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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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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제주도에서 여수 골드스텔라호 승선기

경기병 2023. 8. 11. 13:30

그제 밤 여수에서 제주도로 오는 배를 탈 때도,

차량을 선적하는 여객은 출항 1시간30분까지는 터미널에 도착이 되어야 한다는 안내문자를 받았고,

 

오늘 낮 제주도에서 여수로 나가는 배를 탈 때도,

마찬가진인 안내문자를 받았다.

 

그로해서 13시50분쯤,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로 갔지만...,

 

 

 

한국뱃길 - 제주항에서 여수엑스포항 골드스텔라호 승선기 (2023.8.5)

 

 

 

배가 저쪽에 있어 배가 있는 곳으로 가니,

거는 8부두였고 여수로 간다고 하니 9부두로 가라고 해 9부두로 가니,

왜 다 타고 왔냐고 하며 일단은 배에 차를 승선시키고 걸어나와야 된다고 했다.

 

다 타고 배로 들어가 차를 넣고,

다 같이 배에서 걸어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국제여객터미널로 돌아왔다.

 

안내문자를 세심히 읽으니,

좀 전에 행한 동선에서 차를 승선시킬 때 동승자를 우선 터미널에 내려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안내문자를 세심히 읽지 않은 나도 문제였지만, 배 한 번 타기 정말 지랄맞다.

 

 

 

 

 

 

 

 

 

 

 

터미널은 아수라였다.

 

엄마를 데리고 나선 길에서 이런 환경에 놓일 때마다,

나는 이유없이 올라오는 짜증에 제발 진상들 없기를 기도한다.

 

분명 예상을 한 상황이었지만...,

 

 

1,200여 명의 탑승객들 중,

마지막 남은 3장의 티켓 예매자는 나였음에도,

혹시나 싶어 객실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했지만 뻔한 헛수고였다.

 

 

 

 

 

 

터미널과 선박을 오가는 셔틀버스

 

 

그 어떤 미친놈들이 이 따위 승선절차를 고안해냈는지,

도저히 이해불가의 승선절차였다.

 

터미널 옆 비워진 부두가 있음에도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부두에 정박된 배,

매표소와 개찰대 그리고도 모자라 선박앞에서까지 세 번에 걸쳐 시행되는 신분증과 승선권 확인,

완전히 개미친지랄들을 하고 있었다.

 

새월호 사고 후,

여객선 안전을 위한 절차라 이해할 수도 있지만,

 

선박의 안전은,

항해승무원의 흐트럼짐 없는 정확한 항해술과,

기관승무원의 투철한 직업정신에서 발한 철저한 사전 점검이면 충분하다.

 

날도 더운데,

뭔 개 같은 메뉴얼을 이리도 악착스레 이행하는지..., 

 

 

 

 

터미널 옆 7부두에 정박중인 목포와 제주도를 오가는 퀸메리2호

 

터미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9부두에 정박중인 여수와 제주도를 오가는 골드스텔라호

 

 

15시,

당장 폐기되어야 할 제주항 승선절차를 마치고,

여수로 가는 한일고속 골드스텔라호에 승선을 했고,

 

15시 30분,

2등객실과 3등객실로 나뉜 여섯시간의 항해가 시작됐다.

 

 

 

 

굳아이~ 제주도!

 

제주항, 바다로 나가는 길목

 

수평선에서 제주도가 사라졌다.

 

 

이년 반만에 찾은 제주도에서 하루 반을 머물고 떠난다.

 

살다보면 일상이 따분해지는 날들은 분명 있을 테고,

그러면 엄마를 데리고 또 제주도로 올 것이다.

 

 

 

 

여서도 - 1

 

여서도 - 2

 

 

객실에 조금 뻗었다가 이내 갑판으로 나와버렸다.

 

좌현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추자도와 사수도를 보고,

우현으로 돌아서니 엄마를 데리고는 도무지 갈 엄두가 나질않는 여서도가 스친다.

 

 

 

 

항해방향 - 우현선미

 

항해방향 - 우현선두

 

항해방향 - 좌현선미

 

항해방향 - 좌현선두

 

 

갑판에 우두커니 기대어 서서 스치는 바다를 그저 보고 있을 때가,

지금 내 생의 요즘에서는 그게 제일인 순간이다.

 

인자 일도 그만하고 싶고,

열심히 살기도 싫다.

 

 

 

 

아수라장이 된 골드스텔리호 내부

 

 

엄마가 잘 있나 싶어 객실를 둘러보고

다시 거처할 곳이 없어 갑판으로 나오니,

 

 

 

 

거문도

 

대삼부도와 소삼부도

 

 

그 뱃길의 반쯤을 항해한 골드스텔라호는,

 

엄마가 아프기 전,

딸기우유 한 팩과 소보로빵 한 봉지가 든 배낭을 메고,

한 번 뱃길에서 삼 도(동도 서도 고도) 이 등대(녹생곶 거문도) 탐방을 한 거문도를 지나고 있었다.

 

19놋트의 세월이 보여주는 세월속에 내가 있었다.

 

 

 

 

제주에서 여수로 가는 선상에서 맞이한 일몰 - 1

 

제주에서 여수로 가는 선상에서 맞이한 일몰 - 2

 

 

선내 식당에서 어제와 같은 메뉴로 저녁을 먹고,

엄마와 같이 해저문 선상에 앉았다.

 

 

 

 

 

 

 

 

 

 

 

벌써 삼치철인가,

나로도를 지날 때는 어화를 훤히 밝힌 배들이 바다에 둥둥 떠 있었고,

 

그런 바다를 엄마와 무심히 바라보고 있으니,

저 멀리 여수를 밝히는 불빛이 아련히 다가온다.

 

 

 

 

여수항 묘박지

 

2023 여름 엄마와 제주도 오고간 골드스텔리호 - 1

 

2023 여름 엄마와 제주도를 오고간 골드스텔리호 - 2

 

 

21시05분 골드스텔라호가 여수엑스포항에 접안을 함으로써,

2023년 여름 엄마와의 1박2일 제주여행기는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았다.

 

 

여섯시간의 항해,

한 시간여의 하선대기,

그러고도 모자라 세 시간여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니 24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몇 날이 지나...,

 

책상위에 놓여진,

그가 본 제주와 그가 보낸 제주를 보았다.

 

내가 본 제주와 내가 보낸 제주가 훨씬 더 좋았다. 

그의 제주에는 엄마가 없었지만, 나의 제주에는 엄마가 있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35 「제주항 → 여수엑스포항」

□ 운항선사 : (주)한일고속 골드스텔라호

□ 항해거리 : 110마일 / 5시간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