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제주올레 - 탐라바닷길 (18)
회상이 될 길의 기록
10분을 퍼질러 앉아 있다가..., 오늘 뜻한바 그 곳까지 간다는 의지를 다시 켜고, 16코스 해안길에 나섰다. 하늘은 당장 비가 내린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더 흐려지고 있었다. 제주올레 16코스 - 고내~하귀 (2020.7.4) 겁대가리를 상실한 채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모험에 나선 허클베리핀, 짚신을 신고 조선반도 그 지형을 그리고자 조선팔도를 떠 돈 고산자 김정호, 국토해안종주를 감행중인 해미누나, 이 사람들은 당췌 그 의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나는 코스 하나를 끝내고나니 걷기가 실실 싫어진다. 30년전, 거제도에서 업을 하는 선배는 거제도가 제주도보다 해안지선이 더 길다고 했다. 2년전에, 나는 거제도를 해미누나가 설정한 루트를 따라 섬일주를 했다. 일주의 길이는 칠천도 해..
13시50분, 한림항으로 돌아왔다. 이제 무조건 닥치고 제주해안길 잇기에 모든 것을 탕진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이어 온 제주해안길은 180km쯤이고, 오늘 한림항에서 약33km를 북동진하여 2018년9월24일 도두항에서 끝을 낸 선과 만나야 한다. 선을 잇고자 작심을 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항공편도 21시05분 마지막편으로 예약을 했다. 도두항에서 공항까지는 택시로 10여분이면 충분하고, 20시30분까지 6시간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5km/hr의 속도를 유지한다면 6시간20분이 소요될 것이고, 조금 더 빨리 걷는다면 공항에서 뭐라도 한그릇 먹고 갈 수도 있다. 출발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자 도선대합실의 남자화장실 하나뿐인 칸을 사용하고자 함에, 언놈이 개변비가 심한지? 아놔! 들어가더니 도통 나..
한달전 05시에 집구석을 탈출해, 내차 타고, 양산시내버스 타고, 부산지하철 타고, 김해 경전철 타고, 비행기 타고, 제주급행버스 타고, 배 타고, 그 지랄들을 모아모아 10시10분 마라도 자리덕선착장부근 해역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선사에 돈을 뜯어낼려는 마라도 해녀들의 선착장 접안 방해로 마라도는 밟지도 못하고 운진항으로 돌아왔다. 한달이 지나고 05시에 또 집구석을 탈출해, 내차 타고, 비행기 타고, 재주급행버스 타고, 그 지랄을 또 한번 처하며 다시 마라도로 간다. 선사가 마라도 해녀들에게 돈을 뜯겨 이번에는 입도가 되길 바라면서..., 모슬포로 가는 151번이 새별오름을 지나고서부터 기사가 윈도브러쉬를 가끔씩 작동을 시킨다. 차창밖 가로수들의 흔들림은 운진항이 가까워질수록 더 사나워진다. 이거..
1919년 3월 1일 12시, 무능의 극치 이씨 왕가와, 간신적폐의 요람 조선조정, 썩어 빠진 선비사상이 중탕이 되어 왜구에게 잠식당한 나라를 찾고자, 반도의 곳곳에서는 만세운동이 불 붙었다. 2020년 3월 1일 10시, 짱개발 호흡기증후군에 만세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나는 서귀포 흐린 하늘밑 공복인채로 예래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올레 8코스 - 대평-월평2 (2020.03.01)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한림항을 향해 제주 서부해안을 열라게 걷고 있었을텐데..., 마라도 해녀들의 항로 점거, 비정기선인 유람선의 미운행에 따라, 나는 지금 어제 걷다만 8코스 예래입구로 가고 있다. 뇌를 쥐어짜 계획을 세워도, 세상사는 그리 딱딱 맞아지는게 아님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로해서 무계획으로 산다는..
아- 심정 같아서는 당장 오늘길을 접고 싶었지만..., 제주까지 내려와 하루 20km도 못걸었다는 팩트를 남기지 않기 위해 5분을 쉬고 다시 길을 이었다. 내가 걷는지? 길이 걷는지? 모르겠더라~ 제주올레 8코스 - 대평~월평1 (2020.02.29) 비는 심심찮게 쳐뿌려샀고, 하, 허, 호를 단 차량들은 일 없이 해안가를 쳐돌아다녀샀고..., 몸은 그냥 걷고, 마음은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16시50분, 제발 18시까지만 빈약한 의지가 견뎌주길 바라며 대평포구를 출발했다. - 대평포구 - 박수기정 잔디밭이 있는 해안 시간이 시간인지라, 뜸하게 보이던 올레를 걷는 사람들도 화순해변부터는 보이지가 않았다. 혼자만의 고독함이 밀려든다. 빨리 18시가 되었음 좋겠고, 그 사이 많이 걸어가 있었음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