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철길 - [중앙선] 안동역~제천역 KTX-이음 탑승기 본문
그 선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숱한 철길들이 거미줄처럼 한반도에 깔려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철길들과 그 철길을 달리는 열차들의 업그레이드가 한창이다.
그 업그레이드의 우선 혜택은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극대화가 되지만,
비수도권 도시들을 연결하는 철길들은 그저 부러운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새무통비의 차순에서 통일과 비둘기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그 완행열차들이 정차를 하던 고향역은 서지 않는 고속열차들만이 휑하니 지나고 있다.
청량리에서 온다는 KTX-이음은 해가 바뀌어도,
아직도 오지를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철길 - [중앙선] 안동역~제천역 KTX-이음 탑승기 (2024.1.21)
KTX-이음을 한 번 타보고자,
KTX-이음이 온다는 안동역을 가기위해 11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때가 되면 올텐데,
뭐가 급해 기다리지를 못하고 기차 한 번 탈끼라고,
4선의 고속도로 200km를 2시간에 주파해 13시쯤 중앙선 안동역에 도착을 했다.
첫 눈이 내리는 날...,
우짜고 저짜고는 이제 안동역의 사연이 아니었다.
그 사연을 두고 중앙선으로 이사를 온 안동역에서,
13시53분발 KTX-이음을 타고 일없이 제천역으로 갈 것이다.
주쎄리 처밟고 온 탓에 열차의 출발시간까지는 한 시간여가 남았지만,
때마침 엄마가 배가 고프다고 해 인근 안동터미널로 가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13시35분이었다.
이런,
스크린도어 때문에 타고 갈 열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탑승을 했다.
더하여,
모바일로 예매를 한 탓에 종이 열차표도 손에 쥐지 못했다.
어쭈 코레일?
KTX-이음 좋긴 좋네...,
인지를 했다해도,
출발부터 지연이냐고 지랄을 안했을...,
13시58분에 안동역을 출발한,
KTX-이음 710호는 영주역과 단양역을 거쳐 14시55분 제천역에 정차를 했다.
일없이 온 제천에 머무는 시각은,
안동역으로 돌아가는 16시37분 열차를 타기 전까지의 1시간40여분,
그 시간에 역부근 맛집에서 점심을 또 한 번 더 먹고,
제천역전한마음시장에서 장을 보고자 했지만...,
식당은 브레이커, 시장은 동면 중이었다.
날도 춥고,
할 수 없이 다시 역사로 돌아와 엄마를 해맞이방에 앉혀두고,
혼자서 역주변을 서성이며 담배 한 갑을 사고 시간이 어서 흐르기를 기다렸다.
역사로 돌아오니,
엄마는 대합실 불편한 의자에서 졸고 앉았고,
돌아 갈 열차가 올 때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여가 남은 시각이었다.
이 추운날,
이음인지 나발인지를 한 번 타 볼끼라고,
노모를 데리고 이미 세 번인가를 온 제천에 일없이 와 이러고 있음이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뱃길이 동나,
철길을 시작하자는 마음이었으나,
팔순을 넘긴 엄마에게는 분명 힘들어진 여정임을 알았다.
나도 엄마도 오늘 KTX-이음을 탔기에,
이것으로 한국철길은 제 1화 '(중앙선) 안동역에서 제천역'을 끝으로 무기한 폐기다.
지가 탈 열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탐이 맞나...,
철길에서 왜 극단적선택들을 해가지고...,
하행은 일반석이다.
앞좌석 뒤통수에 대다않은 모니터가 박혀있는 것 외에는,
우등과 일반의 그 어떠한 차이도 느낄 수 없는 KTX-이음이다.
16시37분 제천역을 출발한 KTX-이음 711호는,
단양, 풍기, 영주역을 거쳐 17시37분 종착역인 안동역에 도착을 했다.
첫 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도 오지 않는 사람처럼,
나 역시도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을 직감하며,
17시50분 중앙선 안동역을 떠났다.
경부선에 고속열차가 투입되었던 그 해,
그 때도 일없이 울산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그로부터 십오년쯤이 흐른 오늘,
또 일없이 안동으로 가 이번에는 KTX-이음을 타고 제천을 오갔다.
새로운 탈 것이 생기면,
그걸 엄마도 한 번 타야함은 당연한 인생사다.
한국철길 탑승시리즈 01 - 중앙선 KTX-이음 「안동역 ↔ 제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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