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16코스 - 고내~하귀 본문
10분을 퍼질러 앉아 있다가...,
오늘 뜻한바 그 곳까지 간다는 의지를 다시 켜고, 16코스 해안길에 나섰다.
하늘은 당장 비가 내린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더 흐려지고 있었다.
제주올레 16코스 - 고내~하귀 (2020.7.4)
겁대가리를 상실한 채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모험에 나선 허클베리핀,
짚신을 신고 조선반도 그 지형을 그리고자 조선팔도를 떠 돈 고산자 김정호,
국토해안종주를 감행중인 해미누나,
이 사람들은 당췌 그 의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나는 코스 하나를 끝내고나니 걷기가 실실 싫어진다.
30년전, 거제도에서 업을 하는 선배는 거제도가 제주도보다 해안지선이 더 길다고 했다.
2년전에, 나는 거제도를 해미누나가 설정한 루트를 따라 섬일주를 했다.
일주의 길이는 칠천도 해안길을 제외하고 248km가 측정 되었고,
함박금, 가배반도 등을 악착스럽게 루트에 넣었다.
죽는줄 알았다.
나는 올레를 빙자하여, 제주도 해안지선을 따라 걷고 있다.
내륙으로 들어가는 올레의 정코스 선형들을 완벽하게 무시하며 걷는 이유는,
1)제주도 해안일주의 길이를 거제도처럼 측정하고자 함이고,
2)쓰잘떼기 없는 길을 나는 절대 걷지 않음이다.
거제도가 제주도보다 해안선이 길다는, 그 말이 사실일까?
물론, 얼마나 해안지선에 근접하여 섬을 일주했는가? 그 한계적 오차는 분명 있겠지만...,
거제도를 일주할 때의 일주률(일주한길이 / 실제해안지선길이 x 100)과 비슷하게 제주도를 일주할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 일주길의 길이를 알아내고,
그 결과에 따라 내게 거제도가 제주도보다 해안지선이 더 길다고 한 선배의 말이,
팩트면 선배의 입은 보전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을시에는 선배의 입은 찢어 질 것이다.
만약, 제주도의 해안지선이 더 길게 나오면, 제주도 일주길을 걷는데 소여된 모든 경비까지 청구를 할 것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아마도...,
선배의 입은 찢어질게 뻔하고, 10x200,000kw의 손해배상청구금도 물어내야 한다.
함부러 지껄일 때 알아봤다.
근데, 너무 걱정을 하지마라~ 이 지겨운 길을 내가 언제 끝낼지는 나도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가장 싫은게 뭐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렌트카라 말 할 것이다.
많아도 너무 많고, 제주도를 병들게 하는 원흉이라고도 덧붙이겠다.
제주도의 대중교통(버스) 체계는 너무도 완벽하게 구축이 되었기에 이동시 전혀 불편이 없다.
렌트가를 타고 돌아다니는 그 따위 여행을 할 이유가 없다.
내 오늘을 봐라~
아침에 제주로 와 렌트카 없이도,
제주항의 산지등대로 갔다가, 반대방향의 한림으로 가 비양도를 돌고, 지금은 애월해안도로를 4시간째 걷고 있잖아...,
그리고도 저녁에 충분히 부산으로 돌아간다.
제발! 제주도를 쏘다니는 하얀 렌트카들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원지사는 음주전력의 당사자를 관선 제주시장에 임명할게 아니라,
제주도 주요 관광지를 도는 투어버스를 도입하여, 그를 버스기사로 발령내야 했다.
제주도 렌트카 업체들은 꼬시래기 지 살 뜯어먹는 지금의 영업형태를 접고,
대신에 보유차량의 수를 줄인 만큼 적정 렌탈료로 환원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모두가 바라는 제주가 된다.
20시30분까지 도두항에 도착이 되어야 하는데...,
조금의 쉼도 없이 5.5km/hr의 속도로 주구장창 걷고 있는데...,
길의 풍경이 아무리 걸어나가도 거서 거 같아 진척의 기분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18시쯤, 구엄 해안도로를 지났다.
도로변 식당들에서는 간판등이 켜지고, 일행들과 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해복하기 그지 없는 표정들이다.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은, 돈도 갈 곳도 없는 처량한 꼴로 마냥 서글프게만 보였다.
거문동포구를 지나니,
애월읍 소재지 하귀리도 보였지만, 그 너머 제주시내에 우뚝 선 드림타워도 보였다.
길가 쉴 곳이 없어 1시간20분째 5.5km/hr의 속도를 유지하며 걷고 있다.
말이 5.5km/hr이지...,
5.5km/hr의 보행은, 약11분에 1km를 가는 속도이고, 100m를 평균 1분5초로 걸어야만이 유지되는 속도이다.
18시20분, 애월해안도로(일주서로)가 1132지방도에 합류되는 하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쉴 곳은 없었다.
할 수 없이 4차선 길가 교량난간턱에 주저 앉았다.
뭐라도 좀 먹어야 될 것 같아서 배낭을 뒤적이는데, 이런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에라이~ 잘 됐다.
오늘 의지가 죽지 않아, 사람 미칠판이었는데...,
시간상 목적지인 도두항에는 못닿지만 20시30분에서 한시간을 양보한 19시30분까지는 무조건 걸을 수 밖에 없었는데...,
비를 핑계로 그만 걷게 되었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고, 나발이고, 다음에 또 오면 된다.
길이 어딜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늘 거까지 못갔다고 누가 지랄을 하는 것도 아니다.
비를 두들겨 맞으며 700m를 걸어가니, 공항으로 가는 급행버스가 정차를 하는 환승정류소가 나왔다.
트랙을 꺼고, 정류장옆 하나로마트에 장을 보러·보고 가는 제주 사람들의 토요일 저녁살이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나도 제주에 한번 살아볼까?
아니다, 제주는 왔다갔다해야 제 맛일뿐! 살면 갑갑해서 디진다 나는..., 나는 마 그냥 부산에서 살란다!!
버스가 오네~ 나는 집에 갈란다.
집으로 오니, 23시가 채 안된 시각이었다.
뭐 물거없나? 하고 물으니..., 이런 개구박을 ㄱ서쟈ㅐㅣㄹㅐㅁ'ㅂ잦ㅇ'ㅈ다ㅐ래'ㅔ~
다시 집구석을 나갈라다가..., 너무 힘이 든 하루여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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