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8코스 - 대평~월평(1) 본문
아- 심정 같아서는 당장 오늘길을 접고 싶었지만...,
제주까지 내려와 하루 20km도 못걸었다는 팩트를 남기지 않기 위해 5분을 쉬고 다시 길을 이었다.
내가 걷는지? 길이 걷는지? 모르겠더라~
제주올레 8코스 - 대평~월평1 (2020.02.29)
비는 심심찮게 쳐뿌려샀고,
하, 허, 호를 단 차량들은 일 없이 해안가를 쳐돌아다녀샀고...,
몸은 그냥 걷고, 마음은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16시50분, 제발 18시까지만 빈약한 의지가 견뎌주길 바라며 대평포구를 출발했다.
- 대평포구
- 박수기정 잔디밭이 있는 해안
시간이 시간인지라, 뜸하게 보이던 올레를 걷는 사람들도 화순해변부터는 보이지가 않았다.
혼자만의 고독함이 밀려든다.
빨리 18시가 되었음 좋겠고, 그 사이 많이 걸어가 있었음 더 좋겠다.
서서히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 하예포구
만약, 다음에 태어나면 바다가 없는 내륙에 위치한 나라에서 태어나야지..., 싶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태어나, 해안길을 이어가는 트레킹을 취미로 삼는다는 것!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 멀리 중문관광딘지가 보인다.
논짓물해변을 지났다.
올레는 해안지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중문골프클럽을 우회하여 중문색달해변으로 가게끔 해 놓았다.
지도를 세밀히 살펴보니 중문색달해변으로 곧장 갈 수 있는 해안지선에 '해병대길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
근데, 낙석 위험에 따라 길은 폐쇄의 상태였다.
갈등이 인다.
해안지선으로 가면 2km이내인데, 올레의 선형대로 우회를 하면 6km쯤 된다.
날도 저물어 가고, 18시가 되면 루트에서 나와 버스가 다니는 길을 찾아야 하고...,
할 수 없이 올레의 선형을 따라 해안가를 벗어났다.
올레는 대왕수천산책로를 따라 예래입구교차로를 향했지만, 나는 도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 대왕수천에서 도로로 올라서는 계단
이후로 아주 지독한 저물녁의 트레킹이었다.
3km쯤 되는 길이었지만, 한 10km를 걷는 기분이었고 달리는 차들도 오가는 사람도 없는 텅빈 길이었다.
사실은 이런 길을 혼자 걸은 순간이, 회상이 되면 가장 시리고 기억에 남는데...,
걷는 지금은 그걸 모른다.
- 예래입구교차로
18시10분, 1132번 지방도내 예래입구버스정류소에 도착을 했다.
때려 죽여도 더는 못 걷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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