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거제도에서 통영으로 가는 뱃길 - 한산도의 여름 본문
저쪽에서는 또 엄마를 데려가고자 했지만,
한반도가 삼천포에 숨겨 둔 명의의 완벽한 치료와,
최강경찰 볼트의 수호가 있어 엄마의 생은 아직도 한창이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 날,
다시 건강해진 엄마를 데리고 오랫만에? 한산도로 간다.
거제도에서 통영으로 가는 뱃길 - 한산도의 여름 (2024.7.28)
불시에 찾아드는 다양한 질병들로 인해 복용을 해야하는 알약의 수는 늘어만나고,
병과 약에 지쳐가는 엄마의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는 서글프기 그지 없다.
하도 서글프서,
바다에 가면 서글프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은 매사 모든 움직임에 조심이 붙는 엄마를 데리고 11시30분 집을 나섰다.
13시30분 둔덕면 소재지 하둔에 도착을 했다.
해물뚝배기로 점심을 먹고,
식당 옆 하나로마트에서 엄마에게 장을 보게 했다.
배를 타고 드나드는 섬에서 혹여나...,
그런 불안한 마음에 한산도를 포기하고 연륙인 된 산달도로 갔다.
어구에서 소고포로, 제승당에서 통영으로 가는 뱃길에 엄마가 탄 차를 싣고자 나왔는데...,
내심 불안해지는 마음이었지만 다시 어구항으로 돌아왔다.
거제도 어구항과 한산도 소고포선착장을 오가던 뉴을지카페리호는 한산농협카페리5호가 됐고,
매표는 버젓이 매표소가 있음에도 선내에서 이뤄졌다.
퇴락해서는 안되는 뱃길인데...,
2024년 7월 28일,
나는 또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거제도 어구항에서 한산도 소고포로 간다.
엄마가 낫고 있기에...,
저 섬들에도 기항을 하면 좋으련만...,
바램은 이뤄져,
이제 어구~소고포간 항로의 몇몇 항차들에서는 비산도와 좌도를 기항한다.
14시46분 한산농협카페리5호는,
한여름 뙤약볕에 끓고 있는 바다를 건너 한산도 동부 소고포선착장에 접안을 했다.
5월 25일 엄마는,
남해에서 119 구급차를 타고 삼천포서울병원 응급실로 갔고,
그리고 연고도 없는 낯선 도시 낯선 병원에서 이십오일을 머물고서야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오직 삼천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바랬다.
다른 더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랬는데...,
오늘 엄마는 나를 따라 한산도에 왔다.
제주도는 고사하고 이제 한산도나 갈 수 있게나.., 싶었다.
그랬는데...,
오늘 엄마는 나를 따라 한산도에 왔다.
엄마와 나선 길에서 갈 곳이 없는 날이면 한산도로 오곤했다.
입도가 제승당이면 출도는 소고포고, 입도가 소고포면 출도는 제승당이었다.
섬의 번화가 진두항을 좀 서성이다가,
보이는 추봉교를 건너 추봉도 동단 곡룡포를 오가고,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제승당 수루에 오르기도 했다.
한산도 좌측부 집게발 지형에 위치한 문어포를 둘러,
16시가 조금 안된 시각 섬의 중심가 진두항에 들어섰다.
날이 더워 하드라도 하나씩 빨고자 했지만 문을 연 소매점은 없었다.
열 번도 넘게 한산도를 들락거렸지만,
한산도 우측 집게발 지형의 관암항은 처음으로 둘러보았다.
때는 바야흐로 휴가철이었고,
일요일 오후 통영으로 나가는 페리호에는,
한산도 제승당을 찾은 관광객들로 제법 부적였다.
예쁜 아기를 안은 아빠가 부럽다.
단지 아기가 있어 부러운게 아니라 그의 부모는 아직 연로하지 않을 것임에...,
장군은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고향에 계신 그의 어머니를 그리워했고,
나는 한산섬을 떠나는 페리호,
2층 갑판에 서서 1층 갑판에 실은 차에 있는 엄마를 그리워한다.
흐르는 세월이 이리도 야속할줄은 몰랐다.
세월따라 늙어감이 이리도 서글픈 일인줄은 더 몰랐다.
17시05분에 제승당항을 이탈한 한산농협카페리호는,
17시10분에 의항항을 거쳐 통영으로 가는 뱃길에 들어섰다.
그리 오랫만도 아닌데,
이 뱃길,이 풍경들에 스며 있음이 오래전의 좋음을 찾은 기분이다.
17시50분 한산농협카페리호는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 접안을 했고,
14번 국도를 따라 곧장 고성으로 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2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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