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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갈 곳 없는 토요일에는 - 한산도와 추봉도로 간다 본문

살다보면 - 픽션은없다

갈 곳 없는 토요일에는 - 한산도와 추봉도로 간다

경기병 2024. 4. 17. 18:45

사월의 두 번째 토요일,

 

갈 곳이 없으면 섬이 생각나고,

섬이 생각나면 그 뱃길에나 오를까, 싶었다.

 

가장 들고나기 만만한 섬은 한산도다.

 

거제도 어구에서 한산도 소고포로 입도를 해,

추봉도와 제승당을 서성이다가 통영으로 나오면 그만인,

오늘을 보내고자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떠남의 설렘도 없이 집을 나섰다. 

 

 

 

갈 곳 없는 토요일에는 - 한산도와 추봉도로 간다 (2024.4.13)

거제도 어구항에서 한산도 소고포선착장으로 향하는 뉴을지카페리

 

 

거가대로 제2사장교를 지나며,

엄마는 진해만의 봄날을 보고 나는 세월의 무상함을 본다.

 

거가대로가 놓여지기 전,

중앙동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장승포로 갈 때,

사상 서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남마산과 고성 그리고 통영을 거쳐 고현으로 갈 때,

 

그 때 가는 거제도가 거제도다웠다.

그 시절이 그립다.

 

 

 

 

 

 

 

 

 

 

13시20분쯤,

둔덕면 소재지 하둔에서 점심을 먹고,

한산도로 건너가는 페리호 선착장이 있는 어구항에 닿으니 14시10분쯤이었다.

 

 

 

 

 

 

 

 

 

 

 

 

 

도대체 내 생은 일도 없는데 여를 몇 번이나 오는지,

그러고 있으니 이제 한 열 번은 탄 '뉴을지카페리호'가 나타났다.

 

 

 

 

 

 

 

 

 

 

일도 없이 또 한산도로 간다.

 

만날 사람도,

돌아다닐 곳도 없는 섬에...,

 

 

 

 

어구항

 

 

멀어지는 어구항

 

 

엄마가 아프면,

엄마를 데리고 병원도 갔지만,

 

엄마가 아프면,

엄마를 데리고 철부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섬으로도 갔다.

 

그러니 엄마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비산도 - 원경

 

 

비산도 - 근경

 

 

그저 살아지니 살아가는 요즘이다.

 

삶에 의미 따위 부여함도 부질없고,

떠남에 정처 따위 정함도 부질없다.

 

그저 꼴리는대로...,

 

 

 

 

 

 

 

좌도 - 원경

 

 

좌도 서좌항 - 1

 

 

좌도 서좌항 - 2

 

 

좌도 서좌항 기항

 

 

15분 남짓한 어구항에서 소고포를 오가는 항로에,

기항지 한 곳이 추가됐다.

 

한산농협카페리2호가 하루 두 차례 드나들던 좌도 서좌항에,

소속사를 유성해운에서 한산농협으로 바꾼 뉴을지카페리호도 기항을 한다.

 

항로에서 아주 가까운 섬이었는데,

왜 그동안 외면을 했는지? 그리고 비산도는 왜 기항을 않는지?

다음 승선에서는 비산도도 기항지가 돼 있기를...,

 

 

 

 

좌도 원시림?

 

 

다가오는 소고포선착장

 

 

좌도 서좌항을 기항한 뉴을지카페리호는,

15시쯤 한산도 동부해안 소고포선착장에 접안을 했다.

 

 

 

 

추봉교

 

 

 

 

 

추봉도 곡룡포

 

 

곡룡포 앞바다

 

 

일 없이 한산도에 오면,

일 없이 또 추봉교를 건너 추봉도 동단 곡룡포까지 들린다.

 

한 없이 평화롭고,

분명 사람들이 살고 있음에도 너무도 고요한 곡룡포...,

 

먼 훗날 곡룡포에 둘째 집구석을 마련해 놓고,

주중엔 둘째 집구석에 짱박히고 주말엔 첫째 집구석을 오가며 살까?도 싶다.

