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7코스 - 서귀포~월평 본문
09시쯤 숙소를 나왔다.
중앙도서관 주변을 감싼 7-1코스를 따라 월드컵경기장앞 도로로 내려가는데,
대한민국 최남단 도시의 일요일 아침 하늘은 여기가 서귀포임을 분명하게 인지를 시켜주었다.
바다색만으로도 벅찬데, 하늘색까지..., 뭘 우째야할지??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는 객지 사람만이..., 느끼는 서귀포였다.
여서 여말로 대체를 해도 될듯 싶었는데...,
형님이 거 가서 그 말을 찍어야한다길래,
조금의 착오로 세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서귀포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방문했다.
한번쯤은 방문을 함도 괜찮았다.
득분에 서귀포 원도심 곳곳을 구경했고, 센터내 카페에서 라떼 한 잔의 여유도 마셨다.
510번을 타고 어제의 종착지 서귀포여고앞 버스정류소에 내리니 10시10분이었다.
제주올레 7코스 - 서귀포~월평 (2020.09.27)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 시간은 18시45분,
월평 아왜낭목에 서 있는 말한테 가는 거리는 어림잡아 12km,
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형님이 흥얼거리는 '서귀포를아시나요'를 들으며 해안으로 내려오니,
샛바람에 일렁이는 너울이 윤슬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바다에 아련한 섬들이 보였다.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라 걸음은 알아서 멈췄다.
숱하게 바다로 나갔지만...,
바다를 처음 본 사람의 마음이었다.
이런 바다를 보고나면 그만인데...,
더도 덜도 필요가 없는 삶인데...,
매 사건마다 갈라져 지랄을 떨고, 채우려 안달복달을 하고, 못살겠다 난리를 치고...,
인간사 바다로 나가길 빌어줬다.
태풍이 래한을 하면 서귀포는 길목이 되고,
그 길목에서 이른 호들갑을 떨어야하는 방송사들이 내리지 않는 비와 불지 않는 바람을 보여주는 곳,
출발을 한지 30여분, 법환포구에 닿았다.
바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바다꽃이 되어 있는 법환포구를 지난다.
바다꽃이 되어 자식을 성장시켜 뭍으로 내보내고도,
아직 시들지 못한 채, 그 바다에서 그 춤을 추고 있었다.
11시30분, 오늘 걸음의 절반쯤에 위치한 해안가 그늘에서 둘러 앉았다.
막걸리를 마시며 동중국해 우리 바다를 사수하기 위해 건설된 강정항을 본다.
저거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말들이 많았는지..., 대한민국 환경단체에 치가 떨렸다.
술 잔까지도 떨렸다.
이제 한시간 정도만 가면 월평포구가 나온다.
그러면 오늘 내 트레킹은 끝이 난다.
지금까지의 올레에서는 쭉 혼자 걸었다.
돌아 갈 시간까지 걷다가, 그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은 좋은 형님 두 분과 동행으로 걸었다.
돌아 갈 시간을 넘겨 걸었고, 그 시간이 지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혼자 걷는 길은 차지였고, 같이 걷는 길은 나눔이었다.
13시15분, 11.6km를 걸어 월평아왜낭목에 서 있는 말에 도착을 했다.
보이는 평평한 콘크리트바닥에 뻗었다.
뻗기 위해 걷는다.
점심 아니, 이별타임을 갖기 위해 인근의 식당으로 갔다.
장사를 하자는 건지? 폭리만을 취하자는 건지? 분간이 안되는 식당이라, 버스를 타고 중문으로 나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자마자 형님이 하차벨을 눌렀다.
그래 바로 저기야~
제주가 제주로 느껴지는 점심을 먹고, 15시쯤 약천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왔다.
여유로운 은퇴자인 형님들은 오늘 중문까지 걷고 내일 서울로 간다.
아직 회사를 때려치우지 못한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형님 감사했고, 좋은 바닷길에서 또 같이 걸읍시당~
16시30분, 제주공항으로 왔다.
트레킹용 손목시계를 사고자 면세점에서 부단한 선별을 했고, 결재를 하는데 이용 횟수가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아나키스트는 원래 면센데!!
에라이~
그 동안 담배 사다나르는 재미로 왔다리갔다리 했는데..., 올해는 올레도 남겨 둘 겸 제주는 그만 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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