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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11~12코스 - 모슬포~용수 본문

제주올레 - 탐라바닷길

제주올레 11~12코스 - 모슬포~용수

경기병 2020. 3. 31. 12:25

한달전 05시에 집구석을 탈출해,

내차 타고, 양산시내버스 타고, 부산지하철 타고, 김해 경전철 타고, 비행기 타고, 제주급행버스 타고, 배 타고,

그 지랄들을 모아모아 10시10분 마라도 자리덕선착장부근 해역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선사에 돈을 뜯어낼려는 마라도 해녀들의 선착장 접안 방해로 마라도는 밟지도 못하고 운진항으로 돌아왔다.

 

한달이 지나고 05시에 또 집구석을 탈출해,

내차 타고, 비행기 타고, 재주급행버스 타고, 그 지랄을 또 한번 처하며 다시 마라도로 간다.

선사가 마라도 해녀들에게 돈을 뜯겨 이번에는 입도가 되길 바라면서...,

 

 

 

 

비양도 상공

 

 

 

 

모슬포로 가는 151번이 새별오름을 지나고서부터 기사가 윈도브러쉬를 가끔씩 작동을 시킨다.

차창밖 가로수들의 흔들림은 운진항이 가까워질수록 더 사나워진다.

이거 뭐지?

 

09시25분, 마지막 승객인 나는 애써 담담한척 버스에서 내렸다.

봄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눈까지 조금 썩여져 내리는 비와 바람은 모슬포 앞바다를 뒤흔들고 있었다.

 

뻔한데..., 

그래도, 혹시나 싶어 한대 물고 대합실로 가 보았다. 

 

 

 

 

 

 

 

에라이 시발~

내가 하는게 다 그렇지~ 에이 개왕짜증시발달나라호떡미친개하늘우산없다시발!!

 

아-놔..., 돌겠다.

 

 

 

 

 

 

이거 뭐를 우째해야 돼요? 하느님??

한달전에는 배를 타고 마라도부근 해역까지는 갔지만, 오늘은 배도 못 탄다.

분명 기상청 예보로는 흐리다가 맑아진다고 했는데,

 

비는 퍼 붓고, 기온은 사진을 찍는 팔이 떨릴 만큼 춥고, 할 수 없이 한달전 우산을 싼 편의점으로 갔다.

뭔 놈의 인생이 모슬포에서 우산을 두번이나 싸노..., 싶더라~

에라이 우산이고 나발이고, 술이나 퍼 마시자!!.

 

 

 

 

 

 

밥 좀 주소,

아직 영업전인데요,

마스크를 떼니 '보름뒤에 온다하고선 왜 이제 왔냐..., 한다.

 

오도가도 못하는 심정으로 차가운 봄비가 내리는 모슬포에서 마시는 소맥,

그 첫 잔이 빈 위벽을 타고 속으로 들어가니 그제서야 디비진 허폐는 제자리를 찾는듯 했다.

 

올 때 마다 비가 와서 어떻하냐는 아주머니들에게, 2주 뒤에 또 오겠다는 언약을 남발하고 11시40분 식당을 나왔다.

운진항 화단에다 발사를 한판하고, 버스정류장에 붙은 노선안내도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좌뇌우뇌, 해마까지 다 굴렸지만..., 갈 곳은 없었다.

 

에라이~ 시발! 마~ 걷자!!

 

 

 

 제주올레 11~12코스 - 모슬포~용수 (2020.03.28) 

수월봉에서 바라 본 차귀도

 

 

제주도는 역시 내하고는 맞지 않는 섬이다.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올 때 마다 흐렸고 비까지 쳐내렸다.

남들은 뭐시 좋아 그래쌋는지는 몰라도..., 내게는 올레도 해안길도 그저 이어야 할 해안지선일뿐이다.

 

혼자 걸은 길들중 가장 지겨운 길이고,

처음엔 좀 달리 보였던 제주 바닷가 지형들 특유의 모양과 색들마저 이제는 지겹다.

 

근데, 왜 걷냐고?

1번, 술 쳐먹고 할 짓이 없어 걷는다.

2번,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 바꾸는 과정이 귀찮아서 그 시간 맞추려 걷는다.

3번, 엄격히 따져 제주도는 한반도의 해안지선이 아니지만 시작을 했기에 쳐 잇고자 걷는다.

 

 

 

 

 

 

 

 

는 왜, 그 어떤 지명들에 꽂히는지?

나는 왜, 그 꽂힌 지명들에서 설렘을 느끼는지?

 

분명 모슬포도 그러했다.

그 꽂힘의 지명속에 그 어떤 설레임이 있는지? 그걸 알기 위해 비 오는 모슬포 바닷길을 우산도 없이 걷는다.

