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52)
회상이 될 길의 기록
내년쯤에나 걸어야지..., 했는데, 해파랑길, 유일하게 남겨둔 46코스를 뜻하지 않게 채우고자 09시 집을 나섰다. 남들은 한번 길로 나서면 1박을 감수하기도 하면서 최소 서너코스는 이어놓는 해파랑길이지만, 의지박약형에 밖에서는 절대 혼자 못자는 나는, 가급적 당일 트레킹만을 추구했다. 그 마저도 걷기가 싫어지면, 시점으로 찾아 간 만만찮았던 이동의 보람도 없이 허무하게 돌아서 집으로 오곤 했다. 그래서 2016년9월에 시작한 내 해파랑길은 아직도 진행중이었고, 지난 5월 그 끝을 내고자 고성속초구간으로 갔지만, 끝내 46코스는 채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쯤에나 채워야지..., 했는데, 십여년만에 부산~양양간 항공노선이 복원되었고, 한번 타봐야지~ 싶었다. 득분에 4년째 끝을 못낸 길도 종지부..
해파랑을 시작하고 조금은 들뜬 시절이었다. 2016년9월24일, 최소한 장비들만으로 꾸린 박배낭을 메고 11코스의 실질적 시점인 봉길해변으로 갔다. 4~10코스를 건너뛴 채, 11~13코스를 먼저 택함은 순전히 양포항에서의 야영1박을 해 보고자 함이었다. 15kg의 등짐을 지고 첫째날은 약26km를 걸어 양포항까지 갔지만, 둘째날은 걷기 시작한지 3시간여만에, 구룡포항을 10여km 남겨둔 지점에서 의지는 동이 나버렸다. 3년8개월이 흐른 2020년5월31일12시25분, 채우지 못한 13코스의 잔여구간을 잇고자 구룡포항에 도착을 했다. 트레킹을 수반하는 탐방 역시도 여행의 한 분류이다. 혼자하는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여행다워짐을 이제 안다. 13코스의 잔여구간 출발점을 그 날 걸음을 멈춘 장기면 ..
속초등대에서 내려오니, 곧 어둠이 들겠구나 싶었다. 4km 남짓 도심의 해안선만을 따라가면 지난해 7월6일 날이 더워 걷다가 때려치운 속초해변이 나올테고, 그러면 오늘길은 끝이 난다. 비록 46코스는 채우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남겨 둔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고, 남겨 둔 길은 이 아름다운 도시에 다시 올 이유가 되었기에..., 어쩌면 오늘 다 채우지 않음이 다행이다. 해파랑길 45코스 - 장사항에서 속초해변 (2020.05.23) 세상의 모든 색들이 본연의 색으로 보이는 시간이다. 속초에 몇번을 왔지만, 저물녘에 있음은 처음인것 같다. 속초에 살포시 반하고 있었다. 속초항 부둣길을 지나, 청초호로 들어가는 바닷물이 운하를 이룬 수역에 놓여진 금강대교에 올라섰다. 아~ 속초 좋네!..
잠이 와 죽겠다. 인증에 인생을 걸은 그 중년 남,녀 때문에 48~47의 게시판에서 2분여를 기다려 안내판을 찍고, 16시02분 가진항을 향해 걸음을 이었다. 해파랑길 47코스 - 가진항에서 삼포해변 (2020.05.23) 남해안 해안지선을 상대로 한 이순신트레일과, 대한민국령 섬 길을 상대로 한 아리랑길에서 본 풍경들은 해파랑을 잊게 했다. 사는게 그저그런 날이라서 나온 해파랑은 사람을 길에 미치게 했고, 길에 미친 나는 잠이 와 죽겠는데도 불구하고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에서 삼포로 가고 있다. 그나저나 오늘 속초해변까지는 가야하는데..., 너무도 졸린다. 내려오는 눈꺼풀을 올려가며 걷기가 참 고달프다. 기록을 하는 지금, 사진을 봐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어느 길을 걸어 삼포로 갔는지도 모르..
14시20분, 고성군청 소재지 간성읍에 내렸다. 혼자고 나발이고, 배가 너무 고파 다짜고짜 식당부터 찾았다. 시장통 골목을 뒤지다가, 해파랑을 탐방중이신듯한 연세가 지긋한 부부를 몰래 따라 다녔다. 허름한 찌개집 앞에서 남편분이 사진을 찍고는 그 가게안으로 부부는 들어갔다. 맛집인듯 했지만..., 된장 혹은 김치찌개로 술을 마실수는 없어 나는 내 갈 식당을 또 뒤졌다. 해장을 못해 안달이 난 동네인지..., 식당들의 주된 메뉴는 거의 해장국이었고, 세부분류는 뼈와 황태로 나뉘었다. 어제 저녁을 먹은후, 근 스물시간이 넘도록 미숫가루 500ml와 물외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득분에 아주 맛난 해장국이었다. 허기가 가시니 잠이 실실 오더라~ 이제, 속초등대로 간다. 가는 길은 몇년째 처박아둔 해파랑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