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10코스 - 모슬포~화순 본문

제주올레 - 탐라바닷길

제주올레 10코스 - 모슬포~화순

경기병 2020. 3. 3. 17:45

바람의 나날이다.

끝 없이 불어오는 낯선 바람에 모두가 흔들리고만 있다.

 

남자는 그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그 바람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움추린 피풍 대신 이어야 할 길이나 잇고자 제주로 떠났다.

 

 

 

 

 

- 2020년 제3차 제주 탐방계획

 

 

토요일 하루를 이용해 제주를 왔다리갔다리함도 수월찮은 행로이고,

올레에만 집중을 하며 걷는 짓도 성에 차지 않았다.

 

깝깝한 숙소에서 견디는 밤의 심로를 감수하며 1박2일 제주탐방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 서부해안 모슬포에서 한림항까지를 이어가며,

그 길에서 탐방을 할 수 있는 마라도, 차귀도, 비양도를 가고자 했고, 덤으로 서귀포 밤거리도 서성이고 싶었다.

 

 

 

 

 

08시05분, 제주공항에 내리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배낭엔 우산 같은 시덥지 않은 장비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예보상 09시까지만 내린다고 했기에 별 걱정 없이 모슬포행 151번 버스에 올랐다.

 

 

 

 

 

 

 

09시20분 모슬포 운진항에 도착을 했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마라도로 가는 뱃길은 정상 운항이 되고 있어 조금은 설레였다.

 

 

 

마라도 가는 뱃길에서 본 가파도

 

마라도 자리덕선착장

 

 

 

제법 높은 파고를 뿌수며 동죽국해 바닷길을 뚫은 블루레이3호는,

10시10분 마라도 자리덕선착장 부근에 근접했다.

 

근데, 배가 선착장에 접안을 못한 채 바다에서 멈췄다.

해녀들이 선착장해역에서 작업중이라 잠시 대기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선내방송이 나왔다.

십여분뒤 회항을 한다는 선내방송이 어어졌다.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자구책인가 싶었는 데,

일부 승객들의 항의에 대한 승무원들의 심정 토로를 들어보니, 바이러스와는 상관이 없는 주민들의 수시 행동이었다.

 

짜증스러웠다.

섬은 토착민의 기득권 보장과 행사도 중요하지만,

마라도는 국토의 상징성이 명확한 섬이기에 순수 탐방의 목적도 수용이 되어야한다.

 

혼란스러웠다.

이 비바람치는 바다에서 물질로 항로를 점유하고 있는 해녀들도,

관망만을 하고 있는 해경도...,

 

입도는 커녕 배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모슬포로 돌아왔다.

 

 

 

입도도 못한 뱃깋

 

운진항으로 돌아오니 비는 더 내리고 있었다.

 

인근의 편의점에서 우산을 구입하고, 혹시나 싶어 차귀도유람선사에 전화를 넣었다.

오늘 운항을 하냐고?

오늘은 운항을 않고 내일도 사전 운항여부를 묻고 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든 계획이 아작이 난 순간이었다.

 

아~ 시발!!

당장에 모든걸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는 술이다!

 

 

 

 

  

친절한 두 분의 아주머니들이 내어 준 밥상에 낙담을 한 마음은 조금 회복이 되었다.

자신도 부산에 살았다는 아주머니와 계속 대화를 하다가는 사겨야 될 모드라 애써 차단을 하며 마신 술에 기분도 좋아졌다.

 

거스름 돈을 받는 대신 배낭에 든 유제품 두 병을 건넸다.

그리고 2주뒤 꼭 다시 오겠다는 언약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 운진항에서 바라 본 모슬포항

 

 

낯선 곳에서 조금은 알딸딸해진 기분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져 오는 심정 듦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도 못갔고, 남해와 서해의 수역이 갈리는 차귀도도 못가는데...,

그리고 다시 이 곳으로 와야하는데...,

 

구지 한림항으로 가는 정방향으로 걸어 갈 이유는 없었다.

 

 

 

 제주올레 10코스 - 모슬포~화순 (2020.02.28)  

 

 

 

어차피 오늘 걸음이 끝이 나면 예약된 숙소가 있는 서귀포로 가야하기에,

11시42분, 제주 남부해안을 따라 서귀포 방향으로 걸음을 뗐다.

 

 

 

 

 

 

 

 

 

 

 

2월의 주말, 제주에 세번을 왔다.

 

올 때 마다 하늘은 구름 투성이었고, 때때로 비도 내렸다.

그로해서 한라산은 한번도 볼 수가 없었다.

 

만약에, 한라산이 바닷길에 미쳐 있는 나를 시기하여 그 자태를 감추고 있다면, 나 역시도 그 자태를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산은 좋아하지만, 작금에 산을 찾는 사람들의 구성형태가 추잡스럽게 보여 당분간은 산에 가지 않는다.

 

 

 

- 하모해변 해송길

 

 

 

 

 

 

 

 

바이러스 정국에서, 비가 온다는 예보마저 묵살하고, 우산을 받쳐들고 이 지랄 행함을 나 자신도 모르겠다.

다만, 이러지 않는다면 오늘을 살 가치가 없다는 것에 따랐을뿐이다.

 

 

 

 

 

- 멀어져 가는 모슬포

 

 

 

 

 

 

 

 

 

비가 내리면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빗 소리에 눈 떠보면 귀에 익은 시계소리뿐~

창 밖에 비가 내리면 멈춰둔 기억이~

 

그렇게 걷는다.

 

 

 

 

 

 

 

 

 

 

 

12시40분, 4.3km를 걸어 송악산 둘레길의 시점에 이르렀다.

