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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철길 - [경부선] 물금역~청도역 ITX-새마을 탑승기 본문

한국철길 - 기차여행길

한국철길 - [경부선] 물금역~청도역 ITX-새마을 탑승기

경기병 2024. 1. 31. 11:49

지난주 일요일은,

중앙선 안동역으로 가 제천역을 오가는 KTX-이음을 탔다.

 

아무일 없이 간 제천이었고,

더하여 날마저 추우니 엄마는 돌아갈 열차가 올 때까지,

꼼짝없이 대합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한 시간여를 견뎌야 했고,

무엇보다 차 없이 간 도시를 엄마가 서성이기에는 기차여행은 맞지가 않았다.

 

허나 엄마는,

열차의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들 봄도, 산뜻해진 열차 탐도 좋다고 했다.

 

에라이~ 그렇다면...,

 

 

 

한국철길 - [경부선] 물금역~청도역 ITX-새마을 탑승기 (2024.1.28)

물금역 3번 플랫홈으로 들어오는 12시04분 부산발 서울행 ITX-새마을 1006호 열차

 

 

내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경부선 물금역이고,

물금역에서 지겹움 없이 오갈 수 있는 편도 30여 분 내외에 위치한,

한 번도 타보지 않은 ITX-새마을이 정차를 하는 역은 경상북도 청도역이었다.

 

 

 

 

 

 

순전히 ITX-새마을 열차의 탑승을 위해,

일없이 청도를 가고자 11시1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탑승까지는 40분이나 남은 이른 시각에,

어처구니 없게도 물금역에 도착을 하고 말았다.

 

집에서 25km쯤 떨어진 물금역까지는 40분이면 충분히 도착이 되는 거리였지만,

어데 간다고하면 20분 전에 이미 나갈 채비를 끝내는 엄마라서 11시10분에 집을 나섰다.

 

내 팔자는 촉박하면,

안밀리는 길도 밀리기 일쑤이고,

길이 안밀리면 편도 1차선에서는 무조건 김여사가 출몰을 하고,

길이 안밀리는 편도 2차선에서는 신호란 신호는 모조리 빨간불로 바뀐다.

 

내 팔자는 촉박하지 않으면,

평소 정체가 있던 길도 활주로가 돼있고 더하여 신호란 신호는 무조건 초록불로 바뀐다.

 

 

 

 

 

 

 

 

 

 

대합실에 자리를 잡은 엄마에게 자판기 율무차 한 잔을 뽑아 건네고,

기다림이 싫어 역사 주변을 한참이나 서성였다.

 

 

 

 

경부선 물금역 열차시간표

 

 

 

 

 

어라~ 물금역에도 이제 KTX가 정차를 하네...,

 

당연한 처사다.

인구 10만의 밀양은 처음부터 KTX가 정차를 했지만,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역사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40만에 육박하는 인구를 가진 양산에는 그동안 KTX가 정차를 하지 않았다. 

 

 

경부고속선은 동대구역을 지나면 병행한 기존의 경부선을저버리고,

경주와 울산 그리고 양산 동부지역 천성산 줄기를 타고 곧장 부산으로 향하는 철길이다.

 

동대구에서 부산까지 기존 경부선에 걸친 역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처사였다.

미안했는지, 제외된 경부선에도 고속열차는 투입이 됐고,

구포와 밀양만으로는 이윤이 부족했는지,

물금역에도 이제 KTX가 정차를 한다. 

 

 

 

 

물금역 경부선 선로

 

 

 

 

 

 

 

 

탑승 10분 전 플랫홈으로 나왔다.

 

아직 물금역에서는 극단적선택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스크린도어 미설치로 지나는 각종 열차들을 고스란히 볼 수가 있었다.

 

근데 플랫홈에서 까불고 노는 아이들을 그 부모가 적극적으로 제지를 않으니,

조만간 물금역에도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지가 탈 열차의 꼴도 못보고 타야 할 듯 싶다.

 

까부는 아이의 어깨를 그 부모를 대신해 잡고 있으니,

드디어 유선형의 잘 빠진 KTX-새마을이 유유히 3번 플랫홈으로 들어왔다.

 

 

 

 

 

 

 

 

 

 

옛날에 우리 큰오빠 만나러 서울 갈 때,

부산역에서 저녁 일곱시에 타면 다음날 아침 일곱시가 돼서야 서울역에 내렸다는...,

 

그런 경부선 철길의 아련한 기억을 가진 엄마는,

이제 큰오빠 없는 서울 대신에 나를 따라 일없이 그 철길로 청도에 간다.

 

 

근데 지도 고속열차라고,

원동역과 삼랑진역에는 서지도 않은 채 밀양역에 딱 한 번 정차를 하고,

또 냅다 주쎄리 달라빼더니 탑승을 한지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각에 청도역에 닿았다.

