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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세월은 마지막 잎새고 나발이고는 아랑곳없이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세월도 아니라서 그 흐름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일어난 일요일 아침, 하늘은 흐릿해지고 조금은 을씨년스런 싸늘함에, 아침을 먹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니 스르륵 잠이 온다. 12시30분쯤 일어나니 온 집안은 모두들 잠이 들어 절간이 따로 없었다. 다 들 세월따라 늙어가는구나 싶었고, 물메기매운탕이나 한 그릇 했음 좋겠다 싶었다. 소곤소곤 잘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의향을 물으니, 그러자고 했다. 겨울로 가는 길목 - 통영 물메기탕 (2022.11.20) 13시쯤 집을 나서, 오직 그 칼칼한 국물과 그 부드러운 살점의 물메기탕만을 추구하며 137km를 달려 통영에 도착을 했다. 물메기탕! 그게 뭐라고 통영까지 왔..
열두 달, 그 중 시월이 제일이라..., 이천이십이년 시월에 두 번이나 포진된 삼일간의 연휴..., 그 첫 번째 연휴가 내일인 금요일 저녁, 거실을 엄마에게 내어주고 마트로 가 장을 보고,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였지만 청승이 떨고 싶어 감자탕집에 들러 소주 반 병을 홀짝였다. 그리고 연휴의 첫 날이 시작되었다. 한반도 서남권역의 섬들로 가면 딱 좋은 날인데, 며칠 전 생각없이 그러겠다고 해 버린 약속에 발목이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마..., 그냥..., 저거 알아서 어디로 가던 내버려 둘 걸..., 제주도로 간다길래, 고흥을 권했고, 고흥이 통영으로 바뀌니 어귈 핑계가 없었다. 낮엔 엄마와 세상을 좀 서성이고, 밤엔 통영으로 가 술을 마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부산의 해안도로를..
때론 무엇인가로 인해 뒤집어져야 한다. 설영 내가 그 뒤집어짐의 피해자가 될지라도..., 태풍 하나가 한반도로 오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절정의 수식어들을 총동원해 연일 호들갑이다. 태풍을 기다리는 바다로 나간 기자의 등뒤로 보이는 바다는 날씨만 흐릴뿐 잔잔하기 그지 없는데, 그 잔잔함을 보면서도 '파도가 거세네요'라 처시부리는 앵커의 멘트에 픽션이 되는 대한민국 저널리즘을 본다. 엄마의 내분비대사내과 진료후, 태풍이 오는 바다를 마주하고자 집으로 바로 가자는 엄마를 설득해 오륙도가 보이는 승두말로 향했다. 태풍을 기다리는 바다 - 승두말 (2022.9.5) 좀 고통스럽지만, 겨울은 오지게 추워야 한다. 무취불귀를 추구하고자 술을 잔뜩 퍼마시고 거리를 서성일때, 골이 시리고 혈관이 터질듯한 그 저미는 추위..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노랫말처럼 그러며 살고 싶어, 장흥반도 죽청포구에서 노력도를 들러 회진항으로 갔고, 노랫말처럼 그러며 살고 싶어, 고금도에서 마량을 건너 해남반도 남창포구를 찾아갔다. 혼자 걸은 그 길들에서 맞닥뜨린 비낀 노을은, 그때까지의 삶이 얼마나 밋밋했는지를 일러주었고, 그때까지의 삶에서 놓친 무엇인가를 찾은 기분이었다. 가끔은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가 되고 싶지만, 아픈 엄마를 두고 떠날 순 없어, 엄마를 데리고 고행의 방랑자가 되었던 그 길들로 나서는 지금이 내 삶이다. 다시 그 뱃길에 - 용암포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2022.8.21) 사량도는 아리랑길 46의 섬 길이었다. 그 후로도 엄마와 함께 세 번을 더..
태풍 하나가 서해상으로 향하는 일요일 아침, 그 바람에 딸려가다 낙오된 구름들이 하늘을 헤메이다 비를 뿌린다. 부시시 일어나, 커피 한 잔을 타고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발코니로 나와 회색이 된 세상을 내려다 본다. 뱃길에서 이 비나 맞을까..., 싶었다. 다시 그 뱃길에 - 거제도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2022.7.31) 어구항 근처에 맛집을 검색하니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곧장 해물뚝배기를 빌미로 엄마를 꼬득였다. 하둔에서 점심을 먹고 어구로 가, 15시에 한산도 소고포로 가는 페리호 탑승을 목표로 12시쯤 집을 나섰다. 13시 50분, 다행히 목표로 한 시각 보다 10여분 앞서 둔덕면의 소재지 하둔에 도착을 했다. 이제 해물뚝배기가 엄마의 입맛을 충족시키면, 아직 비공개중인 오늘 뱃길에 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