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5코스 - 남원~쇠소깍 본문
다리에 녹이 스는 날들이었다.
누구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고자 방역 일선에서 사력을 다하는데, 길로 나서기가 미안해 꾹 참았다.
더는 못 참겠다.
나는 그 딴 바이러스에 걸릴 디디한 인간이 아니다.
05시 집구석을 탈출했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삶의 자유를 가진 형님을 안다.
제주해안길을 한 번쯤은 누구랑 같이 걷고 싶었다.
09시10분 남원포구에 도착을 했고, 형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캔맥주를 홀짝이며 포구를 서성였다.
09시20분,
서로 사돈이 되고자 했으나 당사자들의 권고 묵살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전직 서울시 관료 선,후배 사이의 두 형님이 나타났고, 그들의 제주올레 6일차에 합류를 했다.
제주올레 5코스 - 남원~쇠소깍 (2020.09.26)
길은 언젠가는 끝이 나지만,
길은 질질 걸치고 있어야 길로 남는다.
해파랑길을 다 걷고 동해로 가니, 통장에 잔고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올레를 빙자한 제주해안길은 최대한 ing 상태를 유지 할 것이다.
형님의 올레를 응원하며 걷다 가, 해가지면 도착한 포구에서 맛난 저녁을 사드리고 집으로 돌아 갈 것이다.
오늘 역시도 내가 제주에 왔기에, 어제의 기상청 예보는 틀렸다.
제주공항에서 남원으로 오는 길,
갑자기 흰구름이 검은구름으로 변하더니, 버스에서 내리니 이런~ 또 비를 처뿌린다.
내만 제주에 오면 비는 처내리는 이 따위 현상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시발~
다행히 출발 직전에 시발비는 그쳤다! 더는 구름이 변색을 거부했거든!! 시발~
제주 바닷길은 무조건 맑은 날이어야 한다.
맑아야 바다가 파래지고, 맑아야 검은 해안이 그나마 볼만하다.
올해 일곱번째 제주해안길 탐방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한 제주특별자치도라서,
제주공항에서는 제주도 어느 곳이든 한번에 다 갈 수가 있다.
당연 노선별 운행간격도 그리 길지가 않다.
득분에 나는 선의 무조건적 늘림보다는 마디의 분포를 통한 마디간 이음으로 제주해안길을 걷고 있다.
지난번 끝을 낸 곳이 다음번의 시작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번 회차에는,
온평포구에서 남원포구간 3,4코스를 띄우고, 남원포구에서 서귀포까지의 5,6코스를 잇는다.
띄워 놓았기에, 형님과의 동행이 가능했다.
제주로 오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제주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저 마다의 제주를 즐기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수칙만 잘 지키면 차단이 되는 바이러스에 간염이 될까?
나는 바이러스가 밉고, 아직도 바이러스 유행을 연장 시키는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간염이 되고 싶어 간염이 된 사람은 없겠지만...,
형님이 형님이라 칭하는 형님과는 오늘 처음 만났고,
오일간 이어 온 그들의 피로도를 알지만, 내 걸음으로 앞서 나가는데 조금의 뒤처짐도 보이지 않았다.
형님처럼 그 형님도 은퇴후의 삶을 충분히 누리며 사시는 분이었다.
더 좋아짐은 술의 코드가 일치했다.
분명 오늘은 멋진 날이다.
멋진 날 13시11분,
제주도 남부해안 13.8km를 걸어, 제주올레 5-6코스가 나뉘는 쇠소깍다리 서단에 도착을 했다.
코스내 해안산길과 해안자갈길의 선형이 제법 분포하고 있어,
평균시속은 5.0km/hr에 조금 못미쳤지만, 오십여일만에 재개한 트레킹치고는 괜찮은 속도였다.
쇠소깍부근으로 가면 멋진 식당이 있을거야~
그럼 간만에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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