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제주올레 - 탐라바닷길 (18)
회상이 될 길의 기록

맞바람이다. 이 바람을 뚫고 15km를 전진하자니 막막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간다. 제주올레 3코스 - 표선~온평 (2020.11.28) 표선해변으로 내려오니 귀에 난리가 났다. 안그래도 마스크 끈 때문에 테두리가 아프고 건지러웠는데, 바람 소리에 고막까지 터질라 했다. 표선해변의 개미친 바람 이래 처불어제끼는데 우째 걷노~ 싶었다. 저번에 간 곰탕집으로 가 술이나 퍼마시고 돌아갈까? 싶기도 했다. 바람소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이라 했지! 않는가..., 어떻게 해서 나온 길인데..., 이대로 돌어서 집으로 가기에는 나중에 들 후회 때문에라도 닥치고 걸어야 될 것 같았다. 아니, 공항주차비가 아까워서라도 걷기로 했다. 모래와 돌로 형성된 그 지랄 같은 해안을 걷기 싫어 1132번 지방도로 걸었다. 그러다가 ..

기력이 쇠약해지는 엄마를 종종 본다. 내게 남은 세월을 떼다가 엄마의 세월에다 붙혀주고 싶지만, 세월에 그런 거래는 없다. 대신에 주말이 되면 내가 본 한반도의 바다를 보여주고자 같이 바다로 나갔다. 바다(길)에 미친 놈을 낳은 엄마 역시도 바다로의 나들이를 내심 좋아했다. 한 주는 동해로 한 주는 남해로, 그렇게 매주말 셋이 바다로 나갔다. 물론 경비는 나누기 3으로 하고..., 확진자 수가 일 오백을 넘어서니 현지에서 식당 등을 이용하여야 하는 여정이 심히 불안해졌고, 이번 주는 쉬자고 했다. 바다로 나감이 활력을 증강시켰는지? 엄마에게서 보여지던 그 연로한 표정이 조금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번 주는 단독플레이를 좀 하겠다. 라고..., 하면서 05시30분 자고 있는 혹들을 떼어네고 혼자서 간만에..

09시쯤 숙소를 나왔다. 중앙도서관 주변을 감싼 7-1코스를 따라 월드컵경기장앞 도로로 내려가는데, 대한민국 최남단 도시의 일요일 아침 하늘은 여기가 서귀포임을 분명하게 인지를 시켜주었다. 바다색만으로도 벅찬데, 하늘색까지..., 뭘 우째야할지??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는 객지 사람만이..., 느끼는 서귀포였다. 여서 여말로 대체를 해도 될듯 싶었는데..., 형님이 거 가서 그 말을 찍어야한다길래, 조금의 착오로 세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서귀포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방문했다. 한번쯤은 방문을 함도 괜찮았다. 득분에 서귀포 원도심 곳곳을 구경했고, 센터내 카페에서 라떼 한 잔의 여유도 마셨다. 510번을 타고 어제의 종착지 서귀포여고앞 버스정류소에 내리니 10시10분이었..

하류에 쇠소깍을 만든 효돈천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갔다. 눈은 풍경 보다는 그럴싸한 식당을 찾고 있었다. 형님과 오랫만에 것도, 제주도에서 조우를 했기에 한라산17과 테라를 말고 싶었다. 제주올레 6코스 - 쇠소깍~서귀포 (2020.09.26) 그 시절, 모두의 신혼여행지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무조건 제주도였다. 쇠소깍에서 카누를 타는 관광객들을 물끄럼히 보고 있는, 집 나온지 5일이 된 형님들의 눈에 그 시절이 들어 차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구지 돌아 갈 이유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오늘 집에 가지마까?? 쇠소깍해안을 지나니 하효항이 나왔고, 그 초입에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횟집이 있었다. 앗따! 물회 참 잘 하더라~ 죽기전에 반드시 먹어야 할 맛이라서, 할 수 없이 열라게..

다리에 녹이 스는 날들이었다. 누구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고자 방역 일선에서 사력을 다하는데, 길로 나서기가 미안해 꾹 참았다. 더는 못 참겠다. 나는 그 딴 바이러스에 걸릴 디디한 인간이 아니다. 05시 집구석을 탈출했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삶의 자유를 가진 형님을 안다. 제주해안길을 한 번쯤은 누구랑 같이 걷고 싶었다. 09시10분 남원포구에 도착을 했고, 형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캔맥주를 홀짝이며 포구를 서성였다. 09시20분, 서로 사돈이 되고자 했으나 당사자들의 권고 묵살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전직 서울시 관료 선,후배 사이의 두 형님이 나타났고, 그들의 제주올레 6일차에 합류를 했다. 제주올레 5코스 - 남원~쇠소깍 (2020.09.26) 길은 언젠가는 끝이 나지만, 길은 질질 걸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