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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토요일 아침, 일어나니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몸은 찌뿌둥해지고 있었다. 차라리 비나 좀 내리지, 근데 문제는 하늘이 아니었다. 뼈마디는 쑤시고 근육들은 너덜너덜 찢어지는 듯한 간지러움, 점점 오한이 느껴져 쉽사리 이불을 걷어내지 못하는 오소소함, 처음엔 이거 루게릭병 아이가..., 했는데, 드디어 나도 중국산 시발바이러스에 걸렸구나..., 싶었다. 처박아둔 키트 하나가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하니 20분이 지나도록 선은 끝까지 하나였다. 단 한 번의 백신접종도 받지 않은 채, 주말마다 한반도 여기저기를 서성였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식구들과 동료들까지 감염이 됐어도, 나만은 절대 중국산 시발바이러스 따위에 농락 당하지 않는 개념을 유지했다. 뼈마디는 좀 더 쑤셨지만 그로해서 기분은 나아..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로 치닫고 있다. 겨울을 나야하는 모든것들이 안스러운 풍경으로 세상을 버티고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일어나니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은 하늘이었다. 겨울이었고 흐렸다. 이런날에 어디에선가 서성였던 기억은 먼 훗날에도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국가가 보내준 쉼터 - 남해유배문학관 (2022.12.10) 아웃터의 지퍼를 턱까지 올린 채, 조금은 낯선 세상으로 가 안스러워진 겨울 풍경속을 서성이고 싶었지만, 그 배경이 되어줄 그 어떠한 곳도 생각이 나질 않아 해를 따라 무작정 서쪽으로 갔다. 간만에 여수나 갈까도 싶었지만, 간다고 해도 고돌산반도 남부해안선이나 둘러보고 올 것임을 알기에 주춤이게 된다. 점심부터 먹자는 심정으로, 14시를 지나 나타난 첫 번째 톨게이트 진교로 빠져나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인생의 판은 세 판이다. 여럿이 모인 술판에서 모두들 술을 잔뜩 마시고 개판을 치다보면 살판이 난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그 판들은 자주에서 어쩌다가로 간격이 늘어났고, 어쩌다 한 번 그 판들을 펼치고 일어난 다음날이면 뭣모를 책망이 들곤했다. 순리는 그 날들에 맞게 사는 것이다.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은 분명 술판과 개판보다 재미가 있었지만 살판은 아니었다. 엄마와 세상을 서성이는 요즘이 살판난 인생이다. 다시를 낼 멸치가 가물가물한다고 했다. 이는 곧 삼천포를 가자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오늘 살판을 펼칠 세상은 진주만이다. 용궁시장에서 다시멸과 말린 생선을 사고..., 77번국도 해상교량들을 건너 남해도로 넘어가 멸치쌈밥을 먹고..., 오늘 그런 살판을 만들고자 11시쯤 집을 나섰다..
35˚를 가뿐히 넘어서는 기온속에서 장장 57km를 걸어 간 16회차는, 걷는 사람들의 길이었다. 35˚를 가뿐히 넘어서는 기온속에서 고작 40km를 걸어 간 이번회차는, 놀러 온 사람들의 길이 되어버렸다. 해미누나의 공지가 산악회에 여름 이벤트성 회차임을 알리자, 길 보다는 회식의 분위기에 목마른 이들이 한 것 붙었고, 나는 또 그들을 서퍼트한답시고 미쳐 널뛰었다. 회식을 위한 트레킹인지? 길에 사뭇 미안해졌다. 아리랑길 011 - 남해도1 (2018.08.04) 아리랑길 011의 섬 남해도 세 번째 트랙이다. 지족해협에 놓인 창선교(삼동면측) 하부를 시점으로, 3번국도와 병행하여 남해섬 동부 해안지선을 따라 걷다가, 1일차 기착지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초전방풍림에서 바닷가 잠을 한판 자고, 다음날 ..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불멸의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598)장군께서 살다가신 그 바닷길을 잇는다. 이순신길 12 - 노량해협 (2018.07.21) 폭염의 나날이다. 여름이고, 여름이면 더운게 당연한거 아냐? 이렇게 둘러대고 매번 여름을 보냈지만..., 올해는 더워도 너무 덥다. 경제성장을 할려면 지구를 데워야 하고, 경제성장을 하고 나면 삼계탕을 쳐먹는다고 또 지구를 쳐데푼다. 데파진 지구를 걷는다. [이순신트레일 12회차-시점 (경남 하동군 진교면 진교리) ] 지난 11회차는 심히 괴로웠다. 신발에 들어 온 빗물에 잠긴 발로 별 감흥도 없는 길들을, 가야 할 길이라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12회차는, 금오산 아래 소답스레 형성 된 하동군 진교읍 진교교를 시점으로, 장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