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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호미곶 본문

살다보면 - 픽션은없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호미곶

경기병 2021. 8. 17. 16:27

21대국회가 모처럼 밥 값을 했다.

또 한 번의 휴가 같은 3일 연휴가 생겼다.

 

근데, 일어나니 이런~ 개시발비가 쳐내리고 있었다.

허나, 비 오는 바다에 가면 운치란게 있다.

문제는 그 운치는 나처럼 순정이 있고, 감성이 좀 있어야 보이는 데..., 모두들 늙어서 그게 없다. 

 

 

오늘은 나가지말자라 했고, 그 말에 집구석엔 정적만이 흐른다.

운치의 불씨를 피워야 한다.

불씨는 수제비다!

 

1) 밀가루에 소금과 식용유 약간을 넣고 열나게 치대어 냉장실에 넣은 다음, 잽싸게 마트를 다녀온다.

2) 다시팩(멸치+디포리+다시마+표고버섯) 두 봉지와 바지락을 넣은 육수가 우려질 동안,

3) 야채(감자, 당근, 표고버섯, 호박)를 다듬고, 30분뒤 육수가 우려나면, 

4) 다시팩과 바지락껍데기를 건져내고 야채를 넣는다.

5) 감자가 익을 때쯤, 최대한 얇게 뜬 수제비를 띄우기 시작한다.

6) 수제비가 둥둥 떠오르면 간장으로 간을 한 다음, 가스불을 끈다.

6) 무봐라~ 하고선 배란다로 나가 태연하게 담배를 태우며 평을 기다린다.

 

맜있다고 난리다.

 

흡족한 표정을 감추며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마디 한다.

먹고 바다나 보러 가자!

그러면 그라자!고 한다.

 

그렇게 운치의 불꽃을 살려, 밀가루반죽내 풀풀나는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호미곶 (2020.08.14) 

호미반도 최북단의 곶

 

 

 

때는 바야흐로 15시쯤이었다.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도구로 가 호미반도를 돌기로 했다.

 

 

 

 

 

 

비오는 바다의 운치를 찾아나섰는데...,

이런~ 남포항IC를 빠져나오니 비가 그쳤다.

 

역시 되는 놈만 되는 이런 개 같은 운수는 앞으로 평생을 같이 할 것 같다.

 

 

 

하선대 부근

 

영일만

 

 

 

비 대신 너울에 운치가 있었다.

파제벽가에 차를 세워 창문을 열어 두고 나는 차에서 내렸다.

 

각자의 바다타임..., 뭐 그런~

 

 

 

 

 

 

 

내가 걸었던 길들을 한 여섯 번째쯤 또 지나고 있다.

발산, 대동배 해샀는 해안가 마을들의 지명이 이채롭고, 영일만 푸른 바다가 너무도 시원한 바닷길이다.

 

 

 

손모가지 가는 길

 

 

 

한 두 번도 아니고, 이제 손모가지는 찍지 않았다.

 

 

지명은 지역의 특성과 지형 등을 함축시킨 유구의 명제이자 불변의 고유명사로 남아야 한다.

 

아- 근데 미친놈들이...,

포항의 대보면이 호미곶면이 되고, 경주의 양북면은 문무대왕면이 되었다.

그리고 군위군이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꾸면서 미친개지랄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잘 해봐라~ 이 미친놈들아!!

문무대왕이 면장이었냐? 삼국유사가 종이지 땅이냐? 정말 얼척이 없다.

 

 

 

 

 

 

 

 

호접지몽...,

어쩌면 어떤 생명체로 자면서, 어떤 생명체로 세상을 떠돌고 있는지? 모르겠다.

 

홀로 떠도는 세상이 땡겨도...,

둘 중 하나의 생명을 부여해준 엄마를 두고 이제 혼자 떠돌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