 

이런 시부럴~

 

 

 

 

 

 

 

 

 

 

12시57분,

탑승 29분만에 ITX-새마을 1006호는 청도역에 정차를 했다.

 

아, 인자 여서 뭐를 우짜노...,

 

그랬는데,

다행히 역사로 들어서기 전, 철길가에 전시시설이 꾸며져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을 반전시켜 줄 시설이었고,

엄마와 나처럼 일없이 왔다가는 사람들에게는 청도를 기억하게 할 시설이기도 했다.

 

 

 

 

 

 

 

 

 

 

 

 

 

 

 

 

 

 

 

'청도역전통생활문화관'을 구경하고,

열차에서 내린지 10여 분이 지난 13시10분쯤 청도역을 나왔다.

 

 

 

 

 

 

 

 

 

 

 

 

 

청도...,

 

경산, 경주, 울산, 밀양, 창녕 등에 둘러싸인 경북도 남부내륙에 위치한 소읍이다.

생각나는 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그리고 반시와 소싸움 정도이고,

예전 SBS드라마 '옥이이모'의 배경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청도읍내 - 1

 

 

청도읍내 - 2

 

 

정처도 없이 길로 나서,

배 고프면 밥 한 끼 사먹고,

해지면 집으로 돌아옴이 엄마와의 한나절 여행이다.

 

 

 

 

 

 

 

 

 

 

뭐야 이거...,

 

제법 유명세를 가진 식당이었지만,

반찬이라고는 김치쪼가리 한 접시와 물김치 한 사발이 다였다.

 

아놔!!

그저 그런 별 특별한 맛도 없는, 반찬도 안주는 집구석은 처음이었다.

 

 

 

 

 

 

 

일없이 온 청도에서,

추어탕 한 그릇씩을 먹고 반시 한 팩을 사 역으로 돌아오니 13시55분쯤이었다.

 

돌아갈 열차가 올 때까지는 30여 분이나 남았고...,

 

 

 

 

버려진 시대 - 1

 

 

버려진 시대 - 2

 

 

시대는 시대를 버린다.

버려진 시대는 새로운 시대의 고물이 된다.

 

 

 

 

새로운 시대 - 1

 

 

새로운 시대 - 2

 

 

대합실 촌로들 틈에 앉았는 엄마를 데리고,

14시10분쯤 플랫홈에 설치된 대합실로 이동을 했다.

 

 

 

 

서지 않는 열차 - 1

 

 

서지 않는 열차 - 2

 

 

두 고속열차들이 휑하니 지나고 나니,

5분을 연착한 14시28분 청도발 부산행 ITX-새마을 1005호가 들어왔다.

 

 

 

 

 

 

 

 

 

 

 

 

 

엄마는 다소 피곤했는지,

올 때의 설레이는 표정을 접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볕을 쬐다 잠이 들었지만,

또 밀양역에만 정차를 한 ITX-새마을이 15시쯤 물금역에 닿으므로써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청도역을 나오니, 

여서 뭐를 우짜노, 그런 막막한 심정이었다.

 

지금 물금역에 내리니,

인자 뭐를 우짜노, 또 이런 심정이었다.

 

 

광안리에 회포장을 하러 가다가 굴뚝이 보였다.

저나 가까...,

 

 

 

 

 

 

 

 

 

 

항상 지 주변에 있는 것들은 소외를 시키며 산다.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보다도 높다고는 했지만,

저를 마로 갈낀데..., 하면서 늘 지나치기만 한 양산타워에 15시30분쯤 도착을 했다.

 

갈 곳 없음은 소외를 시키고 산 것들이 늘 해결을 해준다. 

 

 

 

 

양산타워에서 내려다본 경부고속도로

 

 

양산타워에서 내려다본 고층아파트단지

 

 

특출난 인물도 빼어난 자연경관도 없는,

경상남도 동부, 부산과 울산 사이에 위치한 양산.

 

행정구역 상 지금의 부산광역시 기장군이 경상남도 양산시에 속한 읍,면이었을 때,

동해바다 연화리에서 영남알프스 깊숙한 배내골까지가 다 양산이었다.

 

땅은 부산에 빼앗겼지만,

사람은 빼앗아 와 이제 40만 인구를 바라보는 경남도 세 번째 규모의 도시로 성장했다.

 

 

 

 

 

 

 

 

 

 

 

 

 

어렵겠지만 그래도 전망을 보는 타워인데,

유리창도 좀 닦고, 전시물도 획기적으로 바꾸고...,  그라면 얼마나 좋겠노!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마주한 광안대교

 

 

 

 

 

 

 

 

광안리로 가 숭어와 우럭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오니 18시쯤이었다.

 

 

의외로 엄마가 기차여행을 좋아라하니,

다음에는 또 어떤 철길을 달리는 어떤 기차를 탈지?가 내겐 설레임이 된다.

 

 

 

 

한국철길 탑승시리즈 02  - 경부선 KTX-새마을 「물금역 ↔ 청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