 

 

 

-대정항

 

 

 

 

 

생의 추억은 대단한 것이라서, 나이가 들면 어쩌면 그 추억만으로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모슬포에서 맞고 있는 두 번의 비, 먼 훗날 회상속에서도 이 비가 내렸음 좋겠다.

그 때도 우산은 집에 있겠지...,

 

 

 

 

 

 

 

 

나를 길에 미치게 한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아라뱃길을 혼자서 걷고 있다고 했다.

 

누나는 2006년에 이미 제주올레를 다 걸었다.

 

 

 

 

 

 

  

 

맥주 두 병에 소주 한 병을 말아 거의 다 빨았다.

득분에 술은 좀 체 깨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 빗속을 걸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그러한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날들이다.

 

그 전까지는 종종 보이던 올레를 걷는 사람들도 오늘은 비마저 내리니 단 한명도 보이지가 않는다.

바이러스 유행을 막기 위한 정부의 애절한 권고에 사람들은 길로 나오지 못했고, 하늘마저 비로 그 나섬을 막는듯 하다.

 

지독하게 말 안듣는, 미친놈만 나와서 비를 쳐두들겨 맞아가며 걷고 있다.

 

 

 

돌아 본 대정항

 

가파도

 

마라도

 

 

 

지지난주에는 여수-고흥을 연결시킨 77번국도를 이용 보돌바닷길을 걸었고,

지난주에는 서낙동강 하구에 떠 있는 중사도와 둔치도 둘레길을 걸었다.

 

이번주에는 쉴까도 싶었다.

2월에 사다나른 JDC 면세담배가 세보루에서 다떼고, 두 갑밖에 남지 않아,

겸사겸사 담배도 살겸 왔는데..., 가고자한 마라도를 또 못가게 되니, 해안길마저 걷는 의미가 없어진 기분이다.

 

 

 

일과2교차로

 

 

 

 

 

 

 

하루가 끝나면 선술집에 모여 술을 마시는 짓도,

한주가 끝나면 숲에 텐트를 치고 술을 마시는 짓도, 다 못하는 날들에서 트레킹마저 못하면 돌아버릴 것 같다.

 

그랬는데...,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제주 서부해안길을 걷는 지금, 심심하고 지겨워서 더 돌 것 같다.

이래도 돌고, 저래도 돌고..., 이라다가 진짜 돌겠다.

 

 

 

 

 

 

 

 

 

 

제주바닷길을 걷다보면,

해안가에서 시들어 있는 처량한 근린생활시설 건축물들을 종종 보게 된다.

 

시대의 흐름에 도태된 몰골, 찾지 않아 폐기된 용도, 돌아오지 않는 주인...,

지어진 그 자리에 그대로 박혀 낡아가는 모양새는, 더 이상의 잔치는 없을듯 보였다.

첫 삽을 뜰 때, 지어질 건축물로 인해 무한의 희망을 가졌을 건축주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좀 쉬고 싶었지만, 아직 10km를 채우지 못했기에 계속 걸었다.

 

참 걷기가 싫은 날이다.

무다히 제주를 와가지고 스스로 고행을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 충전타임

 

 

 

10km쯤을 지나는데, 바다 풍경이 좋은 길가에 아무도 없는 정자가 나왔다.

잠시라도 머물고 싶었다.

 

캔맥주를 따고, 넋을 놓고, 무심히 바다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허하호를 단 흰색차량들이 잘 가다가 주춤이고 멈추고들 한다.

에라이~ 이런 줏대 없는 따라쟁이들아~ 일어나 주께...,

 

 

 

 

 

 

 

 

 

그 km수가 얼마를 기록할지는 몰라도,

그 끝나는 시간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좌우지간 12코스 종점인 용소포구까지만 가기로 했다.

 

더는 이 지겨움을 견딜 의지가 내게는 없다.

걷기도 싫고, 오락가락 쳐해쌋는 비도 밉고, 생각 없이 신고나온 등산양말에 물집도 생기고...,

딱 용소포구까지만 가자!

 

  

 

 

 

 

 

 

테마의 부족인지? 하멜이 제주도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두번 표류를 했다가는 한라산 꼭대기에도 그의 상이 세워지겠더라~

 

 

 

 

 

 

 

 

신도포구를 지나는데, 목줄 풀린 개 한마리가 제법 사납게 달려든다.

배낭에서 총을 꺼낼려는데, 총이 없다.

공항 보안검색에서 오해를 받을까 싶어 총을 가져오지 못했다.

 

오새 개들이 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신도포구 개 니 때문에 나는 또 개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15시18분 13.7km를 걸어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넘어섰고, 바다에는 차귀도가 떠 있었다.

