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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이순신길 26-1 고돌산반도 본문

이순신길 - 남해바닷길

이순신길 26-1 고돌산반도

경기병 2020. 3. 16. 10:36

2019년6월15일,

나는 전남 진도군 고군면 '벽파정에서 1,860km 이어 온 이순신트레일을 사실상 종식시켰다.

나는 그 끝을 내며 보돌바다에 생기는 바닷길이 열리는 날, 다시 장군의 바다에 나가기로 했다.

 

2020년3월14일,

나는 다시 장군의 바다, 그 바닷길에 나섰다.

 

 

 

[부산종합버스터미널내 고흥군의 꼬득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는 보돌바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걷는다.

 

 

 

 이순신길 26-1 고돌산반도 (2020.03.14) 

가막만에서 여자만으로 이어지는 고돌산반도 남부해안에서 마주한 보돌바다

 

 

계획의 선은 뚜렷했지만...,

 

그 실천을 행함에는,

작금의 상항, 상황에 맞는 대처, 얼토당토 않는 현실, 급수정과 급변경 등이 상호복합의 형태로 방해를 했다.

 

요동치는 바이러스 정국에서, 대중교통의 운행시간은 셧아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왕이면 계획대로 이행을 하고자 급변경을 한 행위는, 변덕에 따른 댓가로 돌아왔다.

 

집으로 올 때의 여정을 감안해 고흥의 우두에서 백야도로 향하고자 했지만,

순천으로 가는 07시 버스는 지워져 있었고, 시작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자 부득이 여수로 선회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 여수시내버스 26-1번은 고돌산반도 끝 공정을 지나자 다음 정류장은 조발이라고 했지만,

기사는 우로 꺽어야 할 핸들을 좌로 꺽어 세포로 향했다.

 

12시30분쯤 고흥반도 우두에서 여수의 백야도로 향하여야 할 걸음을,

12시05분쯤 백야도도 아닌 세포삼거리에서 고흥반도를 향해 걷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가장 현명한 삶의 태도는 아나키즘의 무계획임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이순신트레일 37-1회차 - 시점 (전남 여수시 화양면 안포리)]

 

 

백야도 가는 28번에서, 우두로 갈 줄 알고 바꿔 탄 26-1번 버스는 6시내고향이었다.

이전에 화태도로 가는 버스도 그랬다.

 

깊게 패인 주름, 짙게 새긴 눈섶 문신, 박박말은 파마머리, 굽어진 허리, O자로 휘어진 다리,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몸으로 버거운 장짐을 들고 탄 어머니들이 승객의 대다수였다.

누군가 내리면 위험한 좌석 이동을 하다가 기사에게 핀잔을 듣는다.

그런 공간에 갇혀 있는 기분은 참 싫다.

 

나는 지금까지의 바닷길에서,

몸은 자식을 키우기 위한 도구로 자아는 오로지 자식으로 각인하며 늙어 온 어머니들의 삶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 어머니들의 힘들었던 삶이 파운데이션으로 대한민국은 화려한 메이크업을 할 수가 있다고...,

단정과 존중을 했지만, 동시에 이율배반의 삶을 누리는 그 자식들은 아주 미워했다.

 

허나, 이제 그렇게 단정은 하돼 그 어머니들의 삶을 존중은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 고생의 정도가 세계 최강으로 보여지는 여수 바닷가 어머니들의 삶을 증오한다.

 

자식?, 숭고함?, 내리사랑?, 그 딴 말 같잖은 소리 시부리지 마라!

여수시내에서 여수의 갯가 마을로 가는 버스 한번 타 봐라!

그 딴 소리 나오는지...,

 

새가 빠지게 키아노면 뭐하노??

지 엄마는 O자 다리로 장을 보고, 굽은 허리로 그 짐을 들고, 돈 쓸줄도 몰라 점심도 거른 채,

한참을 기다려 버스타고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지는 지마누라 지남편 지새끼 지차에 태워 마트돌며 외식 할 시간은 충분해도,

그런 지 엄마랑 장에는 몇 번을 따라 갔겠노...,

 

서울살이 빡빡하다고?, 나도 챙길 가족이 있다고?, 그 딴 말 같잖은 소리 쳐닥쳐라!

엄마가 보고 싶어면 금요일 퇴근하고, 진도끝이 고향집이라도 다섯시간이면 엄마한테 간다.

엄마가 기다리는데, 집에 안가는 새끼들일뿐이다.

 

나는 자식을 키워 낸 집에 홀로 남아 사시는 어르신들이 이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시길 정녕 바란다.

너무도 지 삶 잘 살고 있는 자식은 이제 팽게쳐도 된다.

그 만큼 해 줬음 이제 됐다.

