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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겨울,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 본문

한국삭길 - 하늘풍경길

엄마와 오른 하늘길 - 겨울,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

경기병 2024. 2. 27. 13:44

오늘은 맑겠지, 

하고 눈을 떴지만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해는 어디를 쏘다니는지,

일주일 내내 도무지 나타나질 않는다.

 

더하여 날까지 추우니,

철길로 영천을 가고자 한 오늘 계획도 엄마에게는 무리라서 취소를 하고 말았다.

 

그러고나니 갈 곳 없는 일요일이 됐다.

눈이나 보러가까...,

 

 

 

엄마와 오른 하늘길 - 겨울,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 (2024.2.25)

가리왕산의 상고대

 

 

근 15년 동안 부산땅에 눈이 내려앉는 일은 없었다.

눈을 볼려면 위도상은 포항이북 경도상은 순천이서까지는 가야한다.

 

뉴스에서는 연일 관동지역의 눈 소식을 전했고,

그 량도 폭설에 가깝다고 했다.

 

그렇다면...,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까지 북상을 해,

42번 국도로 태백산맥을 넘어 정선으로 파고 들어,

겨울, 가리왕산의 설경에 잠시 머물다가 돌아오는 여정이다.

 

부디 엄마가 오늘 이 긴 여정을 잘 견뎌주길 바라면서 10시쯤 집을 나섰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눈이다.

영덕과 울진을 지나 삼척의 근덕에 이르니 비로소 눈다운 눈이 보인다.

 

강릉까지 북상을 해 영동고속도로로 태백산맥을 넘을까도 싶었지만,

애초의 마음이 더 굳건해 13시쯤 동해시 북평교차로에서 42번 국도에 들어섰다.

 

 

 

 

42번 국도 서진 - 1

 

 

42번 국도 서진 - 2

 

 

42번 국도 서진 - 3

 

 

바다고 나발이고,

이제 지겹기만한 7번 국도에서는 졸립기만 했던 엄마도,

 

태백산맥을 넘는 42번 국도가 시작되자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차창밖 눈에 파묻힌 설산의 풍경에 연신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엄마 득에,

13시30분쯤 백복령쉼터에 잠시 정차를 했다.

 

 

 

이런 평소가, (다음 지도 로드뷰에서 발췌)

 

 

이래 돼있으니...,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여지껏 산 엄마는,

'팔십 평생 이런 눈은 처음 본다'라 했다.

 

 

 

 

 

 

 

 

 

 

 

 

 

42번 국도는,

인천에서 수원과 원주 그리고 정선을 거쳐 동해시로 가는 한반도 횡단국도의 한 선이다.

 

2022년 11월 22일 18시쯤,

아우라지를 출발해 칠흑 같은 어둠 속,

42번 국도를 타고 7번 국도가 나오는 동해시로 간 적이 있다.

 

임계를 지나니 그야말로 첩첩산중 암야독도(暗夜獨道)였고,

그믐밥 굽이굽이 그 고갯길을 팔순의 노모를 데리고 어떻게 넘었는지,

지금에 와 생각을 해도 아찔하기 그지없다.

 

 

 

 

 

 

 

임계사거리

 

 

그날 이후 다시는 그런 밤에 그런 고갯길은 넘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건만...,

 

오늘 정선으로 가는 길,

제천에서의 동진 혹은 진부에서의 남진을 포기하고 동해에서의 서진을 택했다.

 

눈도 눈이지만,

그날 암야독도를 지나며 스친 정선군 임계면의 장날 풍경 속을 엄마와 함께 서성이고자...,

 

 

 

 

정선군 여량면 꽃벼루교차로

 

 

백복령에서 임계를 지나 여량까지의 42번 국도는,

해발 500~800m를 오르내리는 험준한 고갯길이다.

 

그 길가 혹은 그 길에서 분기된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 하얀 눈에 파묻혀 있다.

 

사람 살기 가장 좋은 고도가 해발 700m 지점이라 했다.

혈액순환도 원활해지고 숙면도 취할 수 있는...,

 

무엇보다 과한 소비처가 없으니 과하게 살지 않을 수 있음이 부러웠다.

 

 

 

 

북평터미널 시외버스 시간표

 

 

북평터미널 요금표

 

 

14시쯤 산골 오일장이 열리는 임계사통팔달시장에 도착을 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펼쳐진 장날 풍경에 적잖은 실망을 하며 임계를 벗어났다.

 

정선선 나전역이 자리한 북평면을 지날 때쯤,

엄마가 또 화장실이 급하다고 해, 북평버스종합터미널에 잠시 들렀다가,

 

16시가 되면 발권을 마감하는,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 숙암역에 도착을 하니 15시10분이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그 스물한 번째 하늘길은,

지난 2023년 6월에 탑승을 한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였다.

 

도펠마이어와 포마가 설치한 새로운 하늘길이 열리지 않으니,

이미 오른 하늘길을 또 다시 오르게 되고,

눈 내린 삭길을 찾으니 가리왕산이었다.

 

 

 

 

 

 

 

 

 

 

 

 

 

그 사이 탑승료는 50%가 올랐지만,

오른 만큼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니 착한 상승이었다.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는 그 길이 그 높이에 견주어 탑승료는 너무도 저렴한 하늘길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은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 본 좀 받아라!!