 

 

 

 

차귀도

 

 

 

 

 

나는 솔직히 올레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제주해안으로 난 길들을 잇고 있다.

 

제주바닷길에 더하여,

마라도와 비양도(한림) 그리고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차귀도는 반드시 탐방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이 이미 탐방을 한 추자도, 우도, 가파도가 살고,

또 그래야만이, 어느날에 술자리에서 누군가들이 제주와 그 연해의 섬들을 말 할때,

야- 야- 차귀는? 가봐냐고?? 하며 그 입들의 셔터를 내리게 할 수 있다.

 

 

 

 

 

 

 

포구에서 500m도 떨어지지 않은 '차귀도도 오늘은 못간다고 생각을 하니 또 상심이 들었다.

 

낙담을 한 걸음은 우째하다보니 출입이 통제된 수월봉 정상의 '고산기상대안으로 들어 서 있었다.

이래 좋은 장비를 갖추고 집중을 위한 통제까지 쳐하면서도...,

다음날 날씨도 시시때때로 변경 예보를 해 사람의 설렘을 이렇게 초토화를 시키냐?? 상심이 분노로 바뀐다.

 

대한민국 대기학의 발전 없는 정체와, 기상청의 지속적인 무능함 유지에 삼가 경의를 표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발전을 한 항해술은 연금술을 믿고 대서양으로 나갔지만...,

타이타닉호는 침몰했고, 케이트윈슬렛은 울었다.

 

1일 3도 탐방이 가능한 내 트레킹 능력은 기상청의 3월27일 예보를 믿고 3월28일 마라도로 향했지만...,

나는 좌절했고, 제주바닷길 마저 걷기가 싫다.

 

해상교량들을 건너다보면, 토목공학 그 기술력의 발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바다속에 침매터널을 설치하여 부산과 거제를 연결한 거가대로는 신도 박수를 쳤을 것이다.

이런 작금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의료인들은 도대체 뭐 하냐? 암도 아직 못 고치고..., 한심하다.

그리고 기상청, 넌 답이 없다. 

 

 

 

 

 

차귀도포구 가는 길

 

뒤돌아 본 수월봉

 

 

15시42분, 17.7km를 걸어 차귀도포구에 도착을 했다.

 

유람선이 운항을 못해 찾는이 없는 포구에는,

주전부리 쌓여진 가판을 접지 못한 아주머니들의 기다림만이 자욱했다.  

 

 

 

 

 

 

 

 

시간상으로는 충분했기에, 산능선을 따라 용소포구로 가 말을 찍을까..., 하다가 그 마저도 행하기 싫었다.

 

지도를 보니, 제주공항으로 가는 급행이 정차를 하는 고산환승정류장까지 가면 얼추 20km는 누적이 된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땔챠뿌자!

 

 

 

 

고산초등학교 (장군의 동상이 없었다면, 남태평양 섬 나라의 초등학교가 이사를 온줄 알겠더라)

 

고산면 시가지

 

 

 

 

16시40분, 고산환승정류장에 앉아 제주공항으로 가는 102번 급행을 기다린다.

 

술 취한 영감님이 내 옆으로 와 앉을려다 내 발에 걸려 비틀거렸다.

심정 같아서는 이노무 영감탱구야~ 정신 좀 차려라! 하고 싶었지만 부축을 해 앉혔다.

근데, 이 영감탱구가 앉자마자 버스정류장 부스고 나발이고는 상관치 않은 채 바로 담배를 태운다.

에라이~ 나도 태웠다.

 

 

 

운진항에서 고산으로 오는 버스시간

 

 

 

앞으로 이어야 할 제주도 서부해안길을 차창을 통해 미리 답사를 하고, 18시30분 제주공에 도착을 했다.

 

일단, 뭐를 좀 먹고,

이단, 면세담배를 사고,

삼단, 탑승시간을 기다렸다.

 

 

 

 

 

 

 

 

가고자 한 곳도 못가고, 꼴랑 20km도 채우지 못한 트레킹...,

 

이 허무한 직립보행을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 나, 눈치를 보며 집을 나왔고, 마스크를 끼고 비행기를 탔다.

이 허무한 하루를 위해 생돈 이십이만원이 날라갔다.

 

바이러스 장생에 따른 경기침체에 모두가 못살겠다며 쥐짜고 있다.

월급을 타면 원래 다 나가는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오늘 돈 값도 못한 트레킹에 무척이나 속이 상한다.

 

 

엄마는 매달 말일이면 연금을 탄다.

다음번 제주행 경비의 조달은 아무리 박을 굴려봐도 것 밖에 없을듯 하고, 문제는 이체인데...,.

 

제주해안길에 소요되는 내 돈이 너무도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