 

돌아나와야 하는 길이기에 무시를 하고 직진을 하자니,

설정된 올레도 제대로 걷지 않는데, 해안으로 난 길마저 외면을 하는 기분이라 돌아서 나오기로 했다.

 

 

 

 

- 송악산 탐방로 초입

 

 

- 가파도 가봤어? (가봤어!)

 

 

- 송악산둘레길에서 본 상모리 해안(1)

 

 

- 송악산둘레길에서 본 상모리 해안(2)

 

 

 

 

풍경은 가끔 뒤에도 있다.

앞만 보고 걷는 사람과는 올레에 가지 마라~

 

 

 

 

 

 

 

 

 

 

 

 

 

루트에서 짤랐다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뻔한 송악산둘레길 속에 있다.

그것도 비와 함께~

 

 

 

 

 

 

 

 

 

 

 

 

 

해파랑은 북상을 하면 오른쪽이 바다다.

이순신은 서진을 하면 왼쪽이 바다다.

아리랑은 원점회기라서, 모가지의 컨디션에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면 왼쪽, 반시계방향으로 돌면 오른쪽이 바다다.

 

바다를 어느 방향에 두고 걸어야, 그 바다가 가진 풍경을 더 낫게 볼 수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송악산둘레길은 무조건 바다를 왼쪽에 두고 걸어야 한다.

 

난 지금 오른쪽에 바다를 두고 걸어, 뒤돌아 본다고 모가지에 경련이 일고 있다.

 

 

 

 

 

 

 

 

 

 

 

13시26분, 

나랏말씀에 있는 형용사들로는 표현이 불가한 '송악산둘레길을 돌고 나왔다.

 

13시27분,

눈 앞에 또 나랏말씀에 있는 형용사들로는 표현이 불가한 '산방산 가는 길이 사람을 돌게 한다.

 

 

 

 

 

- 산이수동항~마라도(살레덕선착장)간 여객선 

 

 

- 산이수동항

 

 

 

 

흔히들 산에 오르며 이것저것 생각들을 정리 한다고들 쳐시부려샀지만, 막상 산에 들면 훽훽돼다 끝장이 난다.

나 역시도 오늘 이 길에서 이것저것 생각들을 좀 하고 싶었지만,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길만 따라 가고 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사항을 억지로 꺼내려함이었다.

생은 그냥 쳐살면 그만인데...,

 

 

 

 

 

 

 

 

 

 

 

 

 

간혹 올레를 걷는 사람들과 스친다.

바이러스, 비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은 호들갑을 떨쳐 낸 사람들이다.

 

새벽녘 집을 나오며,

혹시 내가 바이러스에 걸리면 나는 괜찮지만, 가족들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 생각에 할 수 없이 마스크를 챙겼지만, 걷는 지금은 착용을 않고 있다.

 

간염의 전파에 있어,

간염된 자가 우선 착용을 하여야 할 시급성에, 간염이 안된자들까지 합세를 한 마스크쟁탈전!

평소 건강한 사람은 간염이 된다고 해도 감기 수준의 증상만 몇일 버티면 된다는 말도 들리는데...,

왜들 이 난리법석, 오두방정, 호들갑에 매진을 하고 있는지?? 심히 그 꼴들 보기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세금 걷어 지 맘대로 푸는 행정을 축으로, 오냐오냐식 복지 공약의 남발로 정권을 잡는 나라!

아낌 없는 운용경비 제하고 돌려주는 복지가 통치의 사탕이 되고, 그 사탕이 달콤하면 '이게 나라다! 외치는 국민!

그로해서 유약해진 국민들은, 아프리카 빈국의 어린이들 보다 못한 자생력으로 모든 문제를 사회와 국가에 기댄다.

 

신검 5급의 판정을 군의관에게 통사정을 해 1급으로 바꿔 현역 만기전역을 했고,

지금도 하루 만원의 간접세를 납부하는 나는...,

하지만, 아나키스트로 살 것이다!

 

국가와 사회에 조금의 기댐도 없이 살 것이다!

 

 

 

- 사계항

 

 

 

 

 

 

 

 

설쿰바당해변을 지나 용머리해안에 닿았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유채꽃과 어우러진 절경의 해안에서 비에 젖고 있었다.

 

 

 

 

 

 

 

- 사랑의 불시착? 아니다. 화란인 그에게는 개고생의 불시착이었다.

 

 

 

 

대한민국은 하멜이 거쳐 간 곳곳에 그의 동상을 만들어 그를 기리고? 있다.

가파도와 여수에서 만난 하멜을 용머리해안에서 또 만났다.

 

그의 표류기는, 그가 네델란드 법정에 제출한 표류기간내 급여를 받기 위해 기록한 증거자료였다.

여튼 조선에서 생개고생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 산방산  

 

 

 

 

 

 

 

 

 

 

아따~ 비 참 푸지게 오더라~

 

 

 

- 안덕면 전경

 

 

 

 

이제 황우치해변만을 지나면 10코스의 종점(역으로 걸었기에) 화순해변이다.

 

해변 어귀로 나있는 올레길 대신, 차도를 따라 가다가 그 말미에서 올레길에 끼여들기로 했다.

왜냐고? 비 오는 날에 비포장길은 죽음이야~ 더하여 나는 오늘 호텔에 가야 하거등!!

 

 

 

 

 

 

 

 

 

 

 

 

 

 

 

- 화순해변

 

 

 

 

 

 

 

 

 

 

 

15시15분, 15.2km를 3시간30분여 떡을 치며 걸어 화순해변에 도착을 했다.

 

부근의 정자에 소파가 놓여져 있어, 먼지고 물기고 나발이고는 무시하고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히고, 배낭에서 캔커피를 꺼내고, 폰에 비 노래를 한곡 띄우고...,

 

비 내리는 제주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생은 나로해서 회상이 되니까...,