 

피부샆도 다니고, 마사지도 받고, 레이저로 무서운 눈섶 문신도 좀 지우고, 뽀글뽀글한 파마 대신 영양파마도 하고,

정형외과 치료도 받도, 택시 타고도 다니고, 가고픈 곳 있음 여행도 가고, 밥 하기 싫은 날은 맛난거 시켜 드시고...,

제발 쫌 그렇게 사시길 진정으로 바란다.

 

지금까지 고생만을 한 당신에게 보양 같은 케어는 분명 따라야 하고, 해 줄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돈! 돈?, 자식들처럼 당신 돈, 당신 마음대로 다 쓰면 된다.

 

내 바닷길 탐방에서 바라본바,

특히, 전라남도 해안가 어머니들의 삶의 원천과 목표는 오직 자식이었고,

그 원천적 삶의 목표를 위한 고생을 넘어 선 투쟁은 미덕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그 삶을, 아니 그 고생을 숭고함만으로 비추는 논픽션리포트들은 그 고생을 멈추게 하기 보다는 되레 부추이고 있다.

 

이제 그 어머니들의 삶에서 습관이 된 고생을 단호하게 빼앗아야 한다.

뻘배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지 말고 다 때려뿌셔 없애야 한다.

허리를 구부려 밭에 씨앗을 심고 있다면, 씨앗통을 빼앗아 바다에 던져 버려야 한다.

아니 밭을 젊은 농부에게 팔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이 어머니들의 허리가 펴지고, 휘어진 다리가 바로 선다.

 

뻘배 체험? 지랄하고 자빠졌네...,다.

물 빠지면 뻘에 그 악랄한 판자떼기 타고 나가 물 들때까지 아무거나 한번 캐봐라!

체험이니 문화니 같은 개소리 나오는지? 

 

 

특히, 뻘배...,

 

기어가는 자세로 구부린 몸은 판자떼기로 내려뻗은 양 팔이 지탱을 한다.

다리 하나는 판자떼기에 꺽어 올리고, 다른 하나는 판자떼기를 전진 시키는 동력원으로 뻘에 빠지고 빼고를 반복한다.

 

뻘에서 조개류를 채취하기 위해, 그래서 자식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 악날한 판떼기 때문에 지금 뻘의 해안가에 살고 있는 어머니들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유모차 없이는 걷지도 못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문화유산 같은 개소리 당장 때려치우고, 자식이라면 집에 있는 뻘배 다 불태워 없애라!!

 

각설하자..., 허패만 디비진다. 길의 기록이나 하자!!

 

 

 

 

 

 

 

창궐한 바이러스에 대한민국은 지금 얼어 있다.

주말이면 도심의 거리는 비워지고, 시내버스를 타도 어르신이 곁으로 오면 우짜지? 하는 양보의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이게 다 판다리만 빼고 다 쳐먹는다는 대륙의 짱개들 때문이다.

박쥐를 왜 쳐잡아 쳐먹고 지랄을 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해안가 제비집까지 뜯어 쳐먹는 인간들이기에, 박쥐도 분명 쳐먹었다고 나는 단정을 한다.

 

각설하자..., 허패만 디비진다. 길의 기록이나 하자!!

 

 

 

- 장등마을앞 접안방파제와 고돌산반도 끝자락  

 

 

 

 

작금에 길로 나서는 짓도 부담스런 날들이다.

가급적 사람의 집들이 있는 길은 철저히 외면을 해 걷기로 했다.

 

 

 

- 장수마을앞 접안방파제

 

 

장군은 서울에서 태어 났지만, 외가가 있는 아산에서 자랐고, 여수에 본영을 둔 전라좌수사가 되었다.

여수는 신안군 다음으로 많은 유인도서를 가지고 있다.

 

장군의 추억이 있는 곳.

여수는 아리랑길에서 어쩌면 가장 많이 와야하는 도시다.

 

 

 

 

 

 

 

이순신트레일에서 여수구간 일부를 아직도 채우지 못 하고 있다.

가막만 서부해안과, 여자만 동부해안 일부,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두 만을 연결하는 고돌산반도 해안길이다.

 

새로 생긴 장군의 바닷길 득분에 채우지 못한 보돌바다 해안을 걷고 있다.

나머지 길들도 이렇게 이어질 기회가 있었음 좋겠다.

 

 

 

 

 

[백야대교와 백야도]

 

 

[공정해안에서 77번국도로 오르는 램프]

 

 

13시32분, 가막만과 여자만을 잇는 고돌산반도 해안길 7.4km를 걸어,

2020년2월28일 개통된 여수에서 고흥으로 가는 77번국도 화양대교 동단에 도착을 했다.

 

 

 

[이순신트레일 37-1회차 - 종점 (전남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교명주에 부착이 되어 있어야 할 교명판도 설명판도 아직 없는 화양대교, 

여자만해넘이전망대 역시도 한창 공사중이다.

 

그나저나,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이 바람을 뚫고, 고흥의 우두까지 도합 6기의 해상교량을 건너 갈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막막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