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박이일 - 짐싸여행기 (17)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추석이고 나발이고 연휴가 제일이다. 조상이고 나발이고 곁에 있는 엄마가 제일이다. 두 달 전 떠나온 법환포구 그 여운의 풍경이 그리워,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날인 오후 엄마와 함께 제주로 가는 하늘길에 올랐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추석 제주도 여행기 上 (2023.9.27~29) 비록 1박2일의 여정이었지만, 오랫만에 서성인 제주바다 잔상은, 두 달여가 지나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안가고는 버틸 수가 없어, 엄마에게 추석 때 제주도에 가자고 하니, '니가 부자가?' 이랬다. 나는 절대 부자가 아니다. 사주팔자에 재물운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노력 행함이 싫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인생사 욕망의 결실을 처모아 부자가 된들 무엇하랴..., 가고 픈 곳 있음 가고, 하고 픈 것 있음 하고...
한반도 해안지선을 이어 걸으며 스친 도시들에서, 청초호를 건너는 금강,설악대교가 놓인 속초가 좋았고, 포구의 운치가 낭만돼 도시 전체를 물들인 목포가 좋았고, 그리고 높다란 종려나무 밑 푸른바다가 펼쳐진 서귀포가 좋았다. 제주도에 오면, 밤은 늘 서귀포에서 보내고, 숙소는 법환포구 범섬이 보이는 창을 가진 집을 찾는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下 (2023.8.4~5) 17시가 조금 지난 시각, 푸른 너울이 휘몰아치는 법환포구로 내려섰고, 갑자기 예약한 숙소의 상호가 생각나지 않아 지도에서 기억을 찾고서야..., 법환포구 언덕배기에 자리한 T아일랜드에 들어설 수 있었다. 요구사항 제로로 입실과 동시에 중노년 일동 떡실신을 했다. 조금전 한림수협마트에서 본 장이 부실해, 5분..
06시50분 골드스텔라호에서 발차를 해, 제주항 9부두를 통해 제주에 입도를 했다. 3주간의 표적항암제 복용 후 이제는 2주의 휴약기를 가지는 엄마는, 오늘 아침부터 3주간의 복용기가 시작되었지만, 그 첫날의 혼미함을 제주도를 서성일 차에서 오롯이 견뎌야 한다. 집을 나설 때, 괜찮겠냐?고 물으니, 떠돌고픈 내 마음을 아는지 늘 그래왔듯 괜찮다!고는 했지만, 15시가 넘어 숙소에 들 때까지 엄마가 감수해야 할 고달픔을 생각하니 미친놈의 마음은 짠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上 (2023.8.4~5) 회사를 갈 때를 제외한곤, 왠만해선 엄마를 집에 두고 집을 나서지는 않는다. 엄마를 집에 두고 나선 길에서 내가 본 세상을, 엄마에게도 보여주고자 팔순을 넘긴 노모를 데리고 3..
설이다. 아니, 나흘간의 연휴다. 조상이고 나발이고는 잊었다. 대신에 그들 때문에 평생을 힘들게 산 내 엄마와 나흘간의 연휴를 즐길 것이다.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3 설날 동해 최북단 여행기 (2023.1.21~22) 마차진..., 해파랑길 말미에서 닿은 그곳이 내게는 늘 여운으로 남았고, 해마다 설이 되면 엄마와 함께 그곳으로 간다. 이번 설 역시도..., 떠남은 더 없이 좋지만, 7번 국도 끝에서 끝으로 가는 여정은 시작부터 아득하기만 하다. 하룻밤 머물곳은 으레 그 오래된 콘도이고, 바다가 보이는 방구석이라도 찾지하려면 15시까지는 무조건 도착이 되어야 한다. 09시쯤 집을 나서, 410km를 북상해 거진항에 도착을 하니 14시10분이었다. 물론 위도상 대진항이 있지만, 명태의 고향 최북단..
2022년, 그 첫 날에는 서해안 만리포에서 해지는 바다를 보았다. 일주일이 지난 이번주는 동해안 최북단으로 올라가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북위 38º35'에서 바다로 나간 금강산 끝줄기 말무리반도를 또 한번 엄마에게 보여줄 것이다.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2 겨울 동해 최북단 여행기 (2022.1.9~10) 때가 되면 그 곳으로 간다. 고된 날개짓으로 그 곳을 찾아가는 철새처럼..., 집을 나선지 다섯시간쯤이 지나서야 거진항에 도착을 했다. 같은 나라, 같은 바다, 같은 사람들이지만, 거진항에 오면 아련하고 시리고..., 나는 그런 기분이 든다. 엄마가 난전에서 말린 생선들을 사이에 두고 상인들과 남녘과 북녘 대화를 나눈다. 엄마에게도 거진항은 나처럼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회도 뜨고 항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