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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마지막 남겨둔 46코스를 이어며, 아야진항을 지나 아야진해변으로 돌아가는 길가 언덕에 하연등대 하나가 힘겹게 서 있였다. 등대기행 39 - 아야진등대 (2020.7.18) 바닷가 화려한 숙박시설들이 등대를 애워싸고 각종 인프라선들에 묶여진 낡은 등대는, 간신히 목을 내밀어 바다를 보고 서 있었다. 사유재산 권리행사의 지장이 초래될지라도..., 우선 입지를 한 등대를 보호하는 법령(이격거리 유지, 광달각도 저촉, 등)이 제정되어, 등대가 초라해 보이지 않기를 기원했다.
정의(正義)는, 인간은 절대 근접할 수 없는 옳음이다. 정의를 내세우고 사는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를 안다. 정의롭지 못했던 일부가 세상에 들춰지는 날, 비는 내렸고 설 곳을 잃은 이는 세상을 떠났다. 정의는 인간에게 허구일뿐이다. 정의는 흉내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정의는 위선을 숨기는 허울이고, 그 허울을 걷어내면 자신에게만은 정의로워진다. 정의롭게 살지도 않았고, 정의롭지 못함을 감추지도 않았다. 대신에 인간이 만든 가장 정의로운 조형물인 등대나 위선으로 찾아 다니며 살란다. 등대기행 38의 등대는, 감천항 앞바다 작은 바위섬에 서서 오가는 배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두도등대다. 등대기행 38 - 두도등대 (2020.7.11) 한반도 서남부해안의 섬과 등대 그리고 해안길이, 드디어 탐방의 주체가 되었지만,..
올해 여섯번째 제주해안일주를 마치고 돌아 온 다음날, 내만 내 좋은 곳으로 나다니는것 같아 가족들에게 미안해져 월전의 장어집으로 갔다. 장어집 2층에 자리를 잡고 창문을 여니, 어랏 그 숱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등대가 대변항으로 넘어가는 군사작전도로변 언덕에 떡하니 서 있었다. 등대기행 37 - 광계말등대 (2020.7.5) 저를 갔다오겠다 했다가는..., 장어고 나발이고~ 할 수 없이 식당의 창문을 열고 폰의 줌으로 땡겨 기행을 마쳤다. 예전에 저 등대부근에서 나를 포함한 두 놈이 낚시를 하다가? 추워서 아마도 한 놈이 등대에 몸을 붙히고 바람을 피하지 않았나? 싶었다. 등대를 바라보니 가물가물한 기억이 흐릿하게 떠올랐지만, 유추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돌아와 등대의 이름을 알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다..
제주올레15코스, 평수포구를 지나니 곶의 지형이 확연히 드러났다. 고운 등대 하나가 외롭게 서 있었다. 등대기행 35 - 운용곶등대 (2020.7.4) 흐린 하늘밑, 흐린 바다를 무심히 보고 서 있는 등대가 애처로웠다. 주말이면 숱한 사람들로 북새통인 유명 등대도 있지만..., 나는 그런 등대는 싫다. 너 같은 등대가 좋더라~ 갈 길이 바빠 머물지도 못하고 이내 등대에서 멀어져 갔지만..., 운용곶 그 곳에 가면, 제주도에서 가장 고운 등대 하나가 서 있다.
09시20분,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왔다. 다행히 비는 제풀에 지쳐 더는 내리지 않았고, 한림으로 가는 급행버스도 5분뒤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양도를 나온뒤 걸어야 할 제주도 북서부해안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달린 버스는, 10시20분 한림에 정차를 했다. 뭐를 한그릇이라도 먹고 섬으로 들어가고자 시장부근을 뒤졌지만..., 딱히 들어설만한 식당이 마땅찮다. 보말칼국수집이 보여 그 앞으로 가보았지만, 방구석과 홀을 꽉채운 민초들이 상에 수저를 놓은 채 침을 꼴각이고 있었다. 그래~ 굶자! 11시20분, 혼자서는 절대 섬 여행을 떠나지 않는 민족의 얼을 지키는 사람들의 틈에 끼여, 내 등대기행 34의 등대가 서 있는, 내 아리랑길 45번째 섬이 될 비양도 간다. 마스크 때문에 어떤 년,놈들이 떠드는지 특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