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시월의 마지막 날 - 구룡포와 호미반도를 서성였다 본문
시월의 마지막 밤이고 나발이고는,
아직도 사랑을 따위로 돌리지 못한 한심한 년,놈들의 타령일뿐이고...,
시월의 마지막 날 오후가 되니,
회사에 있기도 갑갑하고 일도 하기가 싫고...,
그래서 조퇴고 나발이고는 상관없이 집으로 가,
엄마를 데리고 가을빛 짙어지는 먼 훗날에 회상이 될 길로 나섰다.
시월의 마지막 날 - 구룡포와 호미반도를 서성였다 (2024.10.31)
회사는 우짜고 나왔노...,
인자 엄마는 그런 시시한 말은 묻지도 않는다.
근데 나오긴 나왔는데, 당췌 어디를 가노...,
일단은 불광산 골짜기를 파고들어,
모레 예정된 엄마의 혈액검사에 있어 우려가 되는 수치들의 상승을 도모시키고...,
그 도모가 끝난 14시,
섬 꽃 축제가 한창인 거제도와 아무 축제도 없는 구룡포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갈 곳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회사를 나와,
월요일과 수요일에 외래 진료를 받고 오늘은 집에서 쉬고 있는 엄마를 불러내,
65번 고속국도와 31번 일반국도 107km를 북동진한 15시30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포항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 언덕배기에 위치한,
그래서 가을빛 머금은 동해와 구룡포항이 내려다보이는 '구룡포과메기문화관'에 도착을 했다.
승두말에서 말무리반도 어귀까지 이어진 해파랑길에서,
동해안 도시들이 개발한 각각의 항,포구들 지나감이,
고달픔을 떨쳐내는 위안이었고 설렘이었다.
1박2일 박배낭을 멘 여정은 봉길해변에서 구룡포항까지를 목표로 했지만,
빈약한 의지는 구룡포항을 10여 km 앞둔 지점에서 돌아서고 말았다.
살다보면 얼척이 없는 경우를 접하곤 한다.
그 유래를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그만인 것을,
구지 이런 설화를 넘어선 황당한 줄거리를 지어낼 필요는 없다.
더 황당한 줄거리는,
호랑이를 강제로 한반도 틀에 구겨넣고,
싹둑 짜른 꼬리를 등에다 붙혀 거를 호미곶이라 우기는 짓이다.
그러고도 부족해,
장기곶을 호미곶으로 대보면을 호미곶면으로 바꾸는 억척까지 추가했다.
한반도가 호랑이를 닮았다고 아무리 우리끼리 우겨본들,
외세로부터 천여 차례 공격을 받은 동북아 동네북의 역사에는 변함이 없다.
누가 뭐래도 장기곶은 장기곶이고,
누가 뭐래도 대보면은 대보면이어야 한다.
옆에 사는 원숭이에게 두 번이나 아작이 난 호랑이는 한반도에 절대 살지 않았다.
구룡포는 해운대을이 지역구이 국민의힘 김미애 국회의원의 고향이다.
구룡포와 그녀를 응원한다.
겨울이면 과메기만한 안주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과메기를 먹지 않는다.
구룡포항 전,후의 길가에서 꾸덕해지는 과메기 말림의 실태를 보았고,
일부일 수도 있지만 보았기에 차마 먹을 순 없었다.
한반도 동해안 연안에는 부산에서 고성까지 열두 도시들이 있고,
그 도시들을 생각나게 하는 항들이 있다.
포항은 단연 구룡포항이다.
16시20분쯤 장기곶을 돌아,
영일만 해안가 언덕배기에 자리한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 닿았다.
구룡포보다 더한 설화가 나열된 전시관을 둘러보고,
일월대로 나오니 해가 스물스물진다.
두구동으로 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2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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