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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세월은 또 가을이다. 부는 바람에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지고, 퇴근녘 무심히 창밖을 보노라면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다. 내려오는 물듦을 조금이라도 먼저 보고자, 말무리반도가 아스라히 보이는 동부전선 통일전망대로 간다. 최북단 거진항과 대진항을 서성이는 삶의 파노라마는 겨울이 제격이지만, 겨울은 아직 멀리에 있다. 말무리반도의 가을 - 고성 통일전망대 (2023.10.21) 어쩌면 겨울보다 더 멀리 있는, 말무리반도의 물듦을 보고자 08시30분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역마살 가시지 않는 미친놈의 성화에, 팔순을 넘긴 엄마는 보름 전 왕복 850km 인천행에 이어, 오늘은 왕복 900km 강원도 고성군 최북단을 향한 여정길에 올랐다. 다행히 1박의 여정이라 돌아옴은 내일이지만, 450km를 북상해 민통선..
2022년, 그 첫 날에는 서해안 만리포에서 해지는 바다를 보았다. 일주일이 지난 이번주는 동해안 최북단으로 올라가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북위 38º35'에서 바다로 나간 금강산 끝줄기 말무리반도를 또 한번 엄마에게 보여줄 것이다.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2 겨울 동해 최북단 여행기 (2022.1.9~10) 때가 되면 그 곳으로 간다. 고된 날개짓으로 그 곳을 찾아가는 철새처럼..., 집을 나선지 다섯시간쯤이 지나서야 거진항에 도착을 했다. 같은 나라, 같은 바다, 같은 사람들이지만, 거진항에 오면 아련하고 시리고..., 나는 그런 기분이 든다. 엄마가 난전에서 말린 생선들을 사이에 두고 상인들과 남녘과 북녘 대화를 나눈다. 엄마에게도 거진항은 나처럼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회도 뜨고 항도 좀..
2012년 설, 가족들을 데리고 7번국도를 따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 룸밀러에서 엄마를 보며 언제고 다시 한번 강원도에 꼭 올 것이라 다짐을 했다. 세월은 덧 없이 참 많이도 흘렀다. 2020년 추석연휴, 가족들을 데리고 7번국도 아니, 해파랑길을 따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지난 5월 23일 나는 대한민국 최북단에 서 있는 대진등대를 탐방하였고, 그 곳에서 스며든 그 기분을 엄마에게도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멀리 떠나고 샆어 간 - 2020 가을 동해 최북단 여행기 (2020.9.30~10.1) 이제는 해파링길이 된 그 선을 따라 줄기차게 북상을 한다. 15시쯤 거진항에 도착을 했다. 포항 이북의 바다에서는 기르는 어업을 하지 않음으로, 모처럼 의심없는 자연산횟감을 맛 볼 수 있는 ..
이뤄지기를 원하는 두 바램을 가지고 혼자서 해파랑길에 나왔다. 남겨진 다섯코스를 끝내고 50코스의 시점에 와 있었다면 두 바램은 어쩌면 오늘 다 이뤄졌을 것이다. 1코스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바램 하나는 50코스에서 이뤄졌다. 길에서 인연을 만난다는 것! 낯선이에게 먼저 다가서질 못 하는 나이기에 천요하우낭요가인의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그 바램은 오늘 50코스에서 이뤄졌다. 해파랑길 50코스 - 마차진해변에서 통일전망대 (2017.10.28) 22km를 북진하여 09시50분, 40코스 시점인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에 도착을 했다. 50코스 걷기행사가 열리는 집결지에는 아직 아무도 없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모자 사 스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도로 건너 맞은편 대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