 

꿈은 이뤄진다고 했지만,

이 꿈이 이뤄지면 과연 어떤 인생사에 시달리게 될지...,

 

차라리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죽도

 

 

용초도와 추봉도 사이 해협

 

 

지나고 보면 세월은 늘 그 때가 좋은 법이다.

 

내일보다는 오늘이 좋고,

오늘보다는 어제가 더 좋았다.

 

내일 해야지, 대신에 내일도 안해야지가, 인생사 최고의 행복이다.

곡룡포에 둘째 집구석 마련이고 나발이고 내일 그 자체가 귀찮다.

 

 

 

 

제승당항 앞바다

 

 

통영에서 온 제승당으로 온 유람선

 

 

15시40분쯤 추봉도를 나와,

한산도 북부해안도로를 따라 제승당항으로 왔다.

 

 

 

 

제승당 가는 길 - 1

 

 

제승당 가는 길 - 2

 

 

살면서 언제가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노?라 뉘가 묻는다면,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제승당항에서 제승당으로 갈 때!라 답할 것이다.

 

살면서 언제가 가장 곤욕이고?라 뉘가 묻는다면,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제승당 직전 오르막을 오를 때!라 답할 것이다.

 

 

 

 

 

 

 

 

 

 

엄마와의 제승당 예방은 오늘이 세 번째다.

 

장군을 추앙하지만,

추앙을 위해 제승당을 예방함만은 절대 아니다.

 

제승당항에서 제승당을 오가는 길에 놓여지면 느껴지는 그 기분 듦이 너무도 좋아서이다.

 

 

 

 

 

 

 

 

 

 

그저 살아지니 살고 있는 날,

 

갈 곳 없는 토요일 오후에,

엄마를 데리고 한산도로 왔고,

제승당을 오가는 길에서 행복해지니..., 그러면 됐다.

 

 

 

 

 

 

 

 

 

 

 

 

 

엄마는 차에 앉아 통영으로 나가는 철부선이 오기를 기다리고,

나는 항의 귀퉁이에 앉아 한산도 앞바다를 바라본다.

 

선거철만 되면,

통영시내 교차로란 교차로엔 '한산대첩교 가설을 추진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린다.

 

이 놈 저 놈 남발만을 했지,

선거가 끝나면 '한산대첩교' 다시 잠수교가 되기 일쑤였다.

 

한산도 제승당항에서 추봉교를 건너 추봉도 예곡까지의 해안도로가,

5번 국도로 승격이 되었지만 언제 '한산대첩교'가 놓여질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개인적 바램이라면,

한산도와 추봉도 주민들에게는 직살나게 욕을 얻어 먹을지라도,

나는 한산대첩교의 가설을 반대한다.

 

거가대로로 거제도가 부산과 연륙이 되니,

거제도에 가면 그 때의 거제도가 그리워진 것처럼...,

 

한산대첩교로 한산도가 통영과 연륙이 되면,

한산도에 가면 그 때의 한산도가 그리워질 것 같다.

 

 

 

 

굳바이! 아름다운 시절 속 한산도 - 1

 

 

 

 

 

의항 기항

 

 

17시06분 '한산농협카페리호'는 제승당항을 이탈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또 한산도에 오게 될지,

와도 할 일은 없는데...,

 

 

 

 

한산항등표

 

 

오곡도

 

 

 

 

 

해는 지고,

바다는 검푸르지고,

 

 

 

 

통영운하로 들어서는 '한산농협카페리호'

 

 

도남관광단지

 

 

17시40분쯤,

아직 한 번 더 한산도를 갔다와야 하는 한산농협카페리호는,

갈 곳 없어 헤메인 하루에 종지부를 찍어주듯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통영의 맛

 

 

중앙시장에서 장을 봐 집으로 돌아오니 2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고,

통영의 맛으로 몇 잔 퍼마시고 그대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