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해파랑길 (46)
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을 시작하고 조금은 들뜬 시절이었다. 2016년9월24일, 최소한 장비들만으로 꾸린 박배낭을 메고 11코스의 실질적 시점인 봉길해변으로 갔다. 4~10코스를 건너뛴 채, 11~13코스를 먼저 택함은 순전히 양포항에서의 야영1박을 해 보고자 함이었다. 15kg의 등짐을 지고 첫째날은 약26km를 걸어 양포항까지 갔지만, 둘째날은 걷기 시작한지 3시간여만에, 구룡포항을 10여km 남겨둔 지점에서 의지는 동이 나버렸다. 3년8개월이 흐른 2020년5월31일12시25분, 채우지 못한 13코스의 잔여구간을 잇고자 구룡포항에 도착을 했다. 트레킹을 수반하는 탐방 역시도 여행의 한 분류이다. 혼자하는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여행다워짐을 이제 안다. 13코스의 잔여구간 출발점을 그 날 걸음을 멈춘 장기면 ..
14시20분, 고성군청 소재지 간성읍에 내렸다. 혼자고 나발이고, 배가 너무 고파 다짜고짜 식당부터 찾았다. 시장통 골목을 뒤지다가, 해파랑을 탐방중이신듯한 연세가 지긋한 부부를 몰래 따라 다녔다. 허름한 찌개집 앞에서 남편분이 사진을 찍고는 그 가게안으로 부부는 들어갔다. 맛집인듯 했지만..., 된장 혹은 김치찌개로 술을 마실수는 없어 나는 내 갈 식당을 또 뒤졌다. 해장을 못해 안달이 난 동네인지..., 식당들의 주된 메뉴는 거의 해장국이었고, 세부분류는 뼈와 황태로 나뉘었다. 어제 저녁을 먹은후, 근 스물시간이 넘도록 미숫가루 500ml와 물외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득분에 아주 맛난 해장국이었다. 허기가 가시니 잠이 실실 오더라~ 이제, 속초등대로 간다. 가는 길은 몇년째 처박아둔 해파랑길로....
지들끼리 서울 모처에서 모였나보더라~ 지들끼리 걸었어니까..., 근데, 뭐시 하나 빠진것 같고, 좀 허전한기라~ 꼭 있어야 할끼 없는 기분..., 안돼겠다. 그 놈에게로 가자! 아리랑길 001 - 영도3 (2019.11.23) 길이 있어 걸었을뿐인데, 길은 인연도 맺어주었다. 동해안 12개 시·군의 해안지선을 50마디로 나눈 해파랑길, 주변이 온통 시전잡배 술꾼들뿐인 나는, 그래서 같이 할 사람이 없어 그 길을 혼자서 걸었다. 후포쯤인가? 7번국도변 한적한 쉼터에서 담배 한대를 꼴아물고 하염 없이 바다를 바라보는데, 문득 길에서의 바램 하나가 생겼다. 피, 땅, 학교, 군대, 사회 이런것들 말고의 인연을 이 길에서 한번 만나고 싶었다. 2017년10월28일, 운영주체는 민통선내 50코스를 걷게끔 했고, ..
2017년10월28일 50코스를 끝으로, 양양속초구간(43, 44, 45) 셋 코스와, 고성구간(46, 47) 두 코스를 남겨둔 채, 해파랑길은 중단을 했다. 2017년11월04일 50코스를 끝으로, 그렇게 해파랑길을 중단한 채, 나는 죄회전을 해 남해안의 이순신트레일을 시작하고 말았다. 이미 1,000km를 넘어 선 이순신트레일에서, 해파랑길을 생각하면 그 길에 늘 미안했고 애처로운 조강지처를 버린 놈의 심정이었다. [진하해변 가는 길] [진하해변 간절곶쪽] [진하해변 명선도] 남해안 이순신트레일로 이어야 할지? 동해안 해파랑길의 끝어진 선을 이어야 할지? 다시 혼자 걷고 싶어진 마음은 설레였지만 나름의 갈등도 존재를 했다. 하지만 그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금요일 저녁 술을 퍼마시지 않아야 했다. 해..
이뤄지기를 원하는 두 바램을 가지고 혼자서 해파랑길에 나왔다. 남겨진 다섯코스를 끝내고 50코스의 시점에 와 있었다면 두 바램은 어쩌면 오늘 다 이뤄졌을 것이다. 1코스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바램 하나는 50코스에서 이뤄졌다. 길에서 인연을 만난다는 것! 낯선이에게 먼저 다가서질 못 하는 나이기에 천요하우낭요가인의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그 바램은 오늘 50코스에서 이뤄졌다. 해파랑길 50코스 - 마차진해변에서 통일전망대 (2017.10.28) 22km를 북진하여 09시50분, 40코스 시점인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에 도착을 했다. 50코스 걷기행사가 열리는 집결지에는 아직 아무도 없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모자 사 스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도로 건너 맞은편 대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