백리길을 떠나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길이었다.

 

엄마도 해품길을 걸을 수 있음 좋으련만,

세월은 내 엄마의 삶에 매물도 해품길에서의 호사는 주지않았다.

 

 

 

 

멀어지는 매물도 당금항(매물도항)

 

소매물도로 가는 선상에서 마주한 매물도 장군봉 - 1

 

소매물도로 가는 선상에서 마주한 매물도 장군봉 - 2

 

 

매물도 당금마을 언덕배기에 자리한,

한산초등학교 구.매물도분교장터는 현재 백패커들의 최고 비박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나 역시도 수년 전 남해안길종주대와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말을 타며 끼불었던 기억이 스민 장군봉을 보니,

그날이 잠시 그리워졌다.

 

 

 

 

2차 기항 - 대항항

 

장군봉과 대항마을

 

 

기억은,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회상될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바람뿐인 날이었지만,

그 바람속을 헤메인 하루는 바람불어 좋은날이었다.

 

 

 

 

매물열도의 오륙도와 저 멀리 소지도

 

소매물도

 

소매물도항

 

 

14시 30분,

등대섬으로 가는 열목개 바닷길이 열리지 않아,

아주 적당한 수의 여객을 태울 수 있었던 구경1호는 소매물도 서북단 소매물도항에 접안을 했다.

 

 

 

 

소매물도항으로 타고 온 매물도해운 '구경1호'

 

 

십여 년도 더 지난 세월이 흘러서야 다시 소매물도에 상륙을 했다.

 

아침에 복용한 표적항암제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은 엄마는,

식당으로 가는 가파른 오르막을 보며 처음 온 섬에 기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엄마를 독려하며 뒤에서 밀고 밀어 섬의 맛집이란 곳으로 가니,

이런! 뒷집으로 가란다.

 

그래서 또 엄마을 독려하며 뒷집을 찾았다.

 

 

 

 

 

 

 

 

 

최대한 늦게 무라!

다뭇고 나면 할 짓이 없다!!

 

그랬는데도...,

밥을 먹고나니 시각은 고작 30분이 지난 15시10분이었고,

저구항으로 돌아간 구경1호가 다시 올라면 1시간은 섬에 갇혀야 했다.

 

다행히 식당은 카페와 붙어있었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야외테라스 테이블에 아메리카노 두 잔을 놓으며 엄마를 잠시 위탁했다.

 

 

 

 

 

 

 

지금은 지도에서 지워진 해금도(등대섬)에 등대가 서질 않았다면,

소매물도는 그저 그런 낙도에 불가한 섬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석간만의 차가 다소 적은 날들에 한하여 열리는 바닷길이,

오늘은 수면위로 나타나지 않아 섬은 다소 한산했다.

 

 

 

 

 

 

소매물도 등대길로 들어서는 길목

 

 

저까지만 가자고 해도 무릅이 아파 안갈란다는 엄마를 카페에 두고,

십여 년 전에 걸었던 등대길에 들어섰다.

 

 

 

 

 

 

 

볕이 쫌 따가웠지만,

섬의 최고점에 위치한 관세역사관을 돌아서 오기로 했다.

 

 

 

 

 

 

 

 

 

 

 

 

 

시작부터 섬길이 하도좋아,

같이 섬으로 와 카페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엄마를 생각하니 혼자 걷는 마음 편치가 않다.

 

볕도 따갑고,

한 번 걸은 길이라 의미도 없고,

남매바위까지만 가야지..., 싶었다.

 

 

 

 

 

 

 

 

 

 

 

사람은 본분에 맞게 살아야,

후회가 묻지 않은 그 시절의 기억을 가질 수 있다.

 

엄마를 낯선 섬 카페에 두고,

뭐시 좋다고 등대길을 처걷겠노..., 싶더라~

 

 

 

 

리턴 (남매바위에서 항으로 돌아가는 길)

 

 

 

소매물도항

 

 

이십여 분 등대길 맛을 보고 카페로 돌아오니,

엄마는 아메리카노 두 모금을 마시고 하염없이 바다를 처다보고 있었다.

 

 

 

 

엄마가 바라본 소매물도 바다

 

 

한 집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

아래집으로 이동해 이번엔 과일쥬스 한 잔을 시켜 또 우두커니를 바다바라기를 하고 있으니...,

 

 

 

 

 

 

 

 

 

16시10분,

저구항으로 갔던 구경1호가 돌아왔다.

 

 

 

 

 

 

굳바이~ 아름다운시절 소매물도!!

 

 

아마도 내 생은,

2023년7월1일 16시15분에 떠난 소매물도에 다시는 오지 않을 듯 싶다.

 

소매물도에서 가질 수 있는 기억은,

오늘 엄마를 데리고 왔음에 이제 더는 없다.

 

 

 

 

 

 

 

 

통영항에서 비진도를 기항해 매물열도를 오가는 '한솔3호'

 

 

뱃길마저 아름다운 매물열도의 바다에서,

3주 전 비진도를 오갈 때 승선을 한 '한솔3호'와 스친다.

 

뱃길이 있어 그 뱃길에서 엄마는 삶의 활력을 채우고,

뱃길이 있어 그 뱃길에서 나는 세상 떠돎의 서성임을 채운다.

 

 

 

 

 

 

 

17시10분,

구경1호는 13시30분에 떠났던 저구항으로 입항을 했다.

 

결코 적당하지 않은 곳에 주차를 시켜둔 차로 가니,

급하긴 급했나 보다, 문도 잠궈지 않은 채 뱃길에 올랐더라~

 

 

 

 

명사헤수욕장

 

장목항

 

 

 

  

 

 

 

 

여름 도래한 거제도의 토요일 저녁을 좀 서성일까?도 싶었지만,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감이 맞다.

 

 

장목항에서 회 한 접시를 포장해 집으로 오니 2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33  「거제도 저구항에서 소매물도항」

운항선사 : 매물도해운 / 구경1호

항해거리 :  9.5해리 / 55분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