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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사월의 두 번째 토요일, 갈 곳이 없으면 섬이 생각나고, 섬이 생각나면 그 뱃길에나 오를까, 싶었다. 가장 들고나기 만만한 섬은 한산도다. 거제도 어구에서 한산도 소고포로 입도를 해, 추봉도와 제승당을 서성이다가 통영으로 나오면 그만인, 오늘을 보내고자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떠남의 설렘도 없이 집을 나섰다. 갈 곳 없는 토요일에는 - 한산도와 추봉도로 간다 (2024.4.13) 거가대로 제2사장교를 지나며, 엄마는 진해만의 봄날을 보고 나는 세월의 무상함을 본다. 거가대로가 놓여지기 전, 중앙동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장승포로 갈 때, 사상 서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남마산과 고성 그리고 통영을 거쳐 고현으로 갈 때, 그 때 가는 거제도가 거제도다웠다. 그 시절이 그립다. 13시20분쯤, 둔..
때는 바야흐로 겨울로 들어섰다. 나이가 들수록 시려지는 마음듦에, 겨울이면 시들어지는 모든 것들이 애잔하기 그지없다. 시들지 않는 것은 오직 바다라서, 그 마음 잠시 떨쳐내고자 선명한 겨울빛 일렁이는 바다로 간다.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 한산도 가는 뱃길 (2023.12.2) 11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서, 정처도 없이 가다보니 오늘도 통영에 와 있었다. 나는 김 펄펄 올라오는 물메기탕이 땡기는데, 엄마는 알싸한 회덮밥이었다. 그로해서, 달아항으로 가다가..., 아땃..., 어찌나 회를 많이 덮었던지..., 많이 줌은 고마운 배려이지만, 나이가 드니 그 고마움은 시키지도 않은 짓으로 치부가 된다. 겨울이었고, 더하여 맑은 하늘이었고, 그러니 배를 아니 탈 수가 없는 통영이었다. 지난 추석연휴, 제주도..
태풍 하나가 서해상으로 향하는 일요일 아침, 그 바람에 딸려가다 낙오된 구름들이 하늘을 헤메이다 비를 뿌린다. 부시시 일어나, 커피 한 잔을 타고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발코니로 나와 회색이 된 세상을 내려다 본다. 뱃길에서 이 비나 맞을까..., 싶었다. 다시 그 뱃길에 - 거제도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2022.7.31) 어구항 근처에 맛집을 검색하니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곧장 해물뚝배기를 빌미로 엄마를 꼬득였다. 하둔에서 점심을 먹고 어구로 가, 15시에 한산도 소고포로 가는 페리호 탑승을 목표로 12시쯤 집을 나섰다. 13시 50분, 다행히 목표로 한 시각 보다 10여분 앞서 둔덕면의 소재지 하둔에 도착을 했다. 이제 해물뚝배기가 엄마의 입맛을 충족시키면, 아직 비공개중인 오늘 뱃길에 대하..
15시10분, 바다 건너 통영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 제승당항으로 왔다. 입도의 루트대로 소고포에서 어구로 출도를 할까?도 싶었지만, 고성(통영)반도와 미륵도북부를 가르는 통영운하 그 뱃길의 끌림에 따랐다. 한국뱃길 - 제승당항에서 통영항여객선터미널 (2021.12.26) 바람은 차갑지만, 하늘은 맑고 바다는 더 없이 푸르다. 일 없이 들어왔다 나가는 섬의 선창가에서, 겨울, 일요일 오후의 햇살을 쬐며 어차피 정해진 시간에 출항을 하는 차도선이 그래도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생에서 만들어지는 논픽션은 이런 시간이다. 엄마는, 지난주 토요일에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탔고, 일주일이 지난 어제는 삼척해상케이블카를 탔다. 그 사이의 날들에서 엄마는, 하루 내원과 이틀간의 입원을 통해, 심혈관검사와 동시에 관상동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