 

 

 

 

 

 

 

 

 

 

 

 

 

15시20분 점심도 거른 채,

상부역사에서 엄마가 마실 따뜻한 두유 한 병을 주머니에 넣고,

 

설경의 상고대가 펼쳐진,

해발 1,382m 가리왕산 하봉으로 오르는 42번 캐빈에 탑승을 했다.

 

 

 

 

가리왕산행 - 1

 

 

가리왕산행 - 2

 

 

 

 

 

 

 

 

곧 가리왕산이 만든 상고대에 든다고 생각을 하니 설레였다.

여든넷 엄마도 같이 오르고 있음에 조금은 더 설레였다.

 

 

 

 

가리왕산행 - 3

 

 

가리왕산행 - 4

 

 

가리왕산행 - 5

 

 

추정컨데 해발 800m를 넘어서니 상고대의 시작이었다.

 

평소 그 어떠한 낯섬과 새로움이 다가와도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엄마도,

생전 처음 접하는 상고대의 풍경에서는 틀림없이 삶의 보람 같은 것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가리왕산 상고대 - 1

 

 

가리왕산 상고대 - 2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모든 풍경에 백색의 농도가 짙어진다.

아니, 모든 풍경이 단 하나의 색이다.

 

이게 겨울이구나..., 싶었다.

 

 

 

 

가리왕산행 - 6

 

 

가리왕산행 - 7

 

  

눈 내린 겨울날의 메카니즘은 가리왕산이었다.

 

억만 금을 주고도 못 볼 설산의 풍경,

그 위를 지나는 호사는 단 돈 만 원을 지불하고 탄 '정산가리왕산케이블카'였다.

 

 

 

 

가리왕산 상고대 - 3

 

 

가리왕산 상고대 - 4

 

 

가리왕산 상도대 - 5

 

 

일주일 전 욕지도에 갔을 때 연신 내뱉은 봄타령은 통영의 픽션이었고,

오늘 가리왕산을 오르며 접하는 겨울은 정선의 논픽션이다.

 

 

 

 

가리왕산행 - 8

 

 

15시35분,

42호 캐빈은 해발 1,382m 가리왕산역에 닿았다.

 

 

 

 

 

 

 

잠시 역사밖을 나온 엄마에게는 감당이 안되는 기온이라서,

2층 전망대에 있게 하고...,

 

 

 

 

 

 

 

 

 

 

 

 

 

나는 옷깃을 세우고,

가리왕산 겨울 속을 서성이고자 다시 역사밖으로 나왔다.

 

 

 

 

 

 

 

가리왕산 하봉 상고대 - 1

 

 

가리왕산 하봉 상고대 - 2

 

 

가리왕산 하봉 상고대 - 3

 

 

가리왕산 하봉 상고대 - 4

 

 

십여 년 전 덕유산 영구종주를 했을 때,

향적봉에서 처음 겨울산의 상고대와 마주했다.

 

나무란 나무에는 온통 눈이 붙어 얼어있었고 거기에 바람마저 붙어있었다.

 

그리고 오늘 가리왕산에서 그날 본 그 겨울을 다시 본다.

그런 나를 엄마가 2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15시50분,

육짓길 350km와 하늘길 3.5km를 달리고 올라 오른 가리왕산 하봉을 내려간다.

 

더 머물다가는,

내 귀때기도 상고대의 일부가 될 것 같아서...,

 

 

 

 

숙암행 - 1

 

 

숙암행 - 2

 

 

숙암행 - 3

 

 

숙암행 - 4

 

 

숙암행 - 5

 

 

숙암행 - 6

 

 

숙암행 - 7

 

 

숙암행 - 8

 

 

숙암행 - 9

 

 

숙암행 - 10

 

 

숙암행 - 11

 

 

숙암행 - 12

 

 

16시05분 57호 캐빈은 숙암역으로 진입했다.

 

 

 

 

 

 

 

 

 

 

 

 

 

엄마와의 진한 겨울회상 한 편을 만들어 준,

2024년 2월의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는 '엄마와 오른 하늘길' 최고의 상공이었다.

 

 

 

 

 

 

 

 

 

 

 

 

 

 

 

 

 

 

 

올림픽에 속살을 내어준 가리왕산의 여름 풍경은 상처였다.

하지만 눈이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가리왕산의 겨울 풍경은 아뭄이었다.

 

 

 

 

 

 

 

 

 

 

16시30분,

받은 상품권으로 역사내 판매장에서 된장 한 통을 사고,

엄마와 다섯 번을 오게 된 정선을 올 때마다 아쉽기만 한 마음으로 떠난다.

 

살다보면 분명 시절과 곳은 그리워진다.

그리워지면 다시 찾지 않을 수가 없어 또 오게 된다.

 

 

 

 

 

 

 

 

 

 

정선읍내 아리랑시장을 들릴까도 싶었지만,

이미 장날이 아닌 날의 그 황량함을 보았기에 미련없이 정선읍을 지났고,

 

정선에서 제천으로 가는 길,

영월군 북면의 소재지 마차리에 잠시 정차를 할까도 싶었지만 그 마저도 지나쳤다.

 

안동휴게소 간고등어구이만을 생각하며 줄기차게 남하를 해 18시40분쯤 도착을 했지만,

휴게소 푸드코트는 내부공사 중이었고 할 수 없어 다음 휴게소인 군위에서 저녁을 먹었다.

 

남은 길을 또 줄기차게 내달려,

집으로 돌아오니 2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