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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베이스캠프 - 신안 정원장 본문

멈춰선길 - 베이스캠프

베이스캠프 - 신안 정원장

경기병 2020. 1. 22. 11:21

12시20분,

2.7km 달천도 반주를 끝내고 출발지점인 섬달천마을앞 버스정류소에 도착을 했다.

 

이토록 푸른하늘과 저토록 파란바다를 두고..., 지금 돌아가기가 싫다.

 

어디로 가지??

이왕 온 여수인데, 반도의 끝으로 가 백야도나 돌고 가자!

아니다. 외나로도로 넘어 가 사양도를 돌고 외나로도항에서 비(차)박을 하고, 내일 고흥반도와 연결된 섬들이나 돌자!

아니다. 마~ 그냥 부산으로 가자!

 

갈등이 이는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푸른하늘 파란바다를 서성였다.

결단1) 오늘 집에는 안간다.

결단2) 수은등 불빛이 좋은 항(港)에서 밤바다를 보며 하룻밤 비박을 한다.

 

첫번째 두번째 결단를 내리고, 세번째 결단 어디로 갈지에 대하여 답을 얻고자 또 푸른하늘 파란바다를 서성였다.

결단3) 해미누나에게로 가자.

 

 


 

 

 

 

 

 

정확한 정보도, 서로가 약속을 한 사항도 없다.

 

이번 주말은 서해안길개척종주대의 출정 회차이고,

그 공지내용상 1일차 기착지는 신안군 안좌면 읍동선창장으로 명기되어 있었을뿐이다.

공지내용대로 종주대가 이행하기를 바라면서, 여수의 달천도에서 신안의 안좌도로 간다.

 

읍동선착장에 종주대가 오지 않는다해도 걱정은 없다. 

차에 실린 장비들로 오랫만에 혼자 비박을 하며 술을 마시면 되니까...,

 

해미누나에게 전화를 할까?도 싶었지만...,

나타남은 불현듯이어야 하고, 만남은 극적이어야 한다.

 

 

 

 

 

 

 

이거 이거 오늘 뭔 이런 지랄을 다하고 있냐...,

오전엔 남해고속도로 부산~순천구간을, 오후엔 순천~영암구간을 끝에서 끝까지 올클리어를 하고 있다.

 

 

 

압해대교 (목포~압해도)

 

 

천사대교 (압해도~암태도)

 

 

중앙대교 (암태도~팔금도)

 

 

신안1교 (팔금도~안좌도)

 

 

 

2구간으로 나뉘어진 남해고속도로 273km를 완주하고도 모자라,

2번국도와 805번지방도상에 놓여진 천사대교 포함 4기의 해상교량들을 건너 62km를 서진하니,

신안군 안좌면 읍동선착장이 나왔다.

15시30분쯤이었다.

 

어랏~ 근데 저 사람들은?

 

 

 

 베이스캠프 - 신안 정원장 (2020.1.18~19)

정원장 (안좌

 

 

 

내가 정의를 내린 '베이스캠프는...,

전진을 위한 기착지에서 휴식과 숙박을 위해 머무는 임시 거처이다.

 

 

15시30분쯤,

안좌도 읍동선착장에 도착을 하니, 서해안길개척종주대도 막 도착을 해 있었다.

 

새벽부터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동부해안 35km여를 걸어 온 사람들...,

섬에 부는 겨울 찬바람에 그들의 얼굴은 얼어 있었다.

 

니가 뭔데? 할지라도...,

차가워진 두 손을 꼭 쥐어주고 싶었고, 맛있는거도 실컷 다 사주고 싶더라~

 

 

 

 

 

 

 

 

 

결국에는...,

길을 잇고자 하는 의지로 길만을 보고 걸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길을 잇고 있었다.

더도 들도 이제는 필요가 없는 종주대가 되어 있었다. 

 

나는 당신들의 서해안길 개척 이어감에 그저 존중만을 할 뿐이다.

오늘 당신들이 걸어 만들어 놓은 트랙은, 훗날 내가 걸을 길들의 훌륭한 좌표가 될 것이다.

그렇게 시부리며 넉다운이 되어 갔다.

 

 

읍동항선착장 귀퉁이에서,

외로운 가로등 불빛 아래 차를 파킹 시키고, 침낭을 디비씌고 소주를 홀짝이고자 했던..., 그런 베이스캠프는 잊혀졌다.

 

좋다고 주쎄리 퍼마셨고, 그래서 또 안좌도에서 혼절을 하고 말았다. 

 

 

 

- 암태 낭강터미널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걸은 1박2일은,

2020년 1월 19일 15시 정각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그 끝을 다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멀어서였는지, 아니면 헤어져야 함이 아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쉽사리 발길이 돌아서질 않았다.

 

 

 

 

 

 

 

 

350km, 주유를 하기 위해 사천휴게소에서 딱 한번을 쉬고 18시30분 집에 도착을 했다.

 

시동을 꺼고 차에 우두커니 앉아, 부산에서 목포로 가는 버스기사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넋을 놓았다.

근데, 다이아몬드제도에 또 가고 